기후위기 시대, 현실이 된 이상기후
지구 탄소 30% 소화하는 바다
데이터 바탕 정밀한 관리 필요
AI 접목해 부족·위험 찾아내 관리
김종덕 한국수산자원공단 이사장. ⓒ데일리안 장정욱 기자
올여름 더위는 유난하다. 40도를 웃도는, 기온 관측 역사상 최고 기록도 갈아치웠다. 문제는 올해만 유별난 더위로 기록될 것 같지 않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올해가 앞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덜 더운 날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
기후위기는 현실이 되고 있다. 달아오른 지구는 세계적 석학들이 경고한 한계치를 지나고 있다. 대기 중 탄소배출 감소를 위해 세계는 ‘세금’을 더 걷고, 석탄 연료 사용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상 기후가 반복하면서 전문가들은 바다에 관심을 기울인다. 지구 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하면서, 인류가 배출하는 탄소의 30%가량을 바다가 흡수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바다는 극한 기후로부터 인류를 구해낼 구세주일지도 모른다.
김종덕 한국수산자원공단 이사장은 기후변화로 급격하게 변하는 해양환경에 대응하고, 나아가 지구 온난화 속도를 더디게 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정원’처럼 세밀하게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 지난 14일 진행한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우리 바다는 태평양 하와이 옆에 있는 바다처럼 관리해서는 안 된다”며 “어디 문제가 생기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아주 정교하고 면밀하게 관리해야 하는 바다”라고 말했다.
바다는 수산업뿐 아니라 항로, 어항, 레저, 크루즈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바다는 ‘정원처럼 가꾸고 관리해야 할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김 이사장은 해양환경 관리가 육지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먼저 바닷속 작업은 물리적 접근 자체가 어렵다. 한번 훼손된 자원을 다시 보강하거나 지속적으로 관찰·관리하는 데에도 훨씬 큰 비용과 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는 과거 해양수산개발원 근무 당시 연구소에서 바다 쓰레기 처리 비용을 검토했던 경험을 들었다. 육지 쓰레기를 치우는 것보다 바닷속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7~10배가량 더 많은 예산이 필요했다.
김 이사장은 기후변화 대응에서도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해양 분야는 관측 기술이 상당한 수준까지 발전했지만, 이를 정교한 예측으로 연결하는 데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물의 온도를 재봤더니 26도라는 것과 내일 27도가 되겠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며 “관측 수준에서는 굉장히 많이 와 있지만 아주 정교한 전 지구적 차원의 예측은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술 발전 없이는 예측으로 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며 지속적인 기술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인공지능이 해양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봤다. 김 이사장은 “인공지능이 가장 필요한 공간은 바다”라고 표현하면서 해역마다 환경이 크게 달라지고 변동성도 큰 만큼 보다 정교한 데이터 분석과 예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바다의 문제를 기술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여러 기관이 각자 보유한 정보를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해양변화, 기관 혼자 대응 안 돼 연구·협업 필수”
공단의 역할도 이 같은 변화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환경 변화가 기존 기관별 독자적인 대응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른 만큼 기관 간 협업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실제 김 이사장은 취임 이후 관련 기관을 직접 찾아다니며 협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그는 “시간만 나면 그런 기관들을 방문한다”며 “100군데도 넘게 다녔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어업인 단체 등 현장과의 접점도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전국의 바다에서 이뤄지는 어업의 특성상 물리적 거리가 공단 업무의 큰 제약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바다숲 조성을 위해 바닷속을 점검 중인 한국수산자원공단 관계자 모습. ⓒ한국수산자원공단
김 이사장은 지난해 동해 북부 지역 현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강원도 양양에 동해북부사업소를 만들었다. 포항에 있는 동해본부에서 고성·양양까지 이동하려면 편도 3시간가량이 걸리는 만큼 현장 조직을 강화하면 의사결정과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이사장은 지역 거점 확대를 서해로도 넓힐 계획이다. 전북 군산에 서해본부가 있지만 경기·인천 지역까지의 거리가 먼 만큼 서해북부사업소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심각할 경우 시·군·구 단위의 대응체계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어업은 전국에서 일어나고 의사결정은 해양수도인 부산에서 이뤄지는 그 사이 갭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가 공단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연구 역량 강화도 주요 과제로 꼽았다. 김 이사장은 현재 공단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인적·연구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고 인정했다. 특히 기후변화로 수산자원과 해양환경이 종합적으로 변하는 상황에서 단일 기관이나 특정 분야의 연구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제주 지역에 ‘기후 대응 수산 생명자원센터’를 구축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김 이사장은 약 200억원 규모 예산을 확보했다. 내년부터 설계를 시작해 착공하고, 약 3년 뒤에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연구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연구시설이 완성되기 전에는 실제 바다에서 기술을 검증하는 테스트베드 사업을 추진한다. 공단이 보유한 기술과 특허는 물론 민간 기술까지 실제 해역에 적용해 기후변화 환경에서도 기존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동해안 2곳과 남해·제주 각 1곳 등 모두 4곳을 테스트베드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10월께 물리적인 장치를 설치하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해조류와 해수온도, 조류 등 해역별 환경이 다른 만큼 여러 해역에서 장기간 데이터를 축적해 지역별로 적합한 기술과 관리 방식을 찾아내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수중 드론과 AI를 접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사람이 직접 바닷속에 들어가 확인하는 방식은 위험성과 비용 부담이 큰 만큼 자동화된 수중 드론을 활용해 매일 해역을 점검하고 데이터를 축적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AI를 얹으면 스스로 어떤 상황이 부족한지, 어떤 부분이 위험한지, 어떤 부분이 잘되고 있는지를 판단해 줄 것”이라며 “전체 해역을 다니면서 문제가 있는 지역을 찾아내고 해당 지역에 맞는 관리체계를 도입한다면 적은 예산으로 훨씬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바다숲 사업의 실효성 등 공단이 현재 받는 비판에 대해서도 개선으로 답하겠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언론과 국회 등에서 지적하는 문제 가운데 근본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받아들여야 한다며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테스트베드를 통해 해역별로 적합한 기술을 찾아내 성과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 답”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공단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과 자부심을 동시에 강조했다. 그는 국가 차원에서 전국의 해양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산자원과 해양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조직은 해외에서도 찾기 쉽지 않다며 “책임감, 자부심과 함께 그만큼 치밀성과 면밀성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바다의 변화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공단이 해야 할 일은 과거의 방식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축적하고 현장 대응력을 높이며 새로운 기술을 실제 바다에서 검증하는 것이라는 게 김 이사장의 구상이다.
그는 대변화의 시기에 공단이 해야 할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직원들과 함께 대응 역량을 높여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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