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권 반도체 전력의 맥 ‘한빛원전’…부지 내 저장시설 조기 구축이 '살길' [기자수첩-정책경제]

임은석 기자 (fedor01@dailian.co.kr)

입력 2026.08.24 07:00  수정 2026.08.24 07:00

2040년 최대전력 165GW…첨단산업 영향 전력 수요 급증

2030년 포화 직면한 한빛원전…전력 공급망 치명적 병목 우려

고준위 특별법 제정됐지만 건식저장시설 적기 구축은 험로

전남 영광군에 위치한 한빛원전 전경.ⓒ한국수력원자력

정부가 추진하는 첨단산업 메가프로젝트가 국가 전력 수급 지도를 완전히 새로 그리고 있다. 최근 열린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총괄위원회에서 공개된 2040년 최대전력 수요 전망치는 165.0GW로 집계됐다.


지난 4월 발표된 상향 조정치(138.2GW)와 비교해도 불과 수개월 만에 26.8GW(19.4%)나 급증한 수치다. 이처럼 폭증하는 전력 수요의 주된 동력은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첨단 산업 인프라다.


이번 재전망에서 반도체 분야 첨단산업 추가 수요는 기존 3.7GW에서 24.3GW로, AI 데이터센터는 4.0GW에서 11.9GW로 대폭 상향 조정됐다.


용인과 더불어 국가 첨단 산업의 또 다른 축인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본격화되면서 전력 소모량이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치솟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거대한 전력 수요를 뒷받침할 안정적 공급 인프라의 현실이다. 특히 새롭게 조성될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소비를 지탱해야 할 핵심 기저 전원인 한빛원전은 심각한 구조적 병목에 직면해 있다.


발전소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가 당장 2030년이면 완전히 포화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임시 저장 공간이 한계에 달해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호남권 전력 공급의 핵심 축이 무너지면서 국가 프로젝트 전체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2040년 165GW 시대의 전력 수요를 충족하고 첨단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전의 안정적인 상시 가동이 필수 전제 조건이다.


다행히 지난해 2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가 차원의 관리 체계 기틀은 마련됐다. 법 제정을 통해 2050년 중간저장시설, 2060년 영구처분시설 확보를 위한 로드맵과 국무총리 소속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 설치 등의 법적 근거가 갖춰졌다.


하지만 법적 프레임워크가 구축됐다고 해서 개별 원전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 건설이 곧바로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특별법 조항에 따라 부지 내 저장시설 용량은 해당 원전의 설계수명 기간 내 발생량으로 엄격히 제한되고 타 원전 폐기물 반입이 원천 금지된 만큼 2030년 포화가 기정사실인 한빛원전의 건식저장시설 적기 구축은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다.


이에 한국수력원자력은 한빛원전 부지 내에 4810다발 규모의 건식저장시설을 건설해 2030년 7월부터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서는 2027년 3월 시설계획 승인, 같은 해 10월 건축허가, 2028년 1월 저장용기 설계승인, 2028년 5월 운영변경허가 등 일련의 행정 절차를 오차 없이 밟아야 한다.


하지만 이 중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저장용기 설계승인과 운영변경허가에만 각각 2년 이상의 고도의 안전성 검증 시간이 소요되는 등 물리적으로 허락된 일정은 대단히 촉박하다.


여기에 부지 내 시설이 영구 처분장으로 고착화될 것을 우려하는 지역사회의 반발과 수용성 확보 문제까지 겹쳐 있어 난관이 적지 않다.


전력 수요 폭증을 예상하면서 막대한 전력을 공급할 원전의 발을 묶어두는 것은 모래성 위에 성을 쌓는 격이다. 정부와 규제기관, 그리고 지역사회는 소모적 갈등을 멈추고 2030년 마지노선에 맞춘 실효성 있는 인허가 지원과 투명한 안전 대책 마련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골든타임은 이미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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