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불참한 ‘모두의 AI’, 카카오·통신사는 왜 절박한가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6.08.20 11:38  수정 2026.08.20 11:49

카카오·통신사, AI 이용자 확대·상용화 기회 확보 위해 참여

대규모 무료 서비스·GPU 지원도 주요 참여 유인

네이버는 AI탭·AI 브리핑 등 기존 이용자 접점 확보

무료·무제한 AI, 정부 지원 이후 운영 비용 부담이 관건

서울 시내 전자상가 휴대폰 판매점에 붙은 이동통신 3사 로고. ⓒ연합뉴스

전 국민 누구나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AI' 프로젝트에 국내 통신 3사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이 대거 뛰어들었다.


이들 기업이 참여한 배경에는 그동안 AI에 투자해온 만큼 대규모 이용자를 확보하고 상용화 기회를 넓히려는 전략적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독자적인 AI 이용자 접점과 사업 확장 기반을 확보한 네이버가 불참을 선언한 것과 대비된다는 진단이다.


카카오·통신사, AI 이용자 확대·상용화 기회 확보 노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모두의 AI' 프로젝트에는 SK텔레콤 컨소시엄, 엠케이디, 이스트소프트 컨소시엄, 제논, 카카오 컨소시엄, KT 컨소시엄 등 6개 사업자(컨소시엄)의 제안서가 접수됐다.


통신 3사와 카카오는 정부가 내건 참여 조건에 부합하는 국산 AI 모델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미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실제 SK텔레콤은 월간 사용자 1000만명 규모의 AI 서비스 ‘에이닷(A.)’을 운영 중이며 정부의 ‘독파모(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해 매개변수 6880억개 규모의 자체 AI 모델 ‘A.X K2’를 선보였다.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믿음 K 2.5 Pro’를 보유한 KT는 통신·클라우드·AI 운영 역량을 활용할 전망이다. 카카오는 자체 AI 모델 ‘카나나’를 기반으로 카카오톡 등 대규모 이용자 기반과 AI 서비스를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기준에 부합하는 국산 AI 모델을 50% 이상 활용하며, 서비스 기업 모델 이외에 타사의 국산 AI 모델도 30% 이상 함께 활용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50%를 차지하는 국산 AI 모델의 경우 반드시 기업 자체 모델일 필요는 없다. 독파모 기준에 부합하는 타사의 국산 모델을 50% 이상 활용하면 조건을 충족할 수 있으며, 이 경우 타사 모델 활용 요건인 30%도 함께 달성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공모 구조 자체가 기업 간 연합을 유도한 셈이다. 실제로 2곳을 제외한 4곳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대규모 무료 서비스·GPU 지원, 주요 참여 유인

많게는 19곳과 컨소시엄을 꾸린 기업들이 정부 추진 사업에 입후보한 것은 전 국민 대상 서비스가 대규모 이용자 접점과 서비스 운영 레퍼런스를 확보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희 선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마케팅비를 들이지 않고도 수천만명 규모의 실사용 데이터와 대규모 운영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다"면서 "독파모가 모델 자체의 기술력을 겨루는 무대였다면, 모두의 AI는 그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얹어 이용자와 만나게 하는 다음 단계의 경쟁 무대인 셈"이라고 짚었다.


정부의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B200 지원을 대거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가 지원하는 B200은 총 512장이며, 최종 선정되는 2~3개 사업자에 나눠 배분된다. 최종 선정 사업자 입장에서는 자체 비용만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엔비디아 B200을 지원받아 실제 AI 서비스 개발·운영에 활용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정부는 B200을 배분하는 한편, 기업도 서비스 과정에서 확보된 이용자 프롬프트 데이터를 활용하는 등 자체 수익 모델을 마련해 일정 기능·성능 이상의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도록 자체적인 노력을 병행할 것을 명시했다.


김 교수는 "GPU 지원이 실질적인 현물 보조금 역할을 한다. 연산 자원 확보가 곧 경쟁력인 국면에서 무시하기 어려운 유인"이라고 말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카카오와 통신사들이 이미 AI에 투자해온 데다 대국민 접점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AI 사업의 성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더라도 투자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의 GPU 지원은 기업들의 AI 사업에 필요한 추가 투자를 수월하게 하고, 사업을 홍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네이버 그린팩토리.ⓒ네이버

그는 특히 통신사의 경우 정부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만큼 국가와 함께 AI 사업을 추진한다는 이미지도 참여 유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역시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정부의 ‘모두의 AI’ 사업과 결합할 유인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용희 교수도 통신사와 카카오 모두 정부 규제의 영향을 직접 받는 위치에 있어서, 국책사업 참여 자체가 정부와의 관계와 사업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이 된다고 짚었다.


대규모 이용자 확보·사업 확장과 GPU·정부사업 참여 효과 측면에서 이들의 참여는 필수불가결했던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AI탭·AI 브리핑 등 기존 이용자 접점 확보

이와는 달리 네이버가 불참을 선언한 것에 대해서는 카카오·통신 3사의 니즈를 이미 충족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네이버는 '모두의 AI' 프로젝트 불참 입장과 함께 "이미 추진 중인 다른 AI 사업에 대해 역량을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이미 AI탭·AI 브리핑 등을 통해 검색 기반 AI 이용자 접점을 확보하고 있고, 이를 쇼핑·광고 등 기존 사업과 연결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고 있어 별도의 대국민 AI 서비스에 참여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분석이다.


기업간거래(B2B)에서는 엔비디아와 추진하는 'AI 팩토리'를 2027년 상반기부터 가동해 매출을 창출하고, 향후 글로벌 AI 인프라 사업으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정부 사업을 통해 별도의 이용자 접점이나 인프라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분석이다.


김용희 교수는 "네이버는 검색에 생성형 AI를 붙여 이용자와 만나는 경로를 이미 갖고 있고, 엔비디아와 함께 인프라 사업도 준비 중"이라며 "독자적인 대국민 접점과 수익화 경로를 둘 다 확보했으니 굳이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이용자 접점은 있어도 자체 모델 카나나의 상용화 출구가 약했고, 통신사들도 기존 통신서비스와 AI를 연결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통신사들은 AI 사업 핵심 과제로 수익화를 제시하고 B2C AI를 성장·사업화 단계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모두의 AI' 프로젝트는 그 공백을 메우는 통로가 됐다는 진단이다.


무료·무제한 AI, 정부 지원 이후 운영 비용 부담이 관건

과기정통부는 이달 말 모두의 AI 서비스 사업자를 선정하고, 이후 9월말 베타서비스를 거쳐 12월 정식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정 기업은 범용 AI 챗봇 서비스와 공공 AI 에이전트를 전 국민 대상으로 제공해야 한다. 정부는 기본 기능을 넘어서는 고급 기능이나 개인 맞춤형 서비스는 참여 기업이 유료로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최종 선정 기업(2~3곳)이 내놓을 서비스가 향후 지속가능성과 확장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용량이 늘어나더라도 범용 AI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의 필수 기능은 국민이 비용과 이용량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다. 기업은 광고를 붙이거나 고도화 기능·부가 서비스를 유료화하는 방식으로 자체 수익모델을 결합할 수 있다.


다만 정부가 전 국민 무료 AI 보급을 목표로 출범시킨 사업인 만큼 이용자의 비용 부담이 큰 방식으로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교수는 "정부 지원이 끝난 뒤 무료·무제한 서비스의 추론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지, 인건비 미지원과 짧은 구축 기간이 서비스 품질에 어떤 제약으로 작용할지가 관건"이라며 "이 병행 선정(2~3개 사업자)이 중복투자로 귀결될지 실질적인 경쟁 유인으로 작동할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AI 운영 비용도 함께 증가하게 되는 만큼 정부 지원 종료 이후 어떤 방식으로 비용을 충당할지가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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