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만으론 한계"…당뇨병 '시작' 막는 의사과학자의 도전 [내일의 닥터]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8.06 10:35  수정 2026.08.06 10:45

이준엽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인터뷰

당뇨병 핵심 병태 생리 베타세포 부전·지방간 연구

“질병 진행 전 개입하는 치료 전략이 미래 의료의 핵심”

“의사과학자 연구는 장기전…지속 가능한 지원체계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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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엽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7월 16일 서울성모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당뇨병 치료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질병이 시작되는 순간을 막는’ 치료는 아직 많지 않다. 이준엽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바로 그 ‘출발점’을 연구하는 의사과학자다. 그는 당뇨병의 핵심 병태생리인 ‘베타세포 부전’과 지방간 진행 기전을 규명해 질환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치료 전략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는 길은 쉽지 않지만, 그가 연구를 이어가는 것은 진료실에서 느낀 한계 때문이다. 환자의 혈당을 조절하고 약을 처방하는 치료만으로는 질병의 진행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연구의 출발점이 됐다.


젊은 당뇨 증가…‘베타세포’에서 답 찾다

이 교수는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실제 환자를 진료하면서 약을 조절하고 인슐린 용량을 맞추는 것만으로는 병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며 “질병이 왜 생기는지를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만들어야 환자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오래 연구해 온 분야는 당뇨병의 핵심 병태생리인 베타세포 부전이다. 베타세포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세포로, 기능이 떨어지거나 수가 감소하면 결국 혈당 조절이 무너지면서 당뇨병이 발생한다.


특히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은 서양인보다 베타세포 기능이 선천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심한 비만이 아니더라도 당뇨병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베타세포가 환경 변화에 취약하기 때문에 최근 젊은 당뇨병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화 역시 베타세포 연구의 중요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당뇨병은 시간이 지날수록 베타세포 기능이 감소하는 진행성 질환인 만큼 발병 연령이 낮아지고 평균수명이 길어질수록 질환을 오래 앓는 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교수는 “당뇨병은 유병기간이 길어질수록 베타세포 기능이 점차 감소해 결국 인슐린 분비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며 “고령 환자의 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발병 초기부터 베타세포를 보호하는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의 또 다른 축은 지방간이다. 진료 현장에서 대사질환 환자 대부분이 지방간을 함께 앓고 있지만 효과적인 치료제가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지방간을 단순한 ‘건강검진 결과’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방간은 단순 지방간에서 지방간염, 간경화, 간암으로 이어지는 진행성 질환”이라며 “지방간염 단계부터는 되돌리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지방간염으로 진행하기 전에 개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지방간은 간 질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심근경색과 뇌경색, 심부전 등 심혈관질환 위험도 높인다”며 “많은 환자가 그 연관성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조기에 관리하면 이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위험도 함께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주목받는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역시 그의 주요 연구 대상이다. “비만 치료제가 인슐린 분비 기능과 지방간을 개선한다는 것은 입증됐지만 효과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약을 중단한 뒤에도 도움이 되는지, 어떤 기전을 통해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지는 여전히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가 치료가 되는 순간을 꿈꾸다
이준엽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가 7월 16일 서울성모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그는 이러한 연구 과정이 의사과학자의 역할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진료 현장에서 얻은 질문을 연구로 확장하고, 연구 결과를 다시 환자 치료에 적용하는 선순환이 의사과학자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의사과학자는 환자를 직접 진료하기 때문에 실제 의료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가장 잘 알고 있다”며 “임상에서 나온 질문을 연구로 검증하고, 그 결과를 다시 치료로 연결해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법을 제공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정부 지원은 점차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고 했다. 무엇보다 연구는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안정적인 지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현재 지원사업은 젊은 의사과학자들에게 매우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연구는 1~2년 안에 성과가 나오는 분야가 아니다”라며 “5년, 10년 이상 꾸준히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장기적인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후배 연구자들이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의사과학자의 길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는 “진료와 연구는 처음에는 전혀 다른 영역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연구하는 방법과 사고방식을 익히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며 “의사과학자를 위한 지원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장벽을 크게 느끼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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