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세법개정안] "영상·웹툰만 K-콘텐츠냐"…게임 세액공제 '또 찬밥'

박상준 기자 (psj96@dailian.co.kr)

입력 2026.08.04 14:51  수정 2026.08.04 15:36

제작비 공제 도입 요구했지만 2026년 세제개편안서 제외

중소·중견업체 경영권·자산 매각 몰리기도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정부가 영상·웹툰 콘텐츠 제작사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 보완에 나섰지만, 게임은 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3일 발표된 '2026년 세제개편안'에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가 제외되면서 콘텐츠 수출의 60%를 담당하고도 다른 콘텐츠에 비해 홀대받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개발비 상승과 투자 위축으로 중소·중견 게임사의 신작 제작 여력이 약해진 가운데 일부 국내 게임사의 경영권과 자산은 해외 자본에 넘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책적 무관심 속 국내 개발 생태계의 자금난이 장기화되면 신작과 지식재산권(IP) 경쟁력까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작비 공제 문턱조차 못 넘은 게임

2026년 세제개편안을 살펴보면, 영상·웹툰 콘텐츠 업계의 목소리는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제작비용 세액공제의 점감구간 신설이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제작사가 중소기업 기준을 벗어난 뒤 유예기간이 끝나면 공제율이 바로 중견·대기업 수준으로 낮아졌는데, 개편안은 유예기간 종료 후 3년 동안 12.5%를 적용하는 구간을 추가한다.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세제 혜택이 급격히 줄어드는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여기에 더해 현재 영상과 웹툰 제작비는 중소기업 15%, 중견·대기업 10%를 소득세나 법인세에서 공제한다. 영상콘텐츠는 국내 제작비 비중 등 요건을 충족하면 추가공제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게임은 점감구조 적용 여부를 따질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다. 이전 단계인 제작비 공제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드라마·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와 웹툰은 개별 작품에 투입된 제작비를 별도 공제받지만, 게임에는 이에 대응하는 조항이 없다.


게임사도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연구개발(R&D) 세액공제와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등을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R&D 공제는 엔진과 인공지능(AI), 서버·네트워크 기술처럼 다른 프로젝트에도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스토리와 세계관 작성, 캐릭터·배경 아트, 레벨 디자인, 사운드 제작, 외주비처럼 특정 게임을 완성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공제 대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업계가 R&D 공제와 제작비 공제는 대상과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게임산업 정책토론회에서도 제작비 세액공제 도입 요구가 나온 바 있다.


당시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연구본부장은 "게임업계에서 요청하고 있는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가 도입될 경우, 1조4553억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1만5513명의 취업자 수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공제로 인한 세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순 편익은 2780억원이 발생해 사회 전반의 후생이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부처 차원 지원 노력이 없지는 않았다. 한 예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재정경제부에 조세 지출 건의서를 제출하고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 도입 필요성을 설명해 왔다.


하지만 이런 업계의 목소리는 최종 세제개편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타 콘텐츠 산업은 기존 제작비 공제의 공백을 추가로 보완한 것과 대비된다.


홀대 끝 남는 건 '경쟁력 악화'

게임업계의 문제 제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영상콘텐츠의 경우 2017년 제작비 세액공제가 도입된 이후 꾸준히 적용 범위를 확대해 왔다. 하지만 게임은 매년 제작비 공제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자연스레 현실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게임은 IT업계의 대표적 인력 집약 산업이다. 대형 프로젝트에 백명 이상의 개발진이 도입되는 경우가 비일비재다. 개발 과정도 하루 이틀로 끝나지 않는다. 수 년 동안 수십~수백억원의 인건비와 제작비가 투입돼야만 한다. 한국산 AAA게임 역사를 쓴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의 경우 제작비만 1500억~20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그렇게 만들어낸 게임의 흥행 여부에 따라 투자금 회수조차 요원할 때도 있다. 안정적인 금융 지원이 무엇보다 필요한 고위험 산업군이다.


그러나 수년간 제작비 공제 논의가 미뤄짐에 따라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중견 게임사들부터 근원 경쟁력을 잃고 있다.


한 중소 게임사 관계자는 "지금 한국 중소 게임업체 상당수가 자금 문제로 장기 개발 프로젝트 동력을 잃고, 단기간에 출시할 수 있는 모바일 캐주얼 게임 위주로 게임을 만들고 있다"며 "요즘은 중국 등 해외 게임사들의 시장 침투가 가속화하며 시장 파이 자체가 줄어들고, 게임사들의 개발 경쟁력도 훼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과 해외의 게임 대상 정책 금융을 비교하면 차이는 더 심해진다. 영국은 2024년부터 적격 게임 제작비에 34%의 비디오게임 지출세액공제를 적용 중이다. 프랑스 국립영화영상센터는 게임 개발비의 30%를 세액공제로 인정하고 있다. 캐나다는 주정부별로 게임 제작 인건비를 중심으로 한 세액공제를 운영하며, 호주는 게임 전용 세제를 도입해 적격 개발비의 30% 환급형 공제를 제공한다. 점차 게임 수요가 둔화되는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도 성공해야 하는 한국 게임사들로선 격차를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결국 중소 게임사를 넘어 중견 게임사들까지 해외에 매각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실적 부진과 재무 부담을 겪던 카카오게임즈는 일본 라인야후가 출자한 특수목적법인을 새로운 최대주주로 맞으며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미르' IP와 더불어 '나이트 크로우', '레전드 오브 이미르' 등 탄탄한 흥행작을 대거 출시했던 위메이드 역시 최근에는 창업주가 중국 자본에 지분 매각을 통한 경영권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1200억원 규모 게임 IP 펀드를 조성하고 내년 게임산업 전용 융자사업 신설을 준비하고 있다. 제작 단계의 자금 부족을 보완한다는 취지다.


다만 업계는 "보조금과 융자만으로 흥행 실패 위험을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타 콘텐츠 산업처럼 초기 제작비 부담을 덜어 민간 투자 부담을 낮춰야 다시 신작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동력이 완성된다는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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