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소비위축에 외식 생태계 '휘청'
골목 점포 곳곳에 '임대' 현수막 붙어
일반상가 공실률 13.4%…역대 최고치
높은 임대료 문제도…상권 회복력 약화
서울 한 시내 상권 일대에 임대 문구가 붙은 점포가 줄을 잇고 있다. ⓒ뉴시스
고물가와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외식업 불황의 그림자가 골목상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식당 폐업은 단순히 한 점주의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권리금 붕괴와 상가 공실 증가, 상권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며 골목경제를 지탱하던 연결고리를 흔들고 있다. 본지는 외식업 위기가 점주와 상권, 나아가 상가 시장까지 어떤 연쇄 충격을 낳고 있는지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골목상권이 활력을 잃고 있다.
고물가와 소비 위축으로 외식 소비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식재료비·인건비·임대료 부담까지 커지면서 자영업자들이 처한 불황이 개별 점포를 넘어 상권 생태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3일 취재진이 찾은 서울 서대문구 이대역 상권 곳곳엔 '임대 문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실제 이대역 3번 출구를 기준으로 도보 3분이 채 되지 않는 반경 150m 내 임대 점포만 10여 곳이 넘었다.
3일 오후 서울 신촌역 인근 상권 일대 점포 입구에 '임대문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일부 업장은 '영업 방식 변경을 위해 재정비 시간을 갖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문구를 써 붙여 놓았지만, 점포 입구 아래엔 3개월 전 수신된 공공요금 지로 용지가 그대로 방치된 모습이었다.
인근 A공인중개사 대표는 "과거와 달리 이 일대는 상권 활성도에 비해 임대료가 너무 높은 수준이라 창업주, 건물주, 임대사업자 그 누구에게 이득이 될 게 없다"며 "인근 공실 시세를 묻는 예비 창업주들도 보증금과 월 평균 임대료를 듣고 놀라 발길을 돌린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업소들은 상권 침체에도 임대인들이 임대료와 보증금을 쉽게 조정하지 않는 이유로 향후 임대료를 다시 인상하기 어려운 시장 구조를 지목했다.
임대인은 공실을 감수하고, 예비 창업자는 높은 초기 비용 탓에 계약을 미루면서 공실이 장기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상권 침체는 오랜 기간 자리를 지켜온 자영업자들에게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이대 상권 일대에서 9년 째 고깃집을 운영 중인 50대 점주 김모씨는 "장사가 안 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장사를 안 하는 게 나은 상황"이라고 짧게 말했다.
7년째 소규모 카페를 운영 중인 50대 정모씨는 "권리금은커녕 폐업시 원상복구를 위한 공사비만 평당 50~100만원 수준"이라며" 다음 임차인도 구해지지 않는데 계약기간도 남은 상황이라 폐업도 못하고 시간만 보내고 있다. 이 시간도 곧 비용"이라고 말했다.
3일 오후 서울 신촌역 인근 상권 일대 점포 입구에 '임대문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앞서 둘러본 신촌역 인근 상권도 비슷했다. 두 곳 모두 서울 주요 대학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대표 외식 상권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골목 곳곳에는 장기간 비어 있는 점포가 쉽게 눈에 띄었다.
이곳 일대에서 만난 B공인중개사 대표는 "이곳 상권은 예전에 이렇게 빈 가게가 없었지만, 현재 몇 년째 공실인 곳도 많다"며 "심지어 1층 상가인데도 권리금이 없는 곳도 많다. 망한 점포에 권리금을 내고 들어오라고 하면 누가 오겠나"라고 말했다.
공실률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일반상가 공실률은 13.4%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 1분기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종전 최고치는 전분기 13.1%였다.
상권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일반상가 1층 공실률'도 6.7%를 기록했다. 1층 점포는 접근성과 가시성이 뛰어나 임차 수요가 집중되는 핵심 입지라는 점에서, 공실 확대는 상권 침체가 전반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 같은 현실은 폐업 규모의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5년 폐업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사업자는 97만6000곳에 달했다.
국세청 국세통계 기준 전체 사업자 폐업률은 8.64%였지만 소매업·음식업 등 소상공인 주요 6대 업종 폐업률은 11.08%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음식점 거리의 모습. 사진에 나온 일대의 1층 점포 세 곳 모두 '임대문의' 문구가 붙어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업계에서는 최근 외식업 위기를 단순한 경기 침체의 단면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소비 위축과 비용 상승이 동시에 이어지는 가운데 신규 창업 수요마저 감소하면서 과거처럼 폐업 점포가 새로운 창업으로 이어지는 통상의 순환 구조가 약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장사가 안 돼 폐업하더라도 권리금을 통해 일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고, 곧바로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오면서 상권이 유지됐다"며 "지금은 폐업이 장기 공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면서 상권 자체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최근 골목상권 위기가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자영업 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있다고 진단한다. 상권 구조 개선과 자영업 생태계 재정비를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해외와 달리 우리나라의 자영업의 경우 진입장벽이 낮아 충분한 시장 조사나 사업성 검토 없이 창업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며 "경기 악화 시 가장 먼저 타격을 받으면서 폐업과 공실 증가가 반복될 뿐만 아니라, 이는 다시 상권 침체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구조는 경기 침체가 오면 폐업이 한꺼번에 늘어나는 현상이 반복될 수 밖에 없다"며 "창업 진입 단계에서 보다 엄격한 사업성 검토와 교육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자영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구조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너지는 골목경제②] "권리금도 옛말"…폐업 점주 덮친 마지막 손실 계산서>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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