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케이 ‘셧 더 도어’, 시트콤을 박차고 초원으로…문을 닫아야 열린 나 [MV 리플레이 ㊻]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8.03 07:01  수정 2026.08.03 07:01

카메라 앞 미소와 문밖의 해방

쇼츠, 릴스 등 짧은 길이의 영상물들만 소비되는 현재 가수가 곡 안에 담아낸 상징과 그들의 세계관, 서사를 곱씹어 볼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를 통해 아티스트가 담아낸 ‘작은 영화’인 뮤직비디오를 충분히 음미해보려 합니다. 뮤직비디오 속 이야기의 연출, 상징과 메시지를 논하는 이 코너를 통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더 깊이 이해하고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재미를 알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데이식스(DAY6) 영케이(Young K)가 지난달 27일 정규 2집 ‘영기스트’(YOUNGEST)를 발매했다. 타이틀곡 ‘셧 더 도어’(Shut The Door)는 배신과 뒷말에 지친 화자가 세상과 통하는 문을 닫고 스스로 괜찮아질 것이라고 되뇌는 노래다. 뮤직비디오는 아티스트 영케이가 사람들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과 실제로 바라는 장면을 시트콤이라는 장르 안에 함께 배치한다. 카메라 앞에서는 웃지만 문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영케이의 속마음이 유쾌하면서도 씁쓸하게 펼쳐진다.


ⓒ영케이 ‘셧 더 도어’ 뮤직비디오
줄거리


텔레비전 속에 등장한 영케이가 시트콤의 오프닝처럼 소개된다. 출연진의 이름과 캐릭터를 차례로 보여주는 익숙한 형식을 빌렸지만,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자 영케이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영케이가 도착한 곳은 수많은 제작진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촬영장이다. 그는 이내 환하게 웃으며 촬영에 임한다. 그러나 이내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지고 답답한 기색이 드러난다. 결국 영케이는 촬영장을 박차고 나가 문 너머의 넓은 초원으로 달려간다. 문을 열고 그를 쫓아오려는 제작진을 뒤로한 채 영케이는 비로소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


다시 촬영장으로 돌아온 영케이는 끊이지 않는 가십을 거부하는 노랫말에 맞춰 양손으로 귀를 막고 고개를 젓는다. 그러다 출구를 발견하고 또다시 문을 향해 달린다. 문밖에는 촬영장의 복잡함과 정반대인 푸른 초원이 펼쳐져 있다. 영케이는 초원 한가운데 놓인 침대에 몸을 던지고, 풀밭을 뛰어다니는 양들을 따라가며 해방감을 만끽한다.


하지만 케이는 촬영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억눌러왔던 감정이 점차 치솟고 마침내 영케이가 고음을 터뜨리자 촬영장에는 폭발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고, 놀란 제작진은 황급히 자리를 피한다. 모두가 떠난 촬영장에 혼자 남은 영케이는 그제야 후련한 미소를 짓는다.


ⓒ영케이 ‘셧 더 도어’ 뮤직비디오
해석


‘셧 더 도어’ 뮤직비디오에서 텔레비전과 촬영장은 타인에게 보여지는 ‘아티스트 영케이’의 세계다. 시트콤 오프닝은 영케이를 언제나 정해진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출연자로 소개한다. 촬영이 시작되면 자동으로 웃고, 끝나면 곧바로 굳어지는 얼굴은 대중 앞에서 감정을 감춰야 하는 아티스트의 양면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뮤직비디오의 핵심 오브제인 문은 차단과 탈출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가사에서 문은 상처를 주는 사람과 소음을 차단하고 혼자만의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닫는 것이다. 반대로 영상 속 영케이는 계속해서 문을 열고 촬영장을 빠져나간다. 촬영장의 문을 닫아야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세계가 열리는 구조다.


문 안과 밖의 구분도 일반적인 인식과 반대다. 보통 집이나 방 안이 현실이고 바깥이 세상이라면, 뮤직비디오에서는 촬영장이 타인의 시선에 둘러싸인 현실이고 초원이 가장 사적인 내면이다. 영케이가 닫으려는 것은 세상 전체가 아니라 자신을 괴롭히는 말과 타인이 요구하는 역할이다.


초원에 놓인 침대와 양은 가사를 그대로 시각화한 장치다. 제작진과 장비로 빼곡한 촬영장에서는 자신의 표정조차 마음대로 지을 수 없지만, 아무도 없는 초원에서는 침대에 뛰어들고 양을 쫓으며 어린아이처럼 웃는다.


마지막 촬영장의 폭발은 오랫동안 눌러온 감정이 한꺼번에 터지는 순간이다. 영케이가 고음을 내지르자 촬영을 유지하던 공간 자체가 연기로 뒤덮인다. 제작진이 도망친 뒤 그가 웃는 것은 사람들을 몰아낸 데서 오는 쾌감보다, 더는 웃는 연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이다.


ⓒ영케이 ‘셧 더 도어’ 뮤직비디오
총평


‘셧 더 도어’는 신스팝을 기반으로 한 빠른 템포와 펀치감 있는 스네어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배신과 가십, 외로움처럼 무거운 감정을 다루면서도 음악은 경쾌하게 전진한다.


전작 ‘이것밖에는 없다’가 하드록 발라드로 사라지는 사랑을 붙잡았다면 이번에는 기타보다 신시사이저, 진지한 서사보다 코미디 연기를 앞세웠다. 음악과 영상 모두 한층 밝고 대중적인 방향으로 향한 모습이다.


문을 통과할 때마다 촬영장과 초원이 빠르게 교차하는 편집과 시트콤식 연출은 이러한 음악적 대비와 잘 맞물린다. 가십을 듣고 싶지 않다는 대목에서는 귀를 막고, 침대로 뛰어들고 싶다는 마음은 초원 한가운데 놓인 침대로 표현하는 등, 가사의 내용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긴 직관적인 연출도 곡의 매력을 살린다.


한줄평


문을 닫은 건 세상이 아니라, 세상이 정해놓은 나의 역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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