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버티면 적자, 접자니 빚"…위기의 자영업, 곳곳에서 '한숨'

김찬주 기자 (chan7200@dailian.co.kr)

입력 2026.07.30 15:34  수정 2026.07.30 15:49

손님은 줄고 비용은 늘고…폐업률 지속 상승

직전 업주 적자에 '권리금 없는' 공실 수두룩

"자영업 문턱 높여야…출구전략 마련 시급"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 상권 내 한 점포 앞에 '권리금 없는 임대' 문구가 붙어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유지하자니 재료들은 쓰레기가 되고, 폐업하면 빚만 남겠죠. 자영업자 상당수는 하루하루 이런 걱정 속에 살고 있을 거예요. 하루만, 일주일만 더 버텨보자는 마음만 남은 거죠."


서울 동대문구에서 개인 주점을 운영하는 김도훈씨(33)는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을 자신의 상황에 빗대 이렇게 말했다.


30일 취재진이 찾은 서울 신촌과 광화문 주요 상권 일대에는 '임대 문의', '점포 정리' 문구가 붙은 점포들이 눈에 띄었다.


한때 회식과 저녁 자리로 붐볐던 과거와는 달리 현실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버티기도, 폐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 중구 광화문 일대에서 낙지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예전보다 저녁 술자리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우리도 영업시간을 2시간 단축했다. 주변에 주류 매출 비중이 높은 점포 가운데는 밤 10시가 되기 전에 문을 닫는 곳도 많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음식점 거리 내 한 점포에 '임대문의' 문구가 붙어 있다. 이곳은 신촌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불과한 초역세권 입지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서대문구 신촌 일대 상권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서울 주요 상권으로 꼽히는 신촌역에서 직진 거리로 불과 300m도 떨어져 있지 않은 지역엔 '권리금 없는 임대'라고 붙여진 점포가 눈에 쉽게 띄었다.


이 일대 자영업 현실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서 더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신촌 연세대학교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이곳 상권은 예전에 이렇게 빈 가게가 없었지만, 현재 몇 년째 공실인 곳도 많다"며 "심지어 1층 상가인데도 권리금이 없는 곳도 많다. 이전 점주가 영업을 하면서 흑자를 보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신촌에 '창업할 자리가 있느냐'는 문의가 많았고, 권리금도 부르는 게 값이었다"면서도 "요즘은 창업한다고 무턱대고 들어왔다 빚더미에 앉는 사람이 수두룩 하다"고 했다.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음식점 거리의 모습. 사진에 나온 일대의 1층 점포 세 곳 모두 '임대' 문구가 붙어있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실제 폐업을 결심한 자영업자도 만날 수 있었다.


서대문구 신촌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고희선씨(52)는 "임대차 계약 만료가 다가오는데 매달 적자가 나고 있어 더는 버틸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권리금은커녕 가게를 넘겨받겠다는 사람조차 없다. 원상복구를 위한 철거 비용만 1000만원이 넘게 든다더라"고 토로했다.


국내 자영업의 현실에 대한 자조적 의견도 나왔다.


인근에서 정육식당을 운영하는 문창진씨(62)는 "인건비와 식재료비, 임차료는 계속 오르는데 몇 미터 간격으로 같은 업종 점포가 들어서 있다"며 "지금은 망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할 정도의 경쟁 구조"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장의 어려움은 금융당국이 집계한 통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 총대출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092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취약차주 연체율도 2021년 말 4.36%에서 작년 기준 12.14%까지 상승해 3배 수준으로 뛰었다.


실제 폐업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5년 폐업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 사업자는 97만6000곳에 달했다. 국세청 국세통계 기준 전체 사업자 폐업률은 8.64%였지만 소매업·음식업 등 소상공인 주요 6대 업종의 폐업률은 11.08%로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29일 오후 5시 서울 소재 한 음식점 거리의 모습.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자영업자들이 모인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폐업 결정에 대한 고민 게시글이 상당수 게재되고 있다.


작성자 A씨는 "매달 마이너스 나는 것도 메우는 데 한계가 생겨 폐업을 결정했다"며 "폐업 후 빚만 쌓였다. 왜 했을까,(장사를 결심한) 그 때 (내가) 뭐에 홀렸나 싶다. 너무 화가난다"고 적었다.


B씨는 "폐업하면 코로나19 당시 받았던 대출 3000만원을 일시 상환해야 하는데 도저히 형편이 안 돼 새출발기금 부실차주를 준비하려고 한다"며 "설상가상 내년에 새출발기금 제도도 없어진다는 말이 있어서 불안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중구 황학동주방거리에 주방 용품이 가득 쌓여있다. ⓒ뉴시스

자영업자들을 둘러싼 더 큰 위기는 폐업 이후에도 남아 있는 '부채'다.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3월 폐업한 소상공인 82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5 폐업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폐업을 결심한 시점의 부채액은 평균 1억236만원이었다.


낮은 진입장벽과는 반대로, 높은 현실의 벽을 마주한 자영업자들이 처한 현실은 노란우산공제의 '폐업공제금' 지급 규모에서도 나타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노란우산 폐업공제금 지급액은 1조3864억원(9만8600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1조3019억원, 10만2940건)보다 6.49% 증가한 수치다.


폐업을 이유로 공제금 지급액이 늘었다는 것은 퇴직금을 깰 만큼 버티기 어려운 수준에 다다랐다는 의미다.


다만 전문가들은 자영업 위기를 단순 경기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자영업 진입 문턱이 매우 낮은 편"이라며 "최소한의 준비 과정 없이 창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입 단계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은퇴 후 자영업자들이 사업을 원활히 정리할 수 있는 출구 시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창업 뿐 아니라 폐업 이후까지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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