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과 함께 ‘아이돌 공식’도 내려놨다…코르티스 첫 투어의 명암 [가요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7.22 13:20  수정 2026.07.22 13:21

기존 틀 깬 첫 투어, 관객 반응은 ‘글쎄’

케이팝 팬덤, 티켓값 상한 이어 공연 구성 기준까지 바뀔까 경계

공연이 길다고 반드시 좋은 콘서트는 아니다. 의상 교체와 영상이 차지하는 시간을 줄이고 음악과 퍼포먼스를 쉼 없이 이어간다면 100분도 충분히 밀도 높은 공연이 될 수 있다. 코르티스(CORTIS)가 첫 단독 투어에서 시도한 방식도 이와 맞닿아 있었다. 그러나 공연을 마친 뒤 팬들이 체감한 것은 ‘밀도’보다 ‘부족함’이었다.


코르티스 ⓒ빅히트 뮤직

21일 빅히트 뮤직에 따르면 코르티스는 지난 18~19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첫 월드투어 ‘풋 유어 폰 다운’(PUT YOUR PHONE DOWN)을 개최했다. 지난해 8월 데뷔한 지 약 11개월 만에 연 첫 단독 콘서트다. 티켓 가격은 14만 3000원이었다.


논란은 첫날 공연이 끝난 뒤 불거졌다. 코르티스는 약 1시간 40분 동안 ‘영크리에이터크루’(YOUNGCREATORCREW)를 5차례, ‘레드레드’(REDRED)를 4차례 선보였다. 여기에 별도의 의상 교체 없이 한 벌로 공연을 마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여론을 의식한 것인지 둘째 날 공연에서는 관객에게 듣고 싶은 곡을 신청받아 서로 다른 7곡으로 앙코르를 꾸몄고, 멤버들의 멘트와 전체 공연 시간도 늘어났으나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VCR 영상과 의상 교체 시간을 줄인 대신 멤버들이 약 100분 동안 무대를 계속 이어갔다는 점은 고려할 부분이다. 그럼에도 기획자의 의도와 관객이 받아들인 경험 사이에는 간극이 생겼다. 본 공연과 앙코르의 경계를 없앤 선택은 ‘쉴 틈 없는 무대’보다 ‘가격만큼의 가치가 없는 콘서트’라는 인상을 남겼다.


코르티스 팬 A씨는 “발표곡이 많지 않아 첫 콘서트의 세트리스트를 어떻게 채울지 공연 전부터 걱정했다”며 “그래도 커버곡이나 미발매곡 등 새로운 무대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곡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방식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 곡을 반복하는 공연 방식 자체는 힙합계에서 낯선 일이 아니다. 트래비스 스콧(Travis Scott)은 2017년 미국 오클라호마 공연에서 ‘구스범스’(goosebumps)를 14번 연달아 불렀다. 제이지(JAY-Z)와 칸예 웨스트(Kanye West)도 2012년 프랑스 파리 공연에서 ‘니거스 인 파리’(Niggas in Paris)를 12번 선보였다.


그러나 조건은 달랐다. 스콧은 ‘구스범스’를 반복하기 전에 자신의 곡과 커버곡 등 서로 다른 18개 무대를 먼저 소화했다. 당시 그는 첫 믹스테이프를 발표한 지 4년이 지났고 정규앨범 2장을 보유했다. ‘구스범스’ 14회는 부족한 세트리스트를 채우는 장치가 아니라 공연 후반의 에너지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이벤트였다. 제이지와 칸예 역시 당시 정규 데뷔 기준 각각 16년, 8년 차였다. 투어에서는 약 2시간 30분 동안 히트곡을 충분히 보여준 뒤 같은 곡을 공연의 마지막에 반복했다.


코르티스가 신인이라는 이유로 실험적인 공연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베테랑의 공연 문법을 가져왔다면 이를 지탱할 레퍼토리와 기획도 함께 준비해야 했다. 발표곡이 12곡뿐인 시점에 대형 아레나에서 월드투어를 시작한 결정이 적절했는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같은 빅히트 뮤직 소속인 방탄소년단(BTS)은 데뷔 1년 4개월 만인 2014년 10월 서울 악스코리아에서 첫 단독 콘서트 ‘더 레드 불렛’(THE RED BULLET)을 열었다. 코르티스보다 약 5개월 더 활동한 시점이었다. 당시 방탄소년단은 억압된 교실을 표현한 인트로 영상으로 팀의 정체성을 제시하고 약 150분 동안 24곡을 선보였다. 별도의 앙코르 공연도 포함됐다.


방탄소년단 ⓒ빅히트 뮤직

지난 4월 고양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아리랑’(ARIRANG) 투어 첫 공연에서도 방탄소년단은 천을 활용해 바다와 승무, 태극 문양을 표현하며 정규 5집 타이틀곡 ‘스윔’(SWIM)을 시각화했고, 초기 히트곡은 빠른 BPM의 리믹스로 묶어 흥을 올렸다. 또한 경기장 트랙을 따라 이동하며 먼 좌석의 관객과 만나는 동선도 마련하는 등, 각각의 장치가 다음 무대로 넘어가는 이유와 공연의 서사를 만들었다.


또한 하이브 산하 레이블은 국내 콘서트에서 기존에 없던 가격과 상품 구성을 잇달아 선보여왔다. 방탄소년단의 ‘아리랑’ 고양 공연은 그라운드 전석에 사운드체크를 결합해 26만 4000원에 판매했다. 아일릿(ILLIT)의 경우 올해 첫 투어를 시작했음에도 서울 공연에서 밋앤그릿석(MEET&GREET석, 공연이 끝난 후 아티스트와 팬이 가깝게 만나 팬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구역)을 25만 3000원에 책정하기도 했다.


한 번 높아진 가격과 새롭게 도입된 상품 구성이 업계의 기준으로 굳어지는 과정을 지켜본 팬들은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운드체크와 밋앤그릿을 앞세워 티켓 가격의 상한을 높였다면, 이번에는 ‘새로운 공연 문법’을 이유로 러닝타임과 연출을 간소화한 방식이 공연 구성의 새로운 하한으로 자리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러한 불안이 커진 데에는 그동안 회사가 팬들에게 쌓아온 신뢰의 문제가 작용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발표곡과 공연 경험이 충분히 쌓이지 않은 신인에게 동일 곡 반복을 중심으로 한 공연 방식은 다소 성급한 선택이었다”며 “정형화된 아이돌 콘서트의 틀을 깨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지만, 기존 형식과 다른 공연이라면 구성과 러닝타임 등을 사전에 충분히 알려 관객에게 선택권을 줬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멤버들이 약 100분 동안 쉬지 않고 무대를 이어간 것과 별개로 전체적인 관람 경험이 14만3000원에 부합했는지는 의문”이라며 “팬들이 아티스트를 보호하기 위해 불만을 감수하는 구조에 회사가 기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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