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는 줄고 물가는 뛰는데…민생 가린 ‘3·4·5’ [기자수첩-정책경제]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6.07.20 07:00  수정 2026.07.20 07:00

취업자 증가 전망 낮추고 물가 전망은 상향

달성 시점 없는 비전…반도체 의존도 여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역대 정부 경제 비전에는 숫자가 자주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의 ‘747’, 박근혜 정부의 ‘474’가 대표적이다. 숫자는 기억하기 쉽고 목표도 선명해 보인다.


이재명 정부도 잠재성장률 3%, 수출 4강, 1인당 국민총소득(GNI) 5만달러를 뜻하는 ‘3·4·5’를 새로운 경제 비전으로 제시했다. 미래 성장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의미는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략만 봐도 올해 경제 상황 전망은 결코 녹록지 않다.


올해 실질성장률 전망치는 3%로 높였지만 취업자 증가 전망은 기존보다 낮췄다. 물가 전망도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공급망 불안 등을 반영해 높였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역시 뚜렷한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정부가 내놓은 전망만 놓고 봐도 국민이 체감할 민생경제는 여전히 무겁다. 그런데도 정부는 현재의 물가와 고용보다 ‘3·4·5’를 경제 비전의 전면에 내세웠다.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수출 경쟁력을 높여 국민소득 5만 달러로 가야 한다는 방향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언젠가 도달해야 할 방향을 숫자로 제시하는 것만으로 국가 비전이 완성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하반기 경제전략 상세 브리핑에서 “3·4·5 비전이 도전적인 목표”라면서도 “구체적인 달성 시기를 짚기는 어렵다. 자신감을 갖고 이재명 정부 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잠재성장률 3%, 수출 4강, 국민소득 5만달러를 언제 달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했다.


목표 연도가 없으면 추진 속도를 평가하기 어렵고 성과와 실패의 기준도 모호해진다. 숫자는 구체적인데 책임을 물을 시간표는 흐릿한 셈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숫자로 경제 목표를 내걸었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드 보복 등 대외 변수의 영향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 비전은 언제든 예상하지 못한 충격과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3·4·5 역시 반도체 호황을 주요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반도체 경기가 이어지면 성장률과 수출, 국민소득 모두 개선될 수 있다. 반대로 반도체 가격과 수요가 꺾이거나 중동 정세가 다시 악화하면 정부 전망의 전제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경제 전략은 목표를 제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반도체 호황 이후의 성장동력은 무엇인지, 고용 없는 성장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고물가와 고금리 속 내수를 어떻게 회복시킬 것인지에 대한 답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


지금 국민이 듣고 싶은 것은 언젠가 도달할 ‘3·4·5’보다 취업자 감소와 물가 상승, 소비와 건설 부진을 언제 어떻게 돌려세울지에 대한 설명이다. 미래의 숫자가 현재의 민생을 가리는 순간 경제 비전은 희망보다 구호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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