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1년…상장사 84% "이사회 운영 방식 변화"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7.13 09:46  수정 2026.07.13 09:47

대한상공회의소, 상장사 300곳 조사

사내 검토 강화(47%)·외부자문 확대(46%)

대한상공회의소 전경ⓒ대한상공회의소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을 담은 개정 상법이 시행 1년을 맞은 가운데 상장기업 10곳 중 8곳이 이사회 운영방식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사내 법률 검토와 외부 자문을 강화하는 등 제도 변화에 대응하고 있지만 절반 이상은 소송 위험이 커졌다고 인식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상장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상법 개정 1년, 경영환경 변화와 제도 안착을 위한 지원과제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4.3%는 상법 개정 이후 이사회 운영방식에 변화가 생겼다고 답했다.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15.7%였다. 이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는 '법무·준법팀의 사전 검토 등 사내 점검 절차를 신설·강화했다'는 응답이 47.0%로 가장 많았다. 이어 외부 전문가의 법률·회계 자문 확대(45.7%), 이사별 찬반 의견 등을 포함한 이사회 의사록 상세 작성(43.7%), 이사회 안건 사전 배포 및 검토 의견 제출 절차 강화(39.7%), 특별위원회 구성(14.0%) 순이었다.


이사회 운영 변화의 영향에 대해서는 39.6%가 "의사결정의 책임성이 높아지고 지배구조 투명성이 개선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22.4%는 "컴플라이언스 비용 증가와 의사결정 지연 등 기업 부담이 커졌다"고 응답했다. '아직 체감할 만한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37.3%였다.


기업들은 소송 위험도 커졌다고 인식했다. 응답기업의 53.7%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 이후 주주대표소송이나 손해배상청구 등 법적 분쟁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반면 소송 우려가 줄었다는 응답은 6.0%에 그쳤고, 40.3%는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주요 투자나 사업재편 등 의사결정에도 영향이 나타났다. 응답기업의 21.7%는 "법적 검토 강화로 주요 의사결정이 지연·보류·취소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71.7%, 오히려 의사결정이 빨라졌다는 응답은 6.6%였다.


지연·보류·취소된 의사결정은 신사업 진출과 M&A 등 신규 투자(30.8%)가 가장 많았다. 이어 재무·자본 조달(18.5%), 임원 선임·보수(16.9%), 자산 취득·처분(15.4%), 계열사 간 거래·구조 변경(15.4%) 순으로 나타났다.


시행을 앞둔 제도에 대한 기업들의 준비는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 1월 시행되는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대상인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가운데 시스템 구축을 완료한 기업은 16.0%에 그쳤다. 가장 많은 34.0%는 "내부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인 조치는 아직 착수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정관만 개정하고 운영체계는 미정비(26.0%), 플랫폼 선정과 보안체계 등을 구축 중(24.0%) 순이었다.


내년 7월 말까지 독립이사 선임 비율을 3분의 1 이상으로 맞춰야 하는 자산 1000억원 이상~2조원 미만 상장사의 경우 52.8%가 후보자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요건을 충족한 기업은 47.2%였다.


기업들은 개정 상법이 현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필요한 정책 과제로는 '이사의 충실의무 가이드라인 보완'(37.3%)이 꼽혔다. 이어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20.3%)와 현장 실무자를 위한 법률·컴플라이언스 교육 지원(12.7%) 등이 뒤를 이었다.


최은락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상법 개정 이후 지난 1년간 기업들은 이사회 운영방식을 바꾸며 제도 준수에 힘써 왔다"며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려면 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현장사례를 반영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마련과 실무 부담을 덜어주는 현장 밀착형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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