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유증, 왜 니켈로 향했나…가격 경쟁력의 '열쇠' [K배터리 원가전쟁②]

이소영기자 (sy@dailian.co.kr), 정진주 기자

입력 2026.07.14 06:00  수정 2026.07.14 06:00

유증 자금 60% 니켈 제련소에 투입…장기 공급 물량 확보

20~30% 원가 절감 관측…하이니켈 가격 경쟁력 강화 기반

니켈 가격 약세에도 선제 투자…성패는 제련 공정 경제성에

AI 이미지

전기차도 잘 안 팔리고 니켈값도 약세인데, 왜 지금 니켈에 7000억원이 넘는 돈을 넣을까. 에코프로비엠의 유상증자를 두고 시장이 가장 먼저 품은 의문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조달금 1조2000억원 가운데 64%에 해당하는 7650억원을 인도네시아 BNSI 니켈 제련소 지분 취득에 쓰기로 했다.


시점만 놓고 보면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전기차 수요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니켈 가격은 인도네시아발 공급 확대로 수년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료값이 낮은 상황에서 굳이 제련소 지분까지 확보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에코프로비엠의 계산은 다르다. 회사는 지금을 원료 조달 구조를 바꿀 시점으로 보고 있다. 배터리 소재 산업의 경쟁축이 생산력에서 원가로 옮겨가면서, 필요할 때 값싼 원료를 사오는 방식만으로는 장기 경쟁력을 지키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제련소 지분과 장기 공급권을 확보해 니켈 조달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하이니켈 양극재의 가격 경쟁력을 지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니켈 값보다 중요한 조달 구조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던 시기에는 생산 능력 확보가 우선이었다. 주문이 늘어나는 속도에 맞춰 공장을 짓고 많은 물량을 공급하는 기업이 유리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장기 캐즘 국면에 들어서면서 기업들의 계산도 달라졌다. 완성차 업체가 차량 가격을 낮추면 배터리 셀 업체도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이 부담은 다시 양극재 등 소재 업체로 내려온다.


하이니켈 양극재는 원가 구조상 니켈 의존도가 높다. 니켈이 전체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가격 변동이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니켈 가격이 오르면 제조 원가가 뛰고, 가격이 내려가도 판매 가격 하락과 재고 부담이 뒤따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니켈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이 아닌 조달 구조다. 외부 시장에서 필요할 때마다 사오는 구조로는 가격 변동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제련소 지분과 장기 공급권을 통해 원료를 직접 확보하면 조달 비용을 낮추고 가격 변동에 따른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제련소 지분으로 원가 30% 낮춘다
에코프로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 통합 밸류체인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이 BNSI 투자를 원가 경쟁력 확보의 열쇠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업계에서는 BNSI 제련소를 통한 니켈 확보가 기존 외부 구매 방식보다 조달 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제련소 지분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면 니켈 원료 투입 비용을 기존 대비 20~30% 가량 낮출 수 있다.


에코프로비엠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원재료 매입액은 1조9303억원이다. 이 가운데 양극재 제조에 쓰이는 주요 소재 매입액은 1조9068억원으로, 전체 원재료 매입액의 98% 이상을 차지했다. 니켈 원료 구입비가 별도로 공시되지는 않았으나 양극재 사업에서 원재료 조달 부담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큰 구조다.


중국산 저가 배터리 소재 공세도 니켈 투자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 업체들은 원료부터 소재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키워왔다. 여기에 LFP 배터리 확산까지 맞물리며 삼원계 배터리와 하이니켈 양극재도 가격 경쟁 압박을 받고 있다.


LFP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다. 고성능 전기차 시장에서는 여전히 하이니켈 양극재 수요가 남아 있지만, 가격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중국산 저가 소재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기술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장이 된 셈이다.


에코프로 그룹은 하이니켈 양극재로 성장해온 기업이다. 지난해 하이니켈 양극재 수출량은 약 10만7000t으로 전년보다 24.4% 늘었다. 2013년 첫 수출 이후 10년 만에 연간 수출 10만t을 넘어섰다. 수출 물량을 키워온 만큼 앞으로는 이 물량을 얼마나 낮은 원가로 생산하느냐가 실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BNSI 투자 또한 이 지점을 겨냥한다. 에코프로는 앞서 인도네시아 1단계 투자를 통해 연 2만9000t 규모의 니켈 장기 공급 물량을 확보했다. 여기에 BNSI를 통해 3만6000t 가량을 추가로 확보하면 전체 니켈 확보 물량은 6만5000t 수준으로 늘어난다. 원료 조달 기반이 커질수록 양극재 생산 과정에서 외부 가격 변동에 흔들릴 여지도 줄어든다.


에코프로비엠 입장에서는 단순히 그룹이 광물을 확보한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BNSI가 예정대로 연결 자회사로 편입되면 제련소 실적 일부가 에코프로비엠 연결 실적에 반영될 수 있다. 원료 조달 비용 절감과 지분 투자 효과가 동시에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유증 성패는 제련 경제성에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BNSI 제련소 전경 ⓒ에코프로그룹

다만 리스크도 남아 있다. 니켈 가격 약세가 길어지면 제련소 투자 회수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 전기차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거나 LFP 확산으로 하이니켈 양극재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도 변수다. 인도네시아 제련소가 계획대로 가동되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니켈 확보가 곧바로 원가 절감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제련소 투자가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안정적인 가동과 공정 효율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금속 자원 확보는 원광을 사들이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련 공정에 투자할 때 의미가 있다”며 “중국보다 효율적인 공정을 갖춰 더 낮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정제된 금속 자원은 중국 영향력이 큰 만큼 국제 공급망에 영향을 줄 정도의 규모가 되면 중국의 견제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를 견디고 경제성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현 과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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