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 특수는커녕 공사비부터 뛴다”…건설업계 또 덮친 ‘중동 리스크’

임정희 기자 (1jh@dailian.co.kr)

입력 2026.07.14 07:35  수정 2026.07.14 07:35

미국-이란 갈등 반복,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

중동 수주 실적 급감, 재건사업 기대감도 ‘찬물’

건설공사비지수 137.67 역대 최고, 하반기도 상승 압력 多

ⓒ게티이미지뱅크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며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 회복 기대감도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진정으로 중동 지역의 발주 재개와 전후 재건사업 참여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양국이 공격을 주고받으며 불확실성이 켜켰다.


특히 건설업계에선 긴장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한 건설공사비가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란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14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재봉쇄가 현실화되며 지난달 마련된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이 사실상 힘을 잃었다.


지난 주말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공격을 가하자 미국이 이란에 즉시 보복에 나선 것이다.


이후 이란은 미군 기지 등이 위치한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등에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며 갈등이 번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업계 안팎에서 예상됐던 중동 수주 확대 기대감도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동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실적이 집중되는 곳으로 꼽힌다. 플랜트와 정유시설을 비롯해 대형 인프라 사업 등 국내 건설사들이 장기적으로 사업 경험을 축적해 왔다.


하지만 올해 중동전쟁 여파 등으로 수주 실적이 급감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12억7000만 달러로 최근 3년 평균치(74억1000만 달러) 대비 82.8% 감소했다.


전체 해외건설 수주에서 중동이 차지하는 비중도 과거 3년 평균 34.8%에서 올해 상반기 11.3%로 대폭 쪼그라들었다.


당초 건설업계는 종전 협상이 마무리되면 미뤄졌던 중동 발주가 재개되고 전쟁으로 파괴된 인프라 복구 사업이 새로운 일감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군사적 충돌이 이어지며 전망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건설사 중 유일하게 이란에 지사를 두고 있는 DL이앤씨도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이란에서 1990년대 이후 가장 많은 수주 실적을 쌓은 경험을 토대로, 재건사업 진출 시 큰 수혜를 볼 것으로 평가됐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이란 지사 담당자는 제3국으로 대피한 상태다. 상황이 개선되면 이란 내 수주에 참여할 수 있다”면서도 “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종전이 완료되더라도 재건 사업이 구체화될 때 수주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 닥친 더 큰 문제는 공사비 상승 압박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이란의 공습 재개로 국제유가 상승 흐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차질이 지속되거나 군사적 충돌이 확대될 경우 유가 상승은 불가피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가 오르면 당장 자재 운송료 등에 반영될뿐 아니라, 시차를 두고 자재값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공사비는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오른 상태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7.67(잠정)로 역대 최고 수준을 다시 경신했다.


여기에 전쟁에 따른 유가 및 원자재값 상승분이 하반기 공사비에 추가로 반영될 경우 건설사의 원가 부담이 커지게 된다.


또 주택 공급 측면에서도 정비사업의 공사비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고, 이 같은 여파는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또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이미 오른 공사비는 떨어지기 쉽지 않다”며 “건설사들의 원가율 상승, 수익성 악화는 물론 결국 소비자들에게도 공사비 인상 영향이 번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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