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기반 초고속 데이터 처리 가능성 확인
전기적 제어로 광신호 조절 구현
AI 데이터센터 혁신 기술로 주목
그래핀 전기 소자에서 발생하는 사광파 혼합 반응 모식도. ⓒ아주대 제공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광정보 처리 핵심 소재로 꼽히는 그래핀에서 기존보다 훨씬 강력한 비선형 광학 반응을 발견하고, 이를 전기적으로 제어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성과는 빛을 활용한 고속·저전력 데이터 처리 기술의 기반을 제시하며, 향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광컴퓨팅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아주대학교는 6일 물리학과 염동일 교수 연구팀이 그래핀에서 기존 보고치를 크게 상회하는 비선형 광현상을 관측하고, 전기적 도핑을 통해 해당 특성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벌집 구조로 배열된 2차원 물질로, 전기적 이동성과 광학적 특성이 뛰어나 차세대 반도체 및 광소자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전자 이동 속도가 구리 대비 100배 이상 빠르며, 얇고 투명하면서도 높은 기계적 강도를 지닌 것이 특징이다.
다만 단일 원자층 구조로 인해 빛 흡수율이 약 2.3%에 그쳐 실제 광소자 응용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낮은 흡수율은 광 신호의 변조 및 검출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연구진은 비선형 광학 현상인 '사광파 혼합(Four-Wave Mixing, FWM)'에 주목했다. 이는 서로 다른 세 개의 빛이 물질과 상호작용하면서 새로운 파장의 빛을 생성하는 현상으로, 빛의 세기에 따라 반응이 비선형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가진다. 특히 거의 동일한 파장의 빛을 사용하는 '준축퇴 조건'에서 그래핀의 독특한 전자 구조로 인해 강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동안 실험적 검증은 부족했다.
연구팀은 '준축퇴 사광파 혼합(NDFWM)' 실험을 통해 그래핀에서 매우 높은 비선형 광응답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 3차 비선형 감수율은 광통신 C-밴드 영역에서 약 10⁻¹³ m²/V²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기존 고성능 소재보다 1000배 이상 큰 값이다. 이로써 낮은 에너지로도 강력한 광신호 변환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또한 전기적 도핑을 활용해 그래핀의 광신호 온·오프 대비를 최대 23dB(약 99.5%)까지 조절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러한 성과는 광통신, 광센싱뿐 아니라 전기 신호를 대체하는 광 기반 연산 기술에도 적용될 수 있어 AI 데이터센터의 효율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더 나아가 그래핀 내부 전자의 초고속 동역학 특성도 새롭게 규명했다. 낮은 광세기 환경에서 특정 전기적 조건에서 비선형 응답이 공명 형태를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이는 전자의 '결맞음 시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론적으로는 양자 마스터 방정식을 기반으로 해당 현상이 그래핀 내 디랙 전자의 결맞음 특성에서 기인함을 밝혀냈다. 실험 결과, 광여기된 전자의 결맞음 시간은 최대 70펨토초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고조파 생성 방식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영역으로, 초고속 양자 동역학 연구에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그래핀을 활용한 초고속 광신호 처리뿐 아니라 △광통신 네트워크 △광 기반 AI 연산 △차세대 정보처리 기술 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기반 기술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염동일 교수는"그래핀의 비선형 광응답이 효율적인 신호 변환뿐 아니라 전자의 초고속 양자 특성을 분석하는 데에도 유용한 도구임을 확인했다"며 "향후 초저전력 광소자 및 고속 광정보 처리 기술 개발에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실 후속사업과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양자암호통신 기술 고도화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는 '준축퇴 사광파 혼합을 통한 디랙 페르미온의 비선형 위상 결맞음 소실 동역학 제어(Manipulating Nonlinear Dephasing Dynamics of Dirac Fermions in Nearly Degenerate Four-Wave Mixing)'라는 제목으로 국제 학술지 <PhotoniX>에 지난 6월 게재됐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DGIST 연구진도 공동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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