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중환자실의 위기…데이터·AI에서 찾는 해법 [내일의 닥터]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7.05 06:00  수정 2026.07.05 06:00

김현호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AI로 발달지연·후유증 선제 예측, 조기 재활·맞춤 치료 유도

“의사 대체 아닌 ‘진료 보조’…현장 부담 덜 임상 시스템 구축”




‘내일의 닥터’는 의료산업의 혁신 흐름을 읽습니다. AI·로봇·데이터가 바꾸는 병원 생태계, 그리고 그 변화를 이끄는 기술·정책·시장 트렌드를 심층 분석합니다.



김현호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생아분과) 교수가 6월 16일 서울성모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생아중환자실(NICU)에는 매일 방대한 의료데이터가 쌓입니다. 신생아 진료는 작은 변화 하나가 예후를 좌우하는 만큼, 사람의 경험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신호가 데이터 속에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AI)이 이를 분석해 의료진의 판단을 뒷받침한다면 더 빠르고 정밀한 치료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김현호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생아분과) 교수는 최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AI를 이야기하면서 기술보다 ‘현장’을 먼저 꺼냈다. 최근 의료계에서 AI가 화두가 되고 있지만, 신생아 분야에서는 화려한 기술보다 부족한 의료 인력 보완과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가 앞으로의 과제라는 것이다.


저출산 시대에도 미숙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고령 임신과 난임 시술, 다태아 임신이 늘면서 고위험 신생아도 함께 늘었다. 반면 이들을 돌볼 신생아 세부전문의와 전담 간호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24시간 긴장 속에서 환자를 돌봐야 하는 NICU의 인력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김 교수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의료데이터로 향했다. 신생아중환자실에 축적되는 방대한 임상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신생아의 상태를 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진의 업무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면 더 빠르고 정밀한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AI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제가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 2020년 전후였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AI가 활성화된 시기는 아니었고,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기였죠. NICU는 어떤 진료과보다 데이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정작 활용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잘 해놓으면 나중에 도움이 될 만한 게 있을 수 있겠다 해서 그때부터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 교수 연구팀은 미숙아의 퇴원 시점 뇌 영상을 분석해 향후 발달을 예측하는 AI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생존 자체가 어려웠던 1kg 미만, 심지어 500g 안팎의 초극소저체중 출생아 상당수가 이제는 건강하게 퇴원할 만큼 신생아 치료는 크게 발전했다. 이에 따라 의료 현장의 치료 목표도 ‘생존’에서 ‘건강한 성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김현호 성 니콜라스 어린이병원(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생아분과) 교수가 6월 16일 서울성모병원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김 교수는 AI가 이러한 변화의 중요한 도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발달지연 위험을 미리 예측해 재활치료나 언어치료가 필요한 아이에게는 조기에 개입하고, 위험도가 낮은 아이에게는 불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인력난을 완화해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는 “앞으로는 단순히 아이를 살리는 것을 넘어 얼마나 건강하게 성장시키느냐가 더 중요한 시대”라며 “정밀한 예측이 가능해질수록 아이마다 위험도에 맞춘 개인 맞춤형 치료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 교수 연구팀은 미숙아망막병증과 뇌실내출혈, 선천성 심장질환의 발달 예후를 예측하는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의료진이 실제 진료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기반 임상 의사결정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것과 달리, 의료현장에서 이를 활용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실제 진료를 담당하는 임상의의 참여가 부족하다는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김 교수는 “AI를 만드는 사람은 많지만 실제 환자를 보는 의사가 개발 과정에 충분히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임상에서 정말 필요한 기능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의료진이지만, 신생아 전문의들은 진료만으로도 매우 바빠 연구에 적극 참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의료계에서 주목받는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에 대해서는 기대와 신중함을 동시에 내비쳤다. 그는 “AI 기술 발전 속도를 생각하면 앞으로 몇 년 안에 신생아 진료에서도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AI가 의료진을 대신할 수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당장은 신생아를 직접 치료하기보다 의료진을 보조하는 역할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AI는 데이터를 분석해 근거를 제시하는 도구일 뿐”이라며 “환자의 상태와 가족의 상황까지 종합해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것은 결국 의료진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가 AI를 연구하는 이유도 결국 ‘기술’이 아닌 ‘사람’에 있었다. 그는 “좋은 AI 플랫폼을 만들어 신생아를 진료하는 의료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며 “더 많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퇴원하고, 현장의 의료진이 조금 덜 힘들게 진료할 수 있다면 그것이 연구를 계속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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