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2000억원 규모 유증 결정…인니 제련소·헝가리 공장에 투입
원재료 내재화 명분에도 주주가치 희석 우려…1일 주가도 약세
현재 건설 중인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BNSI 제련소 현장 전경 ⓒ에코프로
에코프로 그룹이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뒤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회사는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투자를 통해 삼원계 양극재 원가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으나, 배터리 소재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대규모 신주 발행을 두고 시장의 냉랭한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모두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에코프로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13% 하락한 9만5800원, 에코프로비엠은 6.95% 내린 13만2600원을 기록했다. 전날 장 마감 이후 1조원이 넘는 유상증자 계획이 공개되면서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반영된 영향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990만990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조달 규모는 1조2000억원으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규 발행 주식 수는 기존 발행 주식 수의 약 10.1%에 해당한다. 예정 발행가액은 기준 주가 대비 20% 할인율을 적용해 12만1200원으로 책정됐다.
에코프로 그룹은 에코프로비엠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인도네시아 니켈 제련소 지분 확보와 헝가리 공장 투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인도네시아 BNSI 니켈 제련소 지분 취득에 7650억원, 헝가리 법인 양산 관련 운영 자금 및 잔여 투자비에 1500억원을 투입한다. 나머지 1500억원은 국내 양극재 생산 시설 투자 등 시설 자금으로, 1350억원은 원재료 매입 등 운영 자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에코프로 그룹의 대규모 자금 조달은 니켈 내재화를 통해 삼원계 양극재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LFP 배터리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넓히는 상황에서 하이니켈 삼원계 양극재의 원가를 낮추기 위해서는 핵심 원료인 니켈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인도네시아 IGIP 산업단지에 건설 중인 BNSI 제련소 지분 39%를 확보해 대주주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BNSI 제련소는 전기차 약 200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연산 9만톤 규모의 니켈 생산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에코프로는 앞서 인도네시아 1단계 IMIP 프로젝트를 통해 약 2만9000톤의 니켈 수급권을 확보했다. 이번 투자가 마무리되면 3만6000톤이 추가돼 총 6만5000톤의 니켈 수급권을 갖게 된다. 에코프로는 이를 통해 니켈부터 전구체, 양극재, 리사이클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삼원계 양극재의 가격 대응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시장은 투자 필요성보다 자금 조달 부담에 먼저 반응하고 있다. 배터리 소재 업황 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신주 발행이 이뤄지는 만큼 단기적으로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규 발행 주식 수가 기존 주식 수의 10%를 넘는 데다 발행가액에도 할인율이 적용되면서 기존 주주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니켈 가격 변동성도 변수다. 니켈을 직접 확보하면 가격 상승기에는 조달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지만, 반대로 니켈 가격 약세가 이어질 경우 대규모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인도네시아 제련소가 실제 가동되고 원가 절감 효과가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시장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지주사 에코프로는 이번 유상증자에서 구주주 청약에 100% 참여하고, 실권이 발생할 경우 120%까지 청약 규모를 확대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를 책임 경영과 미래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대주주의 청약 참여만으로 시장 우려가 모두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원석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는 중장기적으로 원재료 내재화와 유럽 현지 생산 능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라는 점에서 명분은 존재한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주주가치 희석, 업황 회복 지연,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 대규모 투자 회수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시장의 부정적인 반응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