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에 지친 암 환자 가족…우울·불안 키운 '이것'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6.29 10:43  수정 2026.06.29 10:43

서울대병원, 진행성 암 환자 가족 200명 분석

경제적 스트레스, 삶의 질 저하·불안·우울 위험 높여

사회적 고립도 보호자 건강 위협…“지원체계 확대 필요”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암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건강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것은 단순한 ‘의료비 지출’이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심리적 스트레스’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돌봄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 역시 보호자의 삶의 질과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독립적인 위험 요인으로 확인됐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유신혜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 공동연구팀은 진행성 암 환자 가족 200명을 대상으로 경제적 부담(재정 독성)과 사회적 관계망이 보호자의 삶의 질(HRQoL), 불안·우울, 주관적 건강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항암 치료 기술의 발전으로 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길어지면서 가족이 감당해야 하는 경제적·사회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이 암 환자 의료비의 95%를 지원하지만,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신약 항암제 비용은 전액 본인 부담이며 사적 간병비도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관련 연구는 대부분 환자 중심으로 이뤄져 보호자의 건강 문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연구팀은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을 COST-FACIT 설문도구를 활용해 의료비와 생활비 부담 등 ‘물질적 부담’과 재정 걱정, 통제감 상실 등 ‘심리적 스트레스’로 구분해 평가했다. 사회적 관계망은 친인척·친구와의 교류 빈도, 종교·여가·봉사활동 참여 여부, 이웃 간 신뢰도 등을 기준으로 분석했으며, 연령과 소득, 환자 상태 등을 보정한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분석으로 각 요인의 영향을 확인했다.


경제적 부담에 따른 '심리적 스트레스'와 '물질적 부담'이 보호자의 삶의 질 및 정신건강 악화 위험에 미치는 영향 비교 ⓒ서울대병원

분석 결과 실제 의료비 지출을 의미하는 물질적 부담보다 경제적 어려움에서 비롯된 심리적 스트레스가 보호자의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심리적 스트레스가 높은 보호자는 그렇지 않은 보호자보다 삶의 질 저하 위험이 8.35배, 불안 위험은 7.44배, 주관적 건강 악화 위험은 3.77배, 우울 위험은 2.81배 높았다. 반면 물질적 부담은 우울 위험을 2.67배 높이는 데 그쳤다.


사회적 관계망도 보호자의 건강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친구와 월 2회 미만으로 교류하는 보호자는 삶의 질 저하 위험이 2.36배 높았고, 종교·여가·봉사활동 등 사회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보호자는 우울 위험이 3.77배, 주관적 건강 악화 위험이 3.32배, 불안 위험이 2.49배 각각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보호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비룡·유신혜 교수는 “중증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자신의 일상과 사회적 관계를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며 “보호자의 삶의 질을 지키려면 경제적 지원과 함께 사회적 연결과 지지를 유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단일 기관에서 시행된 횡단 연구인 만큼 인과관계를 직접 규명하거나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향후 장기 추적을 통한 종단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환자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PACEN)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종합암네트워크저널(JNCCN, IF 17.5)’ 최신호에 게재됐다.


PACEN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주관하는 보건복지부 R&D 사업으로, 신약이나 신기술의 인허가를 위한 연구와 달리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되는 의료기술을 환자 중심 관점에서 비교·평가하는 공익적 임상연구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근거 기반 의료서비스와 보건의료 정책 수립을 뒷받침하고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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