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지시 직접적 물증 사실상 없어…명태균 진술 엮어 공소 구성
특정인 진술 공소 유지 핵심 작용…신빙성 검증 과정 더욱 엄격해야
재판부, 공소사실 속 증거 증명력 살펴야…형사재판 문턱 넘을지 관건
명태균씨ⓒ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6월17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이 구형됐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를 통해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다. 특검은 정치자금의 투명성을 훼손한 중대한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번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오 시장의 직접 지시와 관여를 입증할 증거의 무게가 형사재판의 기준을 충족했느냐다.
현재까지 공판 과정에서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직접 의뢰하거나 비용 지급을 지시했다는 통화 녹음, 문자메시지, 계약서 등 직접적인 물증은 사실상 제시되지 않았다. 특검은 오 시장의 지시가 없었다면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 정황과 관계자 진술을 엮어 공소사실을 구성했고, 그 중심에는 명씨의 진술이 있었다. 결심공판에서 특검이 명씨의 이름을 57차례 언급한 것은 이번 사건에서 그의 진술이 차지하는 비중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사건 관계자의 진술은 형사재판에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다만 진술은 그 자체만으로 완성되는 증거가 아니다. 진술 내용이 일관되는지, 객관적 자료와 부합하는지, 진술자가 사건 과정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특히 특정인의 진술이 공소 유지의 핵심 축으로 작용한다면 그 신빙성을 검증하는 과정은 더욱 엄격해야 한다.
오 시장 측은 줄곧 명씨 진술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수사 과정에서 명씨의 설명이 일부 달라졌고, 시간대별 디지털 자료를 보면 오 시장 지시로 여론조사가 시작됐다는 특검의 전제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실제 공판에서는 명씨가 주장한 여론조사 의뢰 시점 이전에 이미 설문지가 공유된 정황도 제시되면서, 조사 기획과 의뢰 주체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의혹' 사건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며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결국 이번 재판의 핵심은 '명태균의 말이 있었느냐'가 아니다. 그 말이 법원이 요구하는 수준의 증명력을 갖춘 증거인지가 관건이다. 특검이 여러 정황을 통해 공소사실을 설명했다면 재판부는 그 정황들이 하나의 일관된 사실관계로 연결되는지, 핵심 진술과 충돌하는 자료는 없는지를 살펴야 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일수록 법원의 판단 기준은 더 엄격해야 한다. 유력 정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가중될 수 없고, 반대로 정치적 논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사라질 수도 없다. 결국 재판부가 바라봐야 할 것은 사건을 둘러싼 정치적 해석이나 공방이 아니라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형사재판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지 여부다.
형사사법이 지켜야 할 두 가지 원칙은 억울한 사람이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것과 범죄가 증거 부족으로 가려지는 일을 막는 것이다. '명태균'이라는 이름으로 쌓아 올린 특검의 공소가 결국 어떤 증거의 무게를 갖는지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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