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비판자막 삭제' 이은우 前KTV 원장, 1심 징역형 집유

김남하 기자 (skagk1234@dailian.co.kr)

입력 2026.06.26 17:17  수정 2026.06.26 17:17

"KTV, 방송 공적책임 다해야…위반하고 부당 지시"

"비상계엄 비판적 내용 삭제하고 정당성 옹호"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선전 혐의를 받는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가운데)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지적하는 내용의 방송 자막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이은우 전 한국정책방송원(KTV) 원장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오세용)는 이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이 전 원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법정 최고형인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KTV가 방송의 공적 책임을 다하고 공정성·공익성·균형성을 유지해야 하는데도 이 전 원장이 실무 담당자들에게 이를 위반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지시 내용은 비상계엄에 관한 비판적인 내용을 적극 삭제해 결국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내용"이라며 "편파적인 보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상법상 준수해야 할 의무와 공무원으로서의 성실· 공정 의무를 부담하는 실무 담당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KTV가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채널인 만큼 그 기조에 따른 것이라는 이 전 원장의 주장은 배척됐다.


재판부는 "정책 홍보는 올바른 정보 제공을 전제로 하는데 국민에게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 진행 상황 등을 보도하지 않는 것이 제대로 된 홍보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 등 내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왜곡된 여론 형성을 야기하거나 정치 중립성을 위배할 위험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나아가 이 전 원장의 주된 목적이 윤석열 전 대통령 등 제3자의 불법적 이익 실현이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고도 했다.


수십년간 언론인으로 종사한 이 전 원장이 담화문과 포고령의 내용 및 여야 당 대표가 표명한 의견을 토대로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내란 특별검사팀의 수사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 전 원장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이 전 원장을 내란선전 혐의로 고발하면서 수사가 이뤄진 만큼 '증거물을 공통으로 하는 사건'으로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는 취지다.


이 전 원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후 '계엄이 불법·위헌이다'라는 정치인들의 발언을 다룬 방송 자막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이 전 원장은 방송편집팀장 추모씨에게 "정치인 발언, 정당, 국회, 사법부 관련 뉴스는 KTV 방송 기조와 다르니까 다 빼라. 대통령 얘기, 포고령 같은 것만 팩트 위주로 넣어라"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프리랜서 자막 전문 요원 지모씨가 지시를 거부하면서 자막이 계속 송출되자, 이 전 원장은 방송보도부 부장 박모씨에게 같은 취지로 전화해 자막을 삭제하도록 지시했고, 결국 일부 자막이 삭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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