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 물류비에 흔들…‘인플레이션’은 이제부터 [전쟁 후유증②]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6.06.26 07:00  수정 2026.06.26 07:01

해상 컨테이너 운임지수 3주 급등

98% 해상물류 의존하는 韓 경제

에너지 가격·물류비 상승 동시

“재정·세제·금융 등 수단 총동원”

서울 시내 마트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 ⓒ뉴시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에도 불구하고 컨테이너 운임이 급등하면서 한국 경제가 새로운 복병을 만났다. 최근 한국형 컨테이너운임지수(KCCI)가 3주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수출기업과 소비자, 정책당국 모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한국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무역 의존 국가다.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 산업 98%가 해상운송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해상운임 상승은 단순히 해운업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의 비용 증가로 연결된다.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곳은 수출기업들이다. 대기업들은 장기 운송계약을 통해 일정 부분 위험을 분산할 수 있지만 중소·중견 수출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운임이 오를수록 수출 채산성이 악화하고 가격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미국과 유럽 경기 회복 기대감 속에서 수출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물류비 상승은 기업들의 부담을 더욱 키울 가능성이 높다.


한 무역업계 관계자는 “같은 제품을 수출하더라도 운송비가 상승하면 결국 기업이 가져가는 이익은 줄어든다”며 “중소 수출기업일수록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발표에 따르면 중동 관련 피해·애로사항 접수 건수가 지난 19일 기준 총 946건으로 집계됐다. 피해 유형별(중복응답 포함)로는 운송 차질이 290건(39.7%)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물류비 상승 278건(38.0%) ▲계약 취소·보류 233건(31.9%) ▲출장 차질 123건(16.8%) 순이다.


문제는 영향이 기업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승한 운임은 결국 소비자가격, 즉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에는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류비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많다.


정부 입장에서 최근 물가 안정세를 바탕으로 경기 회복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인데, 물류비 상승으로 인플레이션이 재차 확대하면 정책 운용이 복잡해질 수 있다. 경기 둔화를 우려해 금리를 낮추고 싶어도 물가가 다시 상승하면 정책 선택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부도 대응 속도를 키우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25일 오전 서울에서 먹거리 물가안정 관계기관·협회 대표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는 정부와 물가관계 기관·협회 간 엄중한 물가상황 인식을 공유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목적이다.


회의 참석자들은 물가안정 중요성에 공감하고, 민생 밀접 품목 할인 지원·공급 확대와 필수 생계비 부담 경감, 담합 등 불공정행위 근절 등 전방위적 물가안정 노력에 협조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는 민생물가 안정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임을 강조하고 “중동전쟁 종전 이후에도 그간 누적된 에너지 가격 상승의 여파가 이어지고, 여름철 이상기후 등 불확실성도 상존하는 만큼, 재정·세제·금융 등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물가안정과 서민부담 경감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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