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간 만에 5억 달러 청산…버티던 롱 투자자도 무너져
AI로 향한 머니무브에 달러 강세까지 이어져
시장, 7월 美 클래리티법 향방에 촉각
비트코인이 가까스로 6만 달러를 회복했지만 시장에선 기관 자금 이탈과 AI 머니무브, 규제 불확실성 등 겹악재로 반등 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비트코인이 심리적 지지선인 6만 달러를 가까스로 회복했지만 시장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 25일 새벽 장중 5만9000달러선까지 밀리며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6만 달러선을 회복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반등을 추세 전환의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기관 자금 이탈과 인공지능(AI) 기술주로의 머니무브, 미국의 긴축 우려, 디지털자산 규제를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당분간 비트코인을 다시 끌어올릴 만한 뚜렷한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24일 오후 9시4분께 6만2864달러에서 거래되다가 25일 새벽 2시49분께 5만9175달러까지 급락했다.
같은 날 전체 디지털자산 시가총액은 전일 대비 3.61% 감소한 2조600억 달러를 기록했고, 시장 흐름을 보여주는 CMC20 지수도 2.58% 하락했다.
버티던 투자자도 무너졌다…4시간 만에 5억 달러 청산
비트코인이 5만9000달러까지 밀려난 약 4시간 동안 약 5억300만 달러 규모의 파생상품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이 가운데 4억8600만 달러가 롱포지션이었으며 비트코인에서만 2억3700만 달러가 정리됐다.
상승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매수 포지션이 대거 청산되면서 투자심리도 크게 위축됐다.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손절매에 나선 물량 대부분은 2025~2026년에 시장에 진입한 투자자들의 보유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하락장에서 2021~2022년 매수 물량이 대거 손절됐던 흐름과 유사하다.
일각에서는 2022년 크립토 윈터 이후 시장이 회복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시간이 지나면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업계는 당시와 현재의 시장 환경을 전혀 다르게 보고 있다.
2022년에는 루나 사태와 FTX 파산 등 대형 악재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지만, 이후 미국에서 현물 ETF 승인과 기관 자금 유입 등 새로운 상승 동력이 형성되며 회복세로 이어졌다.
반면 현재는 기관 자금 이탈과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순유출, AI 산업으로의 자금 이동, 거시경제 불확실성, 규제 변수 등이 동시에 시장을 압박하고 있는 데다 이를 상쇄할 만한 뚜렷한 호재도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국내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가격 충격만 놓고 보면 루나 사태가 훨씬 컸지만 지금은 투자 심리가 그때보다 더 얼어붙어 있다"며 "무엇보다 시장을 다시 끌어올릴 만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말했다.
기관도 안 산다…ETF·코인베이스 프리미엄 '빨간불'
실제로 가장 먼저 약화된 것은 기관의 현물 매수세다.
암호화폐 전문 애널리스트 알리 마르티네즈에 따르면 코인베이스 프리미엄 지수는 5월 중순 이후 46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미국 투자자들의 현물 매수가 사실상 멈췄다는 의미다.
현물 ETF에서도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기준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약 3550억원이 순유출됐고 이더리움 현물 ETF에서도 약 343억원이 빠져나갔다.
현물 누적 매수·매도 차이(CVD) 역시 강한 마이너스를 나타내며 현물 시장에서는 여전히 매도세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AI로 향한 투자금…비트코인 둘러싼 악재 '첩첩산중'
투자자들의 관심도 비트코인보다 AI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이 AI 메모리 수요를 바탕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 역시 미국 증시에서 약 3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면서 AI 관련 종목으로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비트코인 채굴 수익성이 악화되는 반면 성장성이 높은 AI 산업이 새로운 투자처로 부상하면서 비트코인의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시경제 환경도 비트코인에 우호적이지 않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지수는 이달 들어 2.8% 상승하며 1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화폐가치 하락에 대비해 비트코인을 매수하던 이른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도 힘을 잃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세계 최대 기업 비트코인 보유자인 스트래티지의 향후 행보도 시장의 변수로 꼽힌다.
스트래티지는 현재 84만개 이상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단일 기업 기준 최대 보유자로, 평균 매수 단가는 약 7만600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전환사채 대신 STRC를 활용해 올해 약 117억 달러를 조달하며 비트코인 매입을 이어가고 있지만, 회사 측은 시장 상황에 따른 매도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시장에서는 STRC를 통한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스트래티지가 보유 물량 일부를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기관 수요가 위축된 현 상황에서 스트래티지까지 매도에 나설 경우 시장 충격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반등 열쇠는 7월…시장, 클래리티법 향방 주목
시장에서는 향후 반등 여부를 가를 최대 변수로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 구조 법안인 '클래리티법(CLARITY Act)'을 꼽는다.
해당 법안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솔라나 등 퍼블릭 블록체인을 제도권 금융 인프라 안으로 편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통과될 경우 기관 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최근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가족의 가상자산 사업을 둘러싼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하며 윤리 조항 추가를 요구하면서 법안 처리 일정에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법안 통과가 지연될 경우 기관 투자자들의 시장 진입 시점 역시 늦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는 7월 4일에는 클래리티법 최종안이 공개될 예정이며, 7월 17일에는 미국 하원 청문회가 열린다.
이후 상원에서 60표 이상을 확보해야 최종 입법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 알프랙탈의 주앙 웨드슨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6만 달러 이하 구간에 레버리지 포지션이 집중돼 있어 큰 변동이 없다면 5만7300달러가 다음 주요 청산 구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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