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송' 김영호·박선원, 최고위원 출마 선언
親김민석 이건태·정진욱 등도 나올 가능성
친청에선 이성윤·한민수 등 거론…경쟁 가속
당 주도권 확보 위한 갈등 구도 더 심화될 듯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김영호(왼쪽) 의원과 박선원 의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의 8·17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 신경전이 거세지고 있다. 당권 주자 간 과열 양상이 최고위원 주자에게도 이어지면서 계파 갈등으로 확전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당 안팎에선 최고위원 선거 역시 계파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만큼 이번 전대가 당내 주도권 다툼을 넘어 여권 분열을 촉발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8·17 전당대회 최고위원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3선 중진인 김 의원은 "찢기고 상처 난 당심을 다시 하나로 모아내는 통합의 선봉장이 되겠다"고 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김 의원의 출마는 그 이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더 큰 관심을 받았다. 극심한 계파 간 갈등을 겪고 있는 민주당은 8·17 전대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연임에 도전하는 정청래 전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민석 국무총리, 송영길 의원 등이 3파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당 안팎에선 전대에 나설 최고위원 후보들이 대표 후보들과 러닝메이트를 이뤄 경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김 의원은 송영길 의원이 대표이던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만큼 송 의원과 손을 잡을 거란 관측이 많다.
이와 관련한 질문은 받은 김 의원은 "정청래 전 대표, 송영길 의원, 김민석 총리 모두와 깊은 관계가 있고 저는 스스로 비당권파라고 이야기한다"며 "정책과 현안에 대해선 강력한 연대를 할 수 있지만 계파주의로 가선 안 된다"고 말하면서 특정 후보와 손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거대 여당을 통합해서 크게 써야 하는데 소수 몇 명이 운동장을 작게 썼다는 지적이 분명히 있었다"며 "소수 지도부가 당의 모든 결정을 좌우하는 폐쇄적 운영에서 벗어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사실상 정청래 전 대표가 이끈 지도부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4일 "다가오는 총선과 대통령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할 수 있는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당내에서 처음으로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박선원 의원 역시 김 의원과 궤를 같이하는 인사다. 박 의원은 송 의원이 인천시장이던 시절 국제협력·투자유치특별보좌관을 맡은 바 있다.
박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최고위원 출마 계기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해왔는데 이번 지방선거 결과로 인해 민주당 지지율뿐만이 아니라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많이 떨어지고 있다"며 "국정 동력이 약화되고 마치 임기가 곧 끝나는 것처럼 하는 그런 위기의식이 있다"고 답했다.
또 그는 "대표 후보가 3파, 4파로 갈라지는 듯한 분위기가 굉장히 팽배해 있다"며 "당원들은 불안해하고 지지자들은 걱정하고, 국민들께서는 '아, 민주당 저러면 안 되는데 뭐하고 있지?' 이렇게 전체적으로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이 이완되는 분위기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의견이지만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정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으로도 풀이된다.
최고위원 선거의 계파 대리전 양상은 향후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당 안팎에서는 김 의원과 박 의원에 이어 민병덕 의원이 송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최고위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석 총리와 함께 뛸 가능성이 있는 최고위원 후보로는 이건태 의원과 정진욱 의원 등이 거론된다. 송 의원과 김 총리는 모두 대통령과 가까운 친명계 주자로 거론되는 만큼, 언급된 최고위원 후보들도 연합할 가능성이 있다.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군으로 꼽히는 이건태 의원, 정진욱 의원, 민병덕 의원, 한민수 의원, 문정복 의원, 이성윤 의원 ⓒ뉴시스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정청래 전 대표 역시 우군을 확보하고 있다. 정 전 대표의 러닝메이트 최고위원 후보로 거론되는 비서실장을 지낸 한민수 의원과 올해 초 보궐선거로 최고위원에 입성한 이성윤 의원이 꼽힌다. 또 정 대표 지도부 체제 전현직 조직부총장을 맡았던 문정복 최고위원도 출마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 최민희·권향엽·임오경 의원도 출마가 거론된다.
각 대표 후보들이 최고위원까지 우군으로 확보해야 하는 이유는 당 장악력 때문이다. 9명으로 구성되는 민주당 지도부를 우호적인 인사로 채워야 향후 당 안팎에서 벌어지는 사안에 대해 일관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또 당헌상 과반이 궐위될 경우 지도체제가 붕괴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될 수 있는 만큼, 지도부 내 세력 구도는 차기 당권의 안정성과도 직결된다.
게다가 차기 지도부는 2028년 총선 공천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과거 지도부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 전망이다. 친명계와 친청계가 이번 전대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도 차기 총선 공천권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024년 총선 당시를 친명 1기라고 보면 당시엔 86세대와 신주류가 힘의 균형을 어느 정도 이뤘는데 집권 이후 2기로 들어서면서 이 대통령 입장에선 '뉴이재명' 세력을 키워야 본인이 살 거라는 생각이 강할 것"이라며 "2030세대가 이탈한 상황에서 차기 권력을 잡기 위한 공천권 다툼이 이번 전대의 핵심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당권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자 당 안팎에서는 전대가 여권 분열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선 지난 2003년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갈라섰던 분당 사태가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제에서 대통령과 여당과의 관계는 사실은 풀기 어려운 난제고 어느 정권에서도 그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적이 없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소추됐던 배경에는 여당을 확실하게 대통령의 당으로 만들지 못했던 원인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이라는 소수 정당을 만들게 됐던 게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권을 사이에 두고 보완수사권이나 공소 취소 문제 등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이걸 제어하지 못하면 결국 다 같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과거 사례를 봐서라도 너무 강한 목소리의 싸움은 해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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