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 1배 미만 상장사 70% 달해
"일본식 M&A 규율, 한국도 검토해야"
25일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KOSPI 9000에도 남아있는 저평가의 숙제-일본 M&A 가이드라인 개정의 시사점과 벤치마크 가능성을 중심으로' 세미나에서 료시로 코다이라(Ryushiro Kodaira) 일본 닛케이신문 선임기자가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하랑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지만 상당수 상장사는 여전히 저평가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일본 인수합병(M&A) 가이드라인이 기업가치 제고와 주주 보호에 기여했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국내 M&A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난 25일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KOSPI 9000에도 남아있는 저평가의 숙제-일본 M&A 가이드라인 개정의 시사점과 벤치마크 가능성을 중심으로' 세미나에서 료시로 코다이라(Ryushiro Kodaira) 일본 닛케이신문 선임기자는 일본의 M&A 가이드라인이 자본시장 활성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코다이라 선임기자는 "최근 SK하이닉스 관련 소식이 나스닥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한국 증시의 영향력이 커졌다"며 "이제는 코스피 9000 시대에 걸맞은 시장 제도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3년 일본 경제산업성(METI)이 발표한 '기업 인수를 위한 행동지침(Guidelines for Corporate Takeovers)'이 단순한 M&A 절차를 넘어 기업 지배구조와 경영진 규율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기업 이사회가 외부 인수 제안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가이드라인 도입 이후에는 인수 제안을 받은 이사회가 이를 성실히 검토하고 평가하며, 필요하면 대안을 제시하거나 협상해야 하는 절차가 정착됐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 M&A 시장은 가이드라인 도입 이후 빠르게 성장했다.
일본 M&A 규모는 2023년 17조8000억엔에서 2년 만인 2025년 35조6000억엔으로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일본 가이드라인도 보완 과제를 안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다이라 선임기자는 "인수 제안 가격이 과장될 가능성이 있고 이사회의 재량과 책임 범위도 보다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며 "기업이 매각 대상이 됐다면 이사회는 주주에게 가장 유리한 가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스 피셔(Seth Fischer) 오아시스 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본에서도 경영진 보호 성향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가이드라인이 이사회의 책임을 크게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피셔 CIO는 "이제 이사회는 진정성 있는 인수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기업가치와 주주이익을 높일 수 있는 다른 제안이 있다면 함께 비교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가 실질적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며 "미국처럼 재무적 책임까지 명확해진다면 주주를 위한 의사결정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5일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KOSPI 9000에도 남아있는 저평가의 숙제-일본 M&A 가이드라인 개정의 시사점과 벤치마크 가능성을 중심으로' 세미나에서 김정남 전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APG)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데일리안 김하랑
한국의 경우 일본과 달리 자율규제만으로는 변화에 한계가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김정남 전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APG) 대표는 "한국은 1998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운영했지만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폐지됐다"며 "그 결과 28년 동안 소액주주의 M&A 권리 보호에 공백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치권에서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배주주만의 이익으로 볼 것인지, 모든 주주가 공유해야 할 가치로 볼 것인지 먼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국내 M&A 시장 구조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구현주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코스피는 9000을 돌파했지만 상승은 일부 종목에 집중됐고 개별 기업 기준으로는 PBR 1배 미만 상장사가 70%에 달한다"며 "지배권 프리미엄이 일반주주에게 공정하게 돌아가지 않는 점도 저평가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외부 인수 시장을 통한 규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 보니 기업이 비효율적으로 운영돼도 시장에서 가치가 재평가되지 못하는 구조"라며 "한국도 일본처럼 이사회의 인수 제안 검토 의무를 명확히 하는 가이드라인과 의무공개매수 제도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현재 한국은 주주 충실의무는 도입됐지만 M&A 과정에서 이사회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행위 규범은 부족하다"며 "일본 가이드라인을 참고한 한국형 제도 마련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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