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연인 동의 없이 휴대전화 감시 앱 설치…1심 징역형 집유
법조계 "2년간 사생활 전반적 지속 확인…단순 열람 행위와 차이"
"통비법, 법정형 높아 집유 가볍진 않아…초범인 점 등 고려한 듯"
"일반인 법 감정 괴리 느낄 수도…디지털 범죄 양형 기준 논의돼야"
해당 이미지는 AI로 제작됨.
연인의 외도를 의심해 휴대전화에 몰래 감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약 2년 동안 통화 내용과 문자메시지, 위치정보 등을 확인한 50대 여성이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위반 등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장기간에 걸친 사생활 침해 행위에 비해 적용된 혐의와 처벌 수준이 적정했는지를 두고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히 상대방의 대화를 엿들은 수준을 넘어 장기간 위치정보와 통화 내역 등을 지속적으로 수집한 행위라는 점에서 죄의 무게를 달리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7부(임주혁 부장판사)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함께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고 최근 밝혔다. A씨는 2022년 6월 부산 금정구 한 주점에서 B씨 동의 없이 B씨 휴대전화에 해당 앱을 설치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A씨는 연인 관계였던 B씨가 외도를 하는지 확인하려고 유튜브 광고를 보고 감시용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했다. 이 앱은 상대방의 통화 내용, 문자메시지, GPS 위치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악성 프로그램이었다.
A씨는 2022년 6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자신의 휴대전화에 설치한 앱을 통해 B씨의 통화 내용과 문자메시지, 위치정보 등을 열람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휴대전화 마이크와 녹음 기능을 활성화해 공개되지 않은 대화 내용을 녹음하거나 청취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범행의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해자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된 정도가 가볍지 않은데도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하고 있고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청취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해당 사건처럼 휴대전화 내 정보 접근과 위치정보 확인 행위가 주된 경우 통비법 적용 범위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산지방법원 ⓒ연합뉴스
실제로 타인의 휴대전화를 몰래 열람하거나 계정 등에 무단 접근한 사건에서는 비밀침해죄,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등이 함께 적용된 사례도 있어 검찰이 어떤 혐의를 적용했는지에 따라 처벌 범위와 형량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대운)는 "상대방 동의 없이 감시 앱을 설치해 2년간 위치정보와 통화 내용 등 사생활 전반을 지속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단순 열람 행위와는 차이가 있다"며 "통비법 위반은 법정형이 높은 범죄인 만큼 집행유예가 가벼운 처벌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초범이고 추가 범죄로 이어지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실형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일반인의 법 감정에서는 2년 넘게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한 행위에 비해 처벌이 약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안으로, 디지털 사생활 침해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는 앞으로도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