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종전 MOU에 '민간 기금' 조성 포함
美 정부 돈은 0원…한국·일본 등 기업들 출자 거론
기금 성격·운영 방식 베일…정부, '신중 기류'
이재명 대통령이 16일(현지 시간) 프랑스 에비앙 G7 정상회의장에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에 포함된 3000억 달러(453조6300억원) 규모의 '이란 재건 민간 기금' 조성 계획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상의없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해놓고, 전쟁의 책임과 사후 수습은 동맹국들에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6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전체 기금 중 미국·아시아·중동·남미·아프리카 지역 기업들이 이미 절반이 넘는 자금 조달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출자 약속 기업으로 한국·일본·싱가포르·말레이시아·미국 기업들을 거론했으나 구체적인 기업명과 약정 규모, 실제 법적 구속력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소식통은 기업들의 투자 분야가 에너지·물류·제조·운송 등에 걸쳐 있다고 밝히면서, 기금은 최종 합의가 성사된 뒤에야 조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배상금이나 재건 기금이라고 하면 미국이 패전국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는 민간 투자 기금이라는 우회적인 형태를 빌린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는 이란에 어떤 돈도 투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돈은 단 1센트도 이란으로 가지 않는다"며 합의 이행 과정에서 미국이 이란에 직접 자금을 제공하거나 경제적 지원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이런 점이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 합의(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와의 차이라며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에 10억 달러 이상을 줬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란은 전쟁 피해 배상금으로 미국에 4000억 달러를 요구했으나, 미국이 이를 거절했고, 이후 이 같은 재건 기금에 대한 구상이 등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기금의 성격과 조성 방식 등이 아직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만큼, 한국 정부는 이란 재건 민간 기금 조성안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박일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에서 "미·이란 간의 전체적인 협상 틀 속에서 제기되는 사안으로 생각하고 있고, 구체적인 것은 양국 간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나라는 중동 지역의 재건 과정에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정부는 향후 재건 사업을 추진할 여건이 조성되면 한국 기업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기류다. 기금 조달과 운영 방식 등은 60일간의 향후 협상을 통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17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일단 아직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은 '이란 재건 민간 기금'의 성격을 정확하게 확인한 다음에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한국 기업이 이란에서 재건 사업을 통해 이득을 올릴 수 있는 조건이라면 참여해도 되겠지만, 미국 대신 우리가 현금을 줘야 하는 것이라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기금 조성에 참여한다고 언급된 미국의 동맹국들, 특히 일본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참고해서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이란 전쟁을 치르면서, 전쟁 비용을 굉장히 많이 사용했다"며 "동맹국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기여하라고 압박하고, 비용을 받아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 14일 종전 MOU 체결에 합의했으며, 당일 전자 서명을 마친 데 이어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정식 MOU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때 체결되는 MOU는 후속 협상을 위한 것으로, 양국 협상단은 이후 60일간 이란 핵 프로그램과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 운영 방식 등을 두고 세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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