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임위,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논의 끝내 부결
노동계 요구는 계속…플랫폼 노동자 보호 공방 지속
업계 "노동자성 판단·임금 산정 기준부터 마련해야"
일각선 최저임금보다 '최저단가제' 대안도 거론돼
11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왼쪽)와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본격화되면서 노동계와 경영계의 공방도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노동계는 생계 안정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이 한계에 달했다며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삶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지만, 동시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데일리안은 3편의 '최저임금 딜레마' 시리즈를 통해 플랫폼 노동자와 편의점 업계, 소상공인 등 현장의 목소리를 살펴보고 최저임금을 둘러싼 현실과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배달라이더 등 플랫폼 종사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가 최저임금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제도 개선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적용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플랫폼 노동자의 법적 지위부터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저임금 대신 배달 건당 최소 수수료를 보장하는 '최저단가제'를 대안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임위는 지난 3·4·5차 회의에서 택배기사·배달라이더 등 이른바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별도 적용 여부를 논의했으나 찬성 11명, 반대 15명, 무효 1명으로 끝내 부결됐다.
도급근로자는 근무 시간보다 배달 건수나 운송 실적 등 업무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형태의 종사자를 의미한다. 배달라이더와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등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노동계는 지난 2024년부터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를 요구해왔다.
올해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저임금 심의 요청서에 도급제 또는 유사한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 설정 여부를 검토해달라는 내용을 담으면서 관련 논의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민주노총은 제3차 전원회의에서 택배·배달 노동자의 적정 최저임금 수준으로 시간당 1만7468원을 제안했다. 이어 한국노총도 제4차 회의에서 표준 노동시간과 순소득 개념을 반영한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경영계는 현행 법체계상 도급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확대 적용은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한정되는데, 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 상당수는 개인사업자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논의는 부결로 마무리됐지만, 노동계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도급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여부를 둘러싼 논의는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노총은 성명을 통해 "연구 결과를 통해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했음에도 현실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최임위의 책무를 저버린 실망스러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역시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도적 근거도 있었고 사회적 필요성도 충분했지만 정부와 최임위의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라며 "민주노총은 모든 노동자가 차별 없이 최저임금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고 정부와 최임위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 같은 논의를 둘러싼 현장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배달 플랫폼 업계는 플랫폼 노동자 보호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최저임금 적용에 앞서 노동자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배달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은 기본적으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제도인데 라이더는 프리랜서 성격이 강한 만큼 기존 제도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검토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사회적 논의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면 성실히 따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충분한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업계는 라이더 대부분이 여러 배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만큼 실제 노동시간과 소득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의 라이더가 여러 앱을 오가며 배달을 수행하고 있는데 어떤 기준으로 근로시간을 산정하고 플랫폼별 책임을 구분할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며 "이 같은 부분에 대한 논의 없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작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최저임금 적용보다 '최저단가제' 논의가 더 현실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국내 최대 배달기사 온라인 커뮤니티 '배달세상'에서는 최저임금이 아닌 최저단가를 중심으로 임금 관련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게시글 작성자는 "최저임금은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임금에 대한 제도다. 반면 라이더는 건당 수수료를 지급받는 프리랜서 형태의 종사자이므로 논의의 방향 역시 최저임금이 아닌 '최저단가'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저단가는 유류비, 보험료, 차량유지비, 감가상각비 등의 항목을 반영하여 산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용 부담 문제도 변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최저임금제 도입 시 플랫폼과 점주, 소비자 모두에게 추가 비용이 전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맨해튼연구소(Manhattan Institute)는 뉴욕시의 배달노동자 최저보수제 시행 이후 배달앱 이용 비용이 증가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1분기 기준 뉴욕시 내 배달앱 활동 계정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9% 감소했다. 우버이츠는 최저보수제 도입 이후 활동 라이더 수가 약 1만2000명 줄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기간 소비자의 배달 관련 지출은 약 10% 증가했으며, 평균 팁 금액은 2.64달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도입될 경우 전체 비용이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배달비 인상이나 수수료 부담 확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딜레마②] "점주가 야간근무 뛴다"…편의점업계 '예의주시'>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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