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불안·트라우마 분석해 개인별 위험도 평가
“학교와 지역사회 잇는 AI 기반 자살예방 체계 구축”
유재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서울성모병원
유재현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보건복지부 ‘자살관련 사회문제해결기술개발사업’에 선정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학생 자살예방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 학생의 정신건강 위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맞춤형 개입 체계를 구축해 아동·청소년 자살 예방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는 목표다.
12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유 교수는 양찬모 원광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총괄하는 ‘지역사회 네트워크 기반 AI 활용 맞춤형 학생 자살예방 플랫폼 개발’ 연구에 공동연구기관 책임자로 참여한다. 유 교수는 ‘아동·청소년의 발달 특성을 반영한 자살예방 프로그램 개발과 AI 기반 맞춤형 위험도 평가 및 개입 체계 구축’ 세부 과제를 주관하며, 연구는 2029년 12월까지 진행된다.
이번 과제는 기존의 일회성 자살예방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의 우울, 불안, 트라우마, 가족관계, 자살위험도 등 다양한 심리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개인별 위험·보호요인 프로파일을 생성하고 이에 맞는 예방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감정 모니터링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표현하기 어려운 정서적 위기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고, 고위험군으로 확인될 경우 학교와 Wee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예방센터, 병원 등으로 연계되는 지역사회 기반 안전망 구축을 추진한다.
연구팀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감정 알아차리기, 신체 감각과 감정 연결하기, 스트레스 대처법 배우기, 안전하게 도움 요청하기 등을 포함한 발달 친화적 자살예방 교육 프로그램도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온라인 콘텐츠와 AI 플랫폼으로 확장해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예방 체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아동·청소년 정신건강 문제의 조기 발견이 치료 성과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초기에는 짜증이나 무기력, 학업 저하, 대인관계 문제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보호자나 교사가 단순한 성장기 변화로 오인하기 쉽다.
그러나 적절한 개입 시기를 놓칠 경우 자해나 자살 관련 행동, 학교 부적응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 신호를 조기에 포착하고 개입하는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로 2023년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7~18세 아동·청소년은 5만3070명으로 2018년 대비 75.8% 증가했다. 학대와 방임, 트라우마, 과도한 학업 부담, 또래관계 갈등, 경제적 어려움,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고립, SNS 사용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등 다양한 환경적 스트레스가 우울증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유 교수는 “AI는 상담교사나 의료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학생의 위험 신호를 더 빠르게 발견하고 적절한 도움으로 연결하기 위한 보조 도구”라며 “학교 현장에서 실제 활용 가능한 조기 발견·맞춤형 개입·지역사회 연계 기반의 학생 자살예방 모델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서울성모병원이 추진 중인 의료데이터 기반 AI 연구와도 맞닿아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최근 의료데이터 중심병원 지원사업을 통해 의료데이터 공동 활용 연구와 의료 AI 모델 검증·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과제 역시 AI를 활용한 정신건강 관리 체계 구축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서울성모병원은 지난해 보건복지부 지정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에 선정돼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유 교수는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장을 맡아 지역사회 유관기관과 협력한 자살예방 사업과 사례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정신건강 위기 개입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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