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 기존 거래 말고 '진짜' 혁신기업 발굴이 관건"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6.06.12 06:47  수정 2026.06.12 06:47

신규 기업보다 기존 거래 관행 따라…유인 구조 문제점

보편 넘어 '전략·선별' 지원…'배분의 질' 중요

정책금융 마중물 역할에도 민간 협업 간극 존재

한국금융연구원·산업연구원·하나금융연구소가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전략적 산업정책 시대의 금융정책 방향'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금융권의 생산적 금융 확대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실제 집행 현장에서는 기존 거래 기업 중심으로 자금이 흘러가는 유인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갈아타는 이른바 '롤오버' 자금까지 생산적 금융 실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만큼, 단순한 자금 공급 확대보다 실제 혁신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배분 방식을 바꾸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한국금융연구원·산업연구원·하나금융연구소가 11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공동 개최한 '전략적 산업정책 시대의 금융정책 방향' 세미나에서는 저성장과 산업구조 전환기에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의 역할 재정립 방안을 두고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생산적 금융 확대 과정에서 기존 거래 관행을 넘어 실제 혁신 기업으로 자금을 연결할 수 있는 집행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강성호 금융위원회 국민성장펀드총괄과장은 "배분의 양도 중요하지만 배분 방식을 질적으로 어떻게 전환하느냐, 지금 있는 자본을 어떻게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분야로 흘러가게 하느냐에 대한 고민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과장은 생산적 금융이 현장에서 작동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실적 한계를 짚었다.


그는 "금융권 실무자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업을 발굴하기보다 기존 거래 기업일수록 발굴 유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기존 기업이 AI 전환 기업으로 분류돼 지원을 받거나 신규 자금 공급이 아닌 롤오버 자금이 생산적 금융 실적으로 잡히는 경향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롤오버는 기존 대출이나 투자 만기가 돌아왔을 때 신규 자금을 공급하기보다 만기를 연장하거나 기존 자금을 갈아타는 방식의 자금 지원을 의미한다.


새로운 혁신기업 발굴이라는 생산적 금융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기존 거래 관계를 유지하는 데 자금이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생산적 분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도록 신규 자금 중심으로 공급하는 내부 규율이 중요하다"며 "국민성장펀드도 단순 운영자금이 아닌 신규 자금 공급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정책금융과 민간금융 간 협력의 간극도 과제로 꼽혔다.


강 과장은 "정책금융기관과 민간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려고 해도 민간에서는 '위험한 딜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고, 반대로 정책금융기관은 '민간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며 "정보 비대칭과 협업의 분절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같은 현실적 고민의 배경에는 기존 지원 방식의 한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리한다.


조재한 산업연구원 산업미래정책센터장은 "한국 산업정책은 OECD 주요국과 비교해 저규모·분산 지원이 특징"이라며 "예산 사업 수는 많지만 개별 지원 규모가 작고 정책 집중도가 낮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분산형 지원 구조를 정책 목표에 따라 재설계하고 보다 집중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센터장은 "과거에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보편적 지원이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전략적·선별적 지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소규모·다수 지원에서 대규모·집중 지원으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첨단산업 육성과 함께 기존 산업의 구조조정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생산적 금융이 특정 산업에 대한 과도한 쏠림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두 가지 산업을 선정해 소위 '몰빵'(집중 투자) 지원하는 것은 개인이 특정 종목만 집중 투자하는 것과 유사하다"며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국가 산업정책도 최대한 많은 분야에 분산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훈 하나금융연구소 경제산업분석팀장은 생산적 금융의 핵심은 '배분의 질'이란 견해다.


김 팀장은 "생산적 금융은 총량의 확대보다 배분 방식의 질적 전환이 중요하다"며 "기존 담보 관행을 탈피해 기술과 미래가치 중심으로 기업을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금융이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금융이 성장성이 높은 산업의 기업 전주기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책금융과 민간금융이 상호 보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