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금융·대출총량이 만든 늪, 치솟는 금리 차주들 ‘울상’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06.12 07:03  수정 2026.06.12 07:03

주담대 연 8% 턱밑, 신용대출 연 6%대

집 살 때 대출 ‘믹스’, 증시 활황에 영끌·빚투족까지

은행은 기업대출도 리스크…한계차주 대폭 늘라

정부가 생산적 금융 확대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병행하면서 시중은행 금리 상승 압력도 거세지는 모습이다.ⓒ뉴시스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과 가계대출 억제를 위한 대출총량 규제가 동시에 추진되면서 시중은행 금리 상승 흐름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계대출을 조인 만큼 중소기업이나 혁신 산업으로 자금이 흘러갈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경기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차주들만 고금리 부담을 떠안은 모양새가 됐다.


12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연 4.51~7.50%로 상단이 8% 턱밑까지 올라왔다.


1년 주기 신용대출 금리는 연 4.35~6.15%로 6%대를 넘어섰다.


단기간 대출 금리가 치솟은 데는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심화, 고환율과 한국은행의 긴축 기조 선회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연 1.5% 수준으로 설정하면서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출 공급 수량을 관리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금리는 오름세를 보이지만, 대출 잔액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말 주담대 잔액은 613조388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조1437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잔액은 106조5154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조1741억원 증가했다.


통상 금리 인상기에는 주담대와 신용대출 잔액이 줄어드는데, 최근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증시 호황까지 맞물려 주담대와 신용대출 잔액이 동반 증가세를 나타냈다.


자본시장 활황에 대응해 레버리지를 일으키려는 투자수요의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움직임이 활발해진 탓이다.


주담대 규제로 대출 한도가 깎이면서 만기가 짧고 금리는 더 높은 신용대출을 통해 부족분을 채우는 차주가 늘어난 것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가계대출 질적 구조도 악화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생산적 금융 정책을 동시에 추진한 건 가계에 집중된 자금을 기업으로 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물경제 악화로 기업들의 부실 리스크가 상당해지면서 은행들이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고 무작정 기업대출을 늘리기 힘들어졌다.


올 1분기 말 5대 시중은행의 기업 대출 연체율은 0.46%로 전 분기 말(0.37%)보다 증가했다. 대기업 연체율도 1년 전보다 2배 증가한 0.22%를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대출을 확대하되 건전성 위험이 커질 것을 대비해 한정된 가계대출 금리를 올려 마진을 높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단 설명이다.


결국 정부 정책과 금융권 사이에 낀 차주들만 고금리 부담에 허덕이게 됐단 지적이 나온다.


하반기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와 영끌·빚투족들 중 한계 차주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생산적 금융 유도 등 정책 취지는 좋지만,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은행은 건전성 방어를 위해 결국 가산금리 인상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반기 금리 인상 사이클이 본격화되면 취약 차주들부터 무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후 관리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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