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칼 빼든 외환당국…1500원 환율 잡을 수 있을까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입력 2026.06.12 07:09  수정 2026.06.12 07:09

18거래일 연속 1500원대…외환위기 이후 최장

시장 교란·투기거래 정조준, 외국환은행 집중 점검

"단기 과열 진정 효과…환율 안정은 제한적"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장기간 1500원대에 머물면서 외환당국이 14년 만에 공동검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로 단기 과열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기대되지만, 환율 레벨을 바꾸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4.7원 오른 1528.9원으로 집계됐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일부터 18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말~1998년 초 49거래일 연속 1500원대 이후 가장 긴 기록이다.


환율이 장기간 1500원대에 고착화 조짐을 보이자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부터 주요 외국환은행을 대상으로 외환공동검사에 착수했다.


한은과 금감원이 외환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공동검사에 나선 것은 2012년 이후 14년 만이다.


당국은 외국환은행이 부당 이익을 얻거나 제3자에게 부당 이익을 제공할 목적으로 인위적으로 외환 시세를 움직였는지 여부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아울러 고객 주문 규모를 초과하는 일방향 거래를 통해 환율 상승을 부추겼는지 여부도 살펴볼 예정이다.


시장은 이번 조치를 원화 약세에 편승한 투기적 거래와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한다.


특히 구두개입과 모니터링 수준을 넘어 실제 검사권까지 동원했다는 점에서 외환당국의 위기감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라는 평가다.


다만 공동검사가 환율 상승 추세 자체를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통화정책과 달러 강세, 국내 경기 여건, 외국인 자금 흐름 등 거시경제 변수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환율 방향 자체를 바꾸기보다는 과도한 급등세를 억제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공동검사는 단순 구두개입을 넘어 시장 교란과 투기성 거래를 제재하겠다는 신호"라며 "환율 수준 자체보다는 역외 세력과 대형 은행의 일방향 베팅을 억제해 단기 급등과 변동성을 완화하려는 미시적 안정 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향후 환율 흐름은 미국 통화정책과 구조적인 달러 수급 여건이 좌우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1500원대 후반 이상 급등 구간에 대한 경고로서 단기 과열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환율 수준 자체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원화 약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례적으로 평가되는 현상인 만큼 당국이 시장 상황을 점검하는 것은 적절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사를 통해 환율 상승 추세에 편승한 투기적 거래나 거품성 투자를 일부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근 환율은 국내외 주식시장 흐름과 해외 투자 확대, 외국인 자금 이동 등 실수요에 의해 움직이는 측면이 크다"며 "공동검사는 단기적인 변동성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환율 수준 자체를 크게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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