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유니버설 위너호 이어 LNG선 1척도 통과
해협 내 한국 선박 24척 잔류…통항 정상화까지 시차
중동산 원유 도입 차질·전쟁위험보험료 부담 지속
중동전쟁 이후 호르무즈 해협에 갇혀 있던 한국 선박 중 처음으로 해협을 빠져나온 HMM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설 위너'호가 10일 원유 하역을 위해 울산 앞바다에 도착해 해상원유하역시설인 부이로 접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선박 일부가 빠져나왔지만 국내 정유·해운업계의 비용 리스크는 여전하다. 정유사는 중동산 원유 도입 일정과 대체 원유 확보 비용을, 해운사는 전쟁위험보험료와 운임 부담을 주시하고 있다. 통항 재개가 곧바로 비용 정상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업계는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HMM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유니버설 위너호가 울산항에 도착한 데 이어 한국 선사가 운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도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갔다. 유니버설 위너호는 2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국내에 도착했고 LNG 운반선은 한국이 아닌 제3국으로 항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협 내측에는 여전히 한국 선박 24척이 남아 있다. 해협 내 한국인 선원은 외국 선박 승선 인원을 포함해 139명이다.
통항 차질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정유·해운업계는 중동 항로의 운항 조건 변화를 계속 점검하고 있다.
정유업계의 부담은 원유 도입 일정에서 먼저 나타날 수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를 낮춰왔지만 여전히 중동 비중이 높은 구조다. 원유 수입에서 중동산 비중은 2016년 86% 수준에서 지난해 69.6%로 낮아졌지만 국내 정제설비와 장기계약 구조를 감안하면 단기간에 대체하기 쉽지 않다.
미국산 원유 도입 확대는 대응 카드로 꼽힌다. 한국의 원유 수입에서 미국산 비중은 2016년 0.21%에서 지난해 16.3%까지 확대됐다. 정부와 정유업계도 중동산 원유 도입 차질에 대비해 미국, 카자흐스탄, 알제리 등 대체 공급선 확보에 나서고 있다.
다만 대체 물량을 확보해도 수급 부담이 바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원유 도입 계약과 선적, 운송, 국내 도착까지 시차가 발생한다. 유종이 달라질 경우 정제설비 운용과 제품 수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도입선 변경은 비용 부담을 동반한다. 중동산 원유 가격뿐 아니라 대체 원유 프리미엄, 운송비, 재고 운용 부담까지 함께 봐야 하는 이유다.
해운업계는 보험료 부담이 더 직접적이다. 호르무즈 해협 등 전쟁위험 지역에 진입하는 선박은 별도 전쟁위험 특약을 붙여야 한다. 호르무즈 긴장 이후 국내 선박보험 갱신 사례에서 보험료 상승률은 200~1000%대로 집계됐다. 일부 보험료는 기존 5000만원에서 5억8000만원으로 1056% 뛰었다.
보험료 상승은 선사 운항비와 운임에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선박이 고위험 해역을 통과하려면 보험 재가입이 사실상 불가피하고 재보험사가 전쟁 위험을 높게 평가할수록 보험료율은 더 오른다. 여기에 선박 대기 기간이 길어지면 체선 비용과 연료비 부담도 함께 커진다. 원유 운반선뿐 아니라 LNG선, 석유제품선, 컨테이너선까지 중동 항로 전반의 비용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대체 경로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는 호르무즈를 우회할 수 있는 원유 수출 파이프라인이 있지만 가용 물량은 제한적이다.
LNG는 대체 경로가 더 부족하다. 카타르와 UAE LNG 수출 물량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를 지나 아시아로 향한다. 호르무즈 통항 차질이 길어질 경우 정유사의 원유 도입뿐 아니라 발전용 연료와 석유화학 원가에도 부담이 번질 수 있다.
국제유가 방향성은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호르무즈 봉쇄가 길어지면 유가가 재차 뛸 수 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의 증산 가능성은 유가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미국 셰일과 브라질, 가이아나 등 비OPEC 공급 증가도 중장기적으로는 유가 안정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런 공급 증가는 단기 통항 차질을 바로 대체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원유 생산 차질보다 통항 제한에 따른 물류 비용 리스크로 보고 있다. 선박 2척이 빠져나온 것은 긍정적이지만 아직 해협 내 한국 선박이 남아 있고 보험료와 운임 부담도 지속되고 있다. 정유사의 원유 도입 비용과 해운사의 운항비 부담을 감안하면 호르무즈발 공급망 리스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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