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금리 덮치는데…'방어벽' 충당금 줄인 은행들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6.06.11 07:00  수정 2026.06.11 07:00

4대 은행, 방어력 약화 우려

환율 1500원대 고착화에

고금리 장기화까지 부실 '쑥'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뉴시스

고금리와 고환율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쌓아두는 방어벽인 대손충당금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수익성 관리를 의식해 위기 대응 능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대손충당금 잔액은 총 8조30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4년 말 기준 8조5051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해 2000억원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대손충당금은 은행이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를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비상금이다.


통상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거나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짙어질수록 은행은 충당금을 채워 건전성을 방어해야 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국민은행의 대손충당금이 올 1분기 말 기준 2조424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신한은행이 2조2281억원, 하나은행이 1조8838억원, 우리은행이 1조7699억원 순을 기록했다.


문제는 충당금 잔액 자체가 깎여 나가면서 은행의 부실 흡수 능력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대손충당금 적립비율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선제적 적립에 나섰던 지난 2023년 당시 4대 은행의 적립비율은 평균 214.0%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 2024년 187.0%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해 말 160.3%, 올해 1분기에는 150.4%까지 급감했다.


은행의 부실 흡수 능력이 축소된 것과 달리 외환시장과 실물경제의 리스크 지표는 악화되는 추세다.


특히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연일 확대되고 있다.


지난 8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55원대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초가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환율 폭등세가 이어지자 오전 중 외환당국이 즉각적인 구두 개입에 나서며 진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지난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525.0원에 개장했다.


장중 내내 1520원대를 오르내린 끝에, 결국 12.1원 오른 1524.2원에 마감했다.


고환율 흐름은 실물 기업의 기초체력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환율이 1500원대로 고착화되자 외화 부채 비중이 높아 이자 부담이 가중되거나 원자재를 수입해야 하는 중소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내수 침체와 고금리 기조가 맞물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도 상승세다.


올해 3월 말 기준 은행권의 기업대출 연체율은 0.68%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06%포인트 상승했으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81%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화될 경우 이는 은행권의 대출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은행권은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충당금을 올해 들어 늘려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경제 상황은 고금리와 고환율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시기"라며 "단기 실적 관리보다는 대손충당금을 확대하는 등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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