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가 쓰는 CPU"…젠슨 황, '베라 루빈' 전면 생산 선언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6.01 13:37  수정 2026.06.01 13:37

GTC 타이베이서 차세대 AI 플랫폼 본격화 선언

베라 CPU로 인텔·AMD 텃밭까지 공략

삼성·SK·마이크론 메모리 탑재…HBM·LPDDR 수요 확대 기대

배경 슬라이드에 '네이버 클라우드'도 올라

ⓒ엔비디아 유튜브 화면 캡처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인공지능(AI) 플랫폼 '베라 루빈(Vera Rubin)'의 전면 생산을 선언했다.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넘어 중앙처리장치(CPU), 네트워크, 스토리지, 서버 시스템까지 묶은 AI 인프라 기업으로 확장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경쟁 구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황 CEO는 1일 대만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열린 'GTC 타이베이 2026' 기조연설에서 "베라 루빈은 완전히 생산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베라 루빈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메모리가 탑재됐다고 언급했다.


베라 루빈은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플랫폼이다. 기존 GPU 단품이 아니라 CPU, GPU, 메모리, 네트워크, 보안 프로세서, 스토리지, 소프트웨어를 하나로 묶은 랙 단위 시스템에 가깝다. 황 CEO도 "베라 루빈은 하나의 칩이 아니고, GPU만도 아니다"며 전체 AI 인프라 시스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발표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CPU다. 황 CEO는 차세대 CPU '베라'를 공개하며 "그동안 업계는 인간이 사용하는 CPU를 만들어왔다"며 "이제 우리는 AI 에이전트가 사용하는 CPU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인간 사용자는 수십억 명 수준이지만, AI 에이전트는 훨씬 더 많아지고 쉬지 않고 작동하는 만큼 새로운 CPU 수요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이는 엔비디아가 인텔과 AMD가 주도해온 CPU 시장까지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엔비디아는 그동안 AI 반도체 시장에서 GPU 절대강자로 자리 잡았고, 최근에는 네트워크 장비와 서버 시스템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여기에 베라 CPU까지 전면에 내세우면서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부품을 모두 묶어 공급하는 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베라 CPU가 CPU와 GPU, 메모리, 저장장치 간 데이터 이동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모델이 추론 작업을 반복하면서 막대한 데이터를 주고받기 때문에, 데이터 병목을 줄이고 전력 효율을 높이는 것이 성능을 좌우한다.


황 CEO는 이날 "에이전틱 AI가 도착했다"고도 밝혔다. 에이전틱 AI는 AI가 사용자의 지시를 받아 관찰하고 추론하며, 도구를 활용해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형태의 AI를 뜻한다.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대표 사례로 들며 AI가 개발자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수요 확대의 근거로는 '토큰의 수익화'를 제시했다. 황 CEO는 "토큰은 이제 수익을 내는 단위"라며 AI 기업들이 더 많은 토큰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고 말했다. AI가 단순 비용이 아니라 매출과 이익을 만드는 인프라가 됐다는 논리다.


황 CEO는 AI 인프라를 'AI 팩토리'라고 표현했다.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컴퓨터가 아니라 AI를 생산하는 공장이라는 의미다. 그는 AI 팩토리 구축에는 GPU와 CPU, 메모리뿐 아니라 전력, 냉각, 네트워킹, 보안, 스토리지, 소프트웨어가 함께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유튜브 화면 캡처

AI 인프라의 경제성도 강조했다. 황 CEO는 "컴퓨트는 매출"이라며 같은 전력 안에서 얼마나 많은 토큰을 생산하느냐가 수익성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칩 가격만이 아니라 전력당 처리량, 가동 안정성, 시스템 수명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베라 루빈 생산 본격화가 메모리 수요 확대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베라 루빈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메모리가 탑재된 것으로 언급됐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이 확산될수록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물론 CPU 주변에 쓰이는 고성능 저전력 메모리 수요도 함께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기존 HBM 공급 관계를 기반으로 주도권을 이어가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4E 12단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공급하며 차세대 HBM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플랫폼이 CPU와 GPU, 네트워크, 스토리지를 함께 묶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공급 경쟁도 한층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이날 키노트 배경에 표시된 AI 팩토리 생태계 슬라이드에는 국내 기업 중 네이버클라우드 이름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 네이버클라우드는 AI 클라우드 영역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슬라이드에 이름이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 신규 계약이나 구체적 사업 협력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번 기조연설은 AI 반도체 경쟁이 GPU 성능 경쟁을 넘어 CPU, 메모리, 네트워크, 서버, 전력·냉각 인프라를 모두 묶는 시스템 경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읽힌다. 엔비디아가 베라 루빈을 앞세워 AI 데이터센터 핵심 부품과 운영 구조를 통합하려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업계도 차세대 AI 인프라 생태계 변화에 촉각을 세우게 됐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