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물가·서울 집값 등 ‘통화긴축’ 필요성↑
대기업 성과급 폭탄, 서민·취약차주 가계는 흔들
6년 만에 소득 격차 최대치…‘포용금융’ 무색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한국은행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로 8연속 동결했으나, 시장에 던진 메시지는 명확한 ‘긴축’이었다.
고물가, 고환율, 서울·수도권 집값 상승세 등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 필요성이 커졌단 판단이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성장률 전망치도 2.6% 상향 조정한 만큼 통화 긴축을 단행할 채비를 마친 모양새다.
문제는 서민 경제의 침체가 길어지고 있단 점이다. 내수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대기업 성과급 잔치와 증시 활황 등으로 소득 양극화가 역대급으로 벌어졌다.
연내 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1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도 향후 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겠단 의지를 드러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적절한 시기에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며 “물가로 보나 성장으로 보나 환율, 부동산으로 보나 갈 길이 명확하다”는 매파적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이러한 요소를 일관성 있게 관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총재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배경에는 수출 호조와 물가 불안이 자리 잡고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거시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이 탄탄해진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통화완화 카드를 활용한 경기 부양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 2월 2.0%로 제시했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3개월 만에 0.6%포인트(p)나 높였다.
그러나 환율이 1500원선을 넘나들고 국제유가 등 대외 불안이 지속되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역시 기준 2.2%에서 2.7%로 대폭 높여 잡았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서민 실수요자 대출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연합뉴스
성장률 체력이 받쳐주니 물가와 환율, 집값 안정을 위해 금리를 건드리겠단 복안이다.
문제는 거시 지표는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서민 경제는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단 점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올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548만1000원으로 1년 전보다 2.4% 증가했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37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4.2% 올랐다.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월소득 1200만원선을 넘었다.
같은 기준 1분위 소득은 2.7%, 2분위는 1.5%, 3분위 1.2%, 4분위 0.5% 등으로 집계됐다.
대기업 성과급 지급이 집중되면서 대기업 근로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5분위 소득이 눈에 띄게 늘었다.
소득 불평등 수준을 판단하는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6.59배로 조사됐다.
상위 20% 가구 소득이 하위 20%의 소득보다 6.59배 더 많다는 의미다.
대기업 호실적에 따른 성과급 격차가 소득 양극화를 고착시키는 반면, 전체 가계의 실질 근로소득은 1.7% 후퇴해 지난 2024년 1분기(-4.0%) 이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가계부채 규제가 작동하는 가운데 연내 금리 인상까지 단행되면 시장 양극화는 걷잡을 수 없을 거란 우려가 커진다.
자산가와 고소득층에 미칠 충격은 미미한 수준일 수 있으나, 당장 주거비 마련, 생계형 대출 등이 절실한 서민, 취약차주들의 가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금리가 오르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가산 폭이 자동으로 커져 소득이 낮을수록 한도가 우선적으로 깎여나가기 때문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줄곧 ‘포용금융’, ‘상생금융’을 강조하며 금융권을 압박하고 있다.
금융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서민 가계 부담을 덜어주겠단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속도 조절 및 보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단 견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서민금융 공급을 확대한다지만 가계부채 총량 관리 명분으로 서민 금융정책의 문턱마저 높이고 있어 정책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질 테고, 금융 사각지대로 몰리는 한계 차주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취약차주와 소상공인 등을 위한 정밀한 금융·재정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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