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대환대출 등 상품 줄줄이
상환능력 그대로인데 금리만 ‘뚝’
2금융권 부실차주 1금융권 흡수 효과 그쳐
최근 시중은행들은 타 업권의 고금리 대출을 1금융권의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 상품 등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의 포용금융 확대 정책 기조에 맞춰 시중은행들이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금융권 안팎으로는 정치적 압박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상생 상품을 마련하면서 은행권 전반의 건전성 훼손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단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은 타 업권의 고금리 대출을 1금융권의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대환 상품 등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그룹 내 고금리 신용대출을 이용하는 고객 대상 대환 전용 상품인 ‘우리 WON 드림 갈아타기 대출’을 지난달 말 출시했다.
하나은행은 중·저신용자 전용 특화 상품인 ‘하나원큐 중금리대출’을 이달 출시할 예정이다. 소상공인을 위한 ‘하나더소호 성공사다리대출’도 출시한다.
신한은행은 오는 7월부터 기존 신한저축은행 고객에게만 허용하던 대환대출 대상을 국내 79개 저축은행 차주로 확대할 방침이다.
KB국민은행은 제2금융권 신용대출을 보다 낮은 금리의 1금융권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KB국민도약대출’을 내놓은 상태다.
신한은행은 일찍이 2024년부터 신한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고객이 원리금 일부를 신한은행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중이다.
포용금융 확대 정책에 맞춤형 상품이 출시되면서 중·저신용자들의 금리 부담은 한층 덜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은행권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고금리·고물가 등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한 차주들의 근본적인 상환 능력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만 낮춰주는 대환 대출은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렵단 지적이다.
결국 저축은행, 카드사 등 2금융권에 잠재돼 있던 부실차주를 1금융권이 그대로 흡수하는 데 그칠 가능성이 커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은 17조7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1조1000억원 증가했다.
은행 전체 여신 중 부실채권비율은 0.60%로 2021년 3월 말(0.62%)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다.
반면 은행이 부실 위험 현실화에 대비하기 위해 쌓아두는 대손충당금 잔액은 전 분기 말과 같은 수준인 26조7000억원이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년 전보다 20.1%포인트(p) 떨어진 150.4%로 집계됐다. 건전성 방어력이 점차 약화하는 흐름을 나타내는 셈이다.
특히 중저신용자 구간의 부실 징후는 더 뚜렷하다.
2금융권인 저축은행의 같은 기간 연체율은 6.7%로 지난해 말보다 0.7%p 올랐다. 고정이하여신 비율 역시 지난해 말 8.4%에서 3월 말 8.6%로 상승했다.
금융권 안팎에선 포용금융 확대만큼 은행의 건전성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당장 눈앞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포용금융 확대 정책이 자칫 금융 시스템 전반의 리스크 관리 체계를 흔들 수 있단 우려다.
2금융권에 머물러 있던 중·저신용자를 단순히 1금융권으로 옮겨오는 방식보다 시장 원리에 따라 한계 차주 연착륙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의견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 기조에 맞춰 중·저신용자 맞춤 지원이 늘고 있지만, 하반기에도 내수 경기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이 자금들이 시중은행의 부실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까지 고려하고 있어, 1금융권으로 방향을 틀어 이자 숨통을 틔웠던 차주들은 또다시 연체의 늪으로 빠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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