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생산자물가 2.5% 상승해
원재료 28.5%·중간재4.3% ↑
물가 상승·소비심리 위축 우려
일각선 “기대인플레이션 안정화 정책” 강조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뉴시스
반등 조짐을 보이던 내수 회복에 비상이 걸렸다. 중동전쟁 여파로 석유류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생산자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영향이다.
원자재와 중간재, 인건비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체감물가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선 흐름을 보이던 내수 경기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4월 생산자물가(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생산자물가는 전월 대비 2.5% 상승했다. 전월 상승률(1.7%)보다 오름폭이 확대된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 이후 28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품목별로는 석탄·석유제품이 31.9% 급등했고 화학제품(6.3%), 운송서비스(1.6%) 등도 상승하며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의 생산비 부담을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국내공급물가지수 역시 원재료(28.5%)와 중간재(4.3%) 가격 상승 영향으로 전월 대비 5.2% 올랐다.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이기도 하다.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 인건비 상승분이 통상 1~3개월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달 소비자물가부터 중동전쟁발 비용 상승 압력이 본격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체감물가 상승이 현실화될 경우 가계 소비심리 위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은 최근 발표한 ‘향후 유가 시나리오에 따른 소비자물가 전망’ 보고서에서 “유가 10% 상승은 연평균 소비자물가를 0.2~0.3%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의 올해 평균 유가 전망치인 배럴당 82달러를 적용할 경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중동전쟁 이전 전망치보다 약 0.4%포인트(p)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KIF는 “중동전쟁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유가 수준이 IMF의 기본 전제치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내수 회복 흐름이 물가 충격에 다시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소비 등 내수는 개선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중동전쟁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둔화되고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및 민생 부담 확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한국 경제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내수 역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었다. 민간소비와 서비스업 생산도 점진적인 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약화되면서 내수 회복세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중동발 공급망 충격과 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유류세 인하 2개월 연장, 석유 최고가격제 지정, 담합 조사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고유가 장기화와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는 만큼 기대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적 대응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마창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가 소비자물가를 하락시키는 그런 베네핏도 있지만, 보상을 해줘야 하는 코스트도 있다”며 “물가 안정 정책에 관련해서는 최근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모습이 있기 때문에 이를 낮추는 커뮤니케이션 또는 통화당국·한국은행에서 기대인플레이션 안정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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