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사이클 조선 3사에도 성과급 불씨…원청·하청 불문 '내 몫' 요구 봇물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6.05.14 15:42  수정 2026.05.14 15:43

조선 3사 1분기 영업익 2조…쌓이는 수주 잔고

커지는 노조 성과 공유…영업익 30% 성과급 요구

"조선은 호황과 불황 반복되는 산업, 신중히 봐야"

한화그룹노동조합협의회 관계자들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이소영 기자

국내 조선 업계가 수주 호황과 고선가 선박 효과에 힘입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재진입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성과 배분을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수년치 일감을 확보하며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자 노조를 중심으로 임금 인상과 성과급 확대 등의 요구가 확산되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2조원을 넘어섰다. 중국 조선소의 저가 경쟁 속에서도 LNG선,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졌다.


수주 잔고 역시 빠르게 쌓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LNG선 수주를 잇달아 확보하며 올해 연간 수주 목표의 50.7% 가량을 달성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 역시 LNG선과 친환경 선박 중심 수주를 이어가며 최소 2~3년 이상의 안정적인 건조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 3사의 슈퍼사이클 재진입 배경에는 미국의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와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가 자리한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한 ‘마스가’ 기조를 강화하는 가운데 대규모 보조금과 조선·해양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며 한국 조선사에 대한 수주 기회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국제해사기구(IMO)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환경 규제 강화로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 수요가 급증해 기술력과 생산력을 갖춘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


이 같은 업황 개선 분위기 속에서 노조의 ‘성과 공유’ 요구도 커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최근 올해 임단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 최소 30% 성과 공유 ▲통상 임금 산입 범위 확대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해당 안건은 이달 안에 노조 내부의 협의·의결을 거쳐 다음달 시작하는 사측과의 협상 과정에서 제시될 예정이다.


노조는 실적 개선이 가시화된 만큼 현장 노동자들도 성과를 함께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생산직 고령화와 숙련공 부족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과 신규 채용 확대 등 고용 구조 전반에 대한 논의 역시 주요 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화오션 노조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 약속한 제한조건부주식(RSU) 지급 문제를 핵심 쟁점으로 제기하고 있다. 노조 측은 조선업 호황과 실적 개선으로 경영 목표가 상당 부분 충족됐음에도 RSU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하청 노동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하청 노동자들의 원청 교섭 요구와 고용 구조 개선 요구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실제 한화오션은 지난해 원·하청 노동자에게 동일 비율의 성과급을 지급했지만, 올해는 교섭 범위 확대 여부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성과급 대상에서 제외됐던 도급업체 웰리브지회 사례처럼 원청 종속형 협력업체가 아닌 곳까지 교섭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조선업 성장 과실의 공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3일 울산에서 열린 ‘K조선 미래 비전 간담회’에서 “국내 조선 산업이 제대로 발전할 뿐 아니라 튼튼한 생태계가 구축돼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나눠지고, 회사 내에서도 사용자와 노동자가 함께 과실을 누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선업 호황이 장기화될수록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갈등 역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조선업은 숙련 인력 확보가 생산성과 직결되는 산업인 만큼 임금과 복지, 보상 체계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올해 임단협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요구가 과도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호황기만 있는 산업이 아니다”라며 “불황기에는 비용 절감으로 버텨온 만큼 영업이익 일정 비율 지급 요구는 신중히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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