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올 맛 나야"…정의선 회장이 양재사옥에 심은 '사람 중심' 철학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5.14 14:55  수정 2026.05.14 14:55

현대차그룹, 1년11개월 공사 거쳐 양재사옥 로비 리뉴얼

지하 1층~지상 4층 약 3만6000㎡…아고라·라이브러리·러닝랩 조성

정의선 "편하게 쓰며 즐겁게 일해야…사람 간 만남 더 중요해질 것"

정의선 회장(왼쪽)이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에서 열린 로비 스토리 타운홀에서 알렉산드라 빌레가스 산느 디자인 디렉터(오른쪽) 등 새 로비 기획에 참여한 담당자들과 함께 토크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건물이 주인이 아니고 사람이 주인입니다. 임직원들이 양재사옥을 자유롭게 쓰면서 즐겁게 일하고, 회사 올 맛이 난다는 생각이 드는 게 중요합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4일 양재사옥 1층 로비 중앙에 조성된 계단형 라운지 '아고라(Agora)'에서 열린 '로비 스토리 타운홀'에서 양재사옥 로비 리노베이션의 철학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 행사는 현대차그룹이 새롭게 단장한 양재사옥 로비의 기획 의도와 공간별 활용 방향을 임직원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 회장과 새 로비 기획에 참여한 담당자들은 리노베이션의 배경을 소개하고 임직원들의 현장 질문에 답했다.


정의선 회장(왼쪽)이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에서 열린 로비 스토리 타운홀에서 알렉산드라 빌레가스 산느 디자인 디렉터(오른쪽) 등 새 로비 기획에 참여한 담당자들과 함께 토크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양재사옥은 2000년부터 현대차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공간이다. 로비는 품질평가실과 품질상황실이 위치하고 신차가 전시되는 등 그룹의 주요 가치를 투영하는 장소로 기능해왔다.


현대차그룹은 로비를 임직원이 자유롭게 머물며 생각을 나누는 열린 광장으로 조성하기 위해 2024년 5월 리노베이션에 착수했다. 1년11개월 공사를 거쳐 올해 3월 초 다시 문을 열었다. 대상 공간은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이며 실내와 옥외를 포함한 면적은 약 3만6000㎡다. 축구장 5개를 합친 넓이다.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로비 중앙부의 아트리움.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정 회장은 이번 리노베이션의 핵심을 '사람 중심'으로 설명했다. 그는 "양재사옥을 어떻게 가장 일하기 편하게 바꿀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많은 건물들을 보며 느낀 것은 사람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물에 눌리지 않고 본인이 사는 집보다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이 핵심이었다"며 "중요한 것은 지금보다 더 편하게 소통이 잘 되는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공간 개선이 단순한 복지나 외관 변화가 아니라 제품 경쟁력과 연결된다고 봤다. 그는 "어디서든 미팅하고 의견을 나누고 다양한 공감을 이루는 것이 결국 우리 제품에 도움이 되고 고객을 위해 연결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양재사옥과 연구소 등 어디서 일을 하든 이 건물과 오피스의 고객인 여러분이 편한 환경에서 일하며 제품을 잘 만들었을 때 외부 고객들에게 진정하게 어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1층 로비 중앙에 조성된 계단형 라운지 '아고라(Agora)' 공간.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이번 리뉴얼의 핵심 콘셉트는 '자유롭게 교류하며 생각을 나누는 광장'이다. 1층 로비는 아고라를 중심으로 임직원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아고라 주변에는 미팅과 휴식 용도의 '커넥트 라운지', 전시 공간인 '오픈 스테이지', 카페, 옥외 정원 등이 연결됐다.


글로벌 건축·인테리어 디자인 기업 스튜디오스 아키텍처의 알렉산드라 빌레가스 산느 디자인 디렉터는 "대부분의 기업은 브랜드의 전시장 역할을 하는 인상적인 로비를 만들어 달라고 말하지만 현대차그룹이 처음부터 강조한 것은 사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전시가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모이고 마주치고 아이디어를 나누는 살아있는 광장을 원했다"며 "폐쇄적이었던 공간을 열고 수직과 수평으로 자연스레 연결했다"고 말했다.


) 토일렛페이퍼와 협업한 시각 요소가 적용된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미팅룸 라운지 공간.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2층에는 협업을 위한 17개 미팅룸과 포커스룸이 배치됐다. 일부 미팅룸에는 이탈리아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토일렛페이퍼(Toiletpaper)'와 협업한 시각 요소를 적용해 임직원이 신선한 자극과 영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라이브러리도 새롭게 구성됐다. 현대차그룹은 일본 츠타야 서점의 운영 주체인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과 협업해 주제별로 큐레이션된 도서를 제공한다.


정 회장은 "CCC와 츠타야 서점은 단순히 서점이라기보다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공간이라 우리에게 도움이 많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책을 읽는 것도 일의 연장이고 그런 순간에 좋은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3층과 4층은 임직원의 성장과 휴식에 초점을 맞췄다. 3층에는 교육과 강연, 원데이 클래스 등을 운영할 수 있는 도심형 연수원 '러닝랩'과 휴식 공간 '오아시스'가 조성됐다. 4층에는 옥상 야외 정원이 들어섰고 트랙과 철봉 등 간단한 운동 설비도 마련됐다.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내 아케이드 공간.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지하 1층은 식사와 운동, 여가, 편의 기능을 통합한 공간으로 구성됐다. 식당은 한식, 일식, 이탈리안, 샐러드 등 메뉴를 갖췄고 오픈 키친 형태의 '라이브 그릴'도 운영한다. 중앙 라운지 '피아짜(Piazza)'를 중심으로 여러 식음 코너가 이어지도록 설계했으며 식사 시간 외에는 업무 공간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정 회장은 식당에 대해 "사람의 큰 즐거움 중 하나는 식사하는 것"이라며 "정주영 창업회장은 과거 식사에 대해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고 푸짐한 식사를 내놓던 문화가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로비에는 로봇 스테이션도 설치됐다. 조경 관리용 관수로봇 '달이 가드너(DAL-e Gardener)', 배송 로봇 '달이 딜리버리(DAL-e Delivery)', 의전 및 보안용 '스팟(SPOT)' 등이 도입됐다. 임직원이 일상 속에서 로보틱스 기술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 회장은 "로봇을 계속 하는 이유는 테스트베드로서 많은 제품을 테스트해 보고 여러분이 관심을 가져주고 기여해 주면 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로봇을 배치해 놓고 있고 앞으로는 숫자가 많아져 성능을 개선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컨시어지 공간. ⓒ데일리안 정진주 기자

현대차그룹은 리노베이션 과정에서 임직원 의견도 반영했다. 착수 전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채널 '새로비' 웹페이지를 열고 새로운 로비 소개, 방향성 제언 수렴, 공사기간 중 생활 안내, 공정률 안내 등을 진행했다. 식당 메뉴와 식기류는 식문화에 관심이 높은 임직원 체험단의 품평을 거쳐 운영 데이터로 활용했다.


정 회장은 타운홀 말미에 "계속 데스크에서 스크린을 보면서 일하다 보면 삶에 대한 아이디어, 일에 대한 아이디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며 "사람과 사람의 페이스 투 페이스,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과 사람 간 만남은 아무리 세상이 발전해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앞으로도 여러분이 양재사옥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며 더 발전시키고, 고치고, 그렇게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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