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 "8시 20분" 최후통첩 …결렬 땐 총파업 수순 불가피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05.12 19:03  수정 2026.05.12 19:13

노조 "조정안 없으면 협상 끝"…사후조정 연장 가능성도 일축

전날 11시간 마라톤 회의 이어 이틀째 평행선…이후 변수는 법원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회의 도중 회의장 밖으로 나와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전 마지막 조정 절차를 이어가고 있지만 협상 종료 시점까지 거론되면서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노조가 "오후 8시 20분까지 조정안이 없으면 협상을 끝내겠다"고 밝히면서 이번 사후조정이 사실상 총파업 직행 여부를 가를 최종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2일 삼성전자 노사는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진행 중이다. 전날 열린 1차 회의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약 11시간30분 이어졌지만 핵심 쟁점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날 역시 오전부터 장시간 협상이 이어졌지만 협상 분위기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노조 "요구 조건, 양보 없다"

현재 최대 쟁점은 성과급 재원 기준과 제도화 여부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기존 연봉의 50%로 제한된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순 특별 포상이 아니라 해당 기준을 단체협약 수준으로 명문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유지하고 있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영업이익 15% 재원 활용과 제도화를 계속 요구했는데 회사는 아직도 영업이익 10%를 고수하고 있다"며 "비메모리를 챙겨줄 수 없다는 입장도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일부 조정 가능성도 언급했지만 핵심 요구는 유지했다. 최 위원장은 "15%가 어렵다면 1~2% 낮추더라도 OPI 주식보상제도를 확대해 더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성과급 체계 제도화, 리스크 너무 커"

반면 회사 측은 반도체 업황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성과급 체계를 제도적으로 고정하는 것은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대신 업계 최고 수준 실적 달성 시 특별 포상을 통해 경쟁사 이상 수준의 보상을 제공하겠다는 안을 제시한 상태다. 여기에는 6.2% 임금 인상과 최대 5억원 규모의 직원 주거안정지원 제도 도입안도 포함됐다.


실제로 반도체 업계에서는 성과급 재원을 영업이익과 연동해 고정 비율로 제도화하는 방식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크다. 반도체 산업 특성상 업황에 따라 실적 변동 폭이 크고, 호황기와 불황기가 반복되는 대표적 사이클 산업인 만큼 비용 구조 역시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대규모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이 경쟁력의 핵심인 산업 구조상, 영업이익 일부를 의무적으로 성과급에 배분할 경우 업황 둔화 시 투자 여력이 급격히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주요 반도체·테크 기업들 역시 영업이익의 특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고정 지급하는 사례가 드문 배경이다.


노조 "8시 20분까지 결과 안 나오면 결렬"

한편 노조는 중노위 조정안이 이날 오후까지 제시되지 않을 경우 협상을 종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최 위원장은 "조정안을 요청했지만 3시간째 기다려 달라는 말만 듣고 있다"며 "오후 8시20분까지 결과가 안 나오면 결렬로 알고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후조정 연장 가능성 및 노조 측이 내건 조건 두 가지 중 하나를 양보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이 결렬될 경우 국면이 '협상'보다 '실제 실행력' 싸움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이미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총 18일간 총파업 계획을 예고한 상태다.


특히 이번 파업은 지난 2024년 파업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에는 실제 파업 참여율이 전체의 15% 수준에 그치며 생산라인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반면 이번에는 교섭권을 쥔 초기업노조 조합원의 상당수가 반도체 DS부문에 집중돼 있어 실제 생산 차질 우려가 훨씬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향후 핵심 변수로는 법원 판단도 꼽힌다. 삼성전자는 이미 위법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오는 13일 2차 심문, 20일 법원 결정이 예정돼 있다. 법원이 생산라인 접근과 안전보호시설 관련 쟁의행위를 어느 수준까지 제한하느냐에 따라 실제 총파업 강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재계·암참 모두가 한 목소리로 우려

정부와 재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 핵심 기업으로 꼽힌다. 최근 HBM 중심 AI 메모리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생산 차질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는 최근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파업 가능성이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과 한국 투자 경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공개 우려를 표명했다. 암참은 특히 생산 중단 자체보다 '운영 불확실성' 확대를 더 큰 리스크로 지목했다.


일각에서는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정부가 긴급조정권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따르면 쟁의행위가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치거나 국민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고용노동부 장관은 긴급조정을 결정할 수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하며 이후 30일간 파업을 재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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