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지방선거 이슈가 되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26.05.02 07:31  수정 2026.05.02 08:18

국민의힘이 장동혁 대표가 지난달 16일 진행한 일정 관련 사진을 출입기자단에 배포했다. 사진은 장 대표가 미 국무부 인사와 면담하는 모습. ⓒ 국민의힘/연합뉴스


장동혁의 실패한 외교, 방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미국을 방문해 접촉한 미국 상대방의 직급이 논란이 되고 있다. 차관보급이다 차관보급 아니다 뒷말이 제법 많다. 상대당은 물론 당내에서도 격에 맞지 않다고 비난한다. 장동혁 대표가 만나고 온 미국 국무부 ‘고위인사’는 차관 비서실장이었다 한다.


차관의 비서실장이 차관보급인지 여부는 확인해 보면 알 일이다. 그러나 명색이 대한민국 제 1야당 대표가 대통령 비서실장도 아니고 국무부 차관의 비서를 만나고 왔다면 그 자체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차관 비서실장이 실세라고도 변명하지만, 그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백 보를 양보해 국무부 차관 비서실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실세라면, 국민의힘 내부의 실세인 김민수 의원이 만나면 충분할 일이었다. 선거가 코앞인데 공천도 개판으로 만들고 미국으로 도망갔다는 비난에 몰린 장동혁 대표의 마지막 변명은 가장 큰 문제다. “지방선거에 도움될 수 있는 미국 방문 일정이었다.”


정치에서는 선거에 도움된다면 범죄행위가 아닌 한 뭐든 하는 게 맞겠지만, 그렇다 해서 외교안보를 선거에 이용하는 게 바람직한 것은 결코 아니다. 더군다나 차관 비서실장이 선거에 도움이 되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전쟁으로 내코가 석자가 빠진 상태인데, 한국의 야당 대표가 국무부 차관 비서실장을 통해 제기하는 의제가 여간 중요하지 않은 한 관심을 둘 리 없다.


통일부 장관의 동맹 위기 발언


1978년 구 소련이던 1978년 KAL 902편이 소련 무르만스크 지역에 강제 착륙당한 적 있었다. 대한항공기가 소련 영공으로 잘못 들어가자 소련 전투기가 떴다.


민간항공기임을 확인한 전투기 조종사가 “민간항공기로 보인다”고 보고했는데도 지상 관제소에서는 “격추하라”고 지시했다. 어마어마한 격추 사건이 벌어지기 일보 직전이었는데 어쨌든 격추되지 않고 강제 착륙했다가 귀환했다.


미군 당국은 사건의 발생에서부터 끝날 때까지 소련군의 통신을 모두 감청해 내용을 모두 파악하고도 자신들의 감청 역량이 노출되지 않도록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정보 가운데 정말 민감한 정보는,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적(상대)에게 알리면 안 된다. 그만큼 정보 ‘역량의 보안’은 중요하다.


미국이 최근 민감한 대북 정보를 당분간 한국과 공유하지 않겠다고 정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핵 시설의 소재를 언급한 것이 이유라 한다. 당연히 한미 동맹 관계가 위기를 맞았다는 우려도 제기됐고, 야당은 심각한 안보 문제를 야기한 정동영 장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그런데 정동영 장관은 자숙하기는커녕 한 술 더 떴다. 비판하는 정치권과 여론에 대해 ‘숭미 주의자... 어느 나라 정치인이냐?“고 공격한 것이다. 제정신인지 이해할 수도 이해해서도 안 되는 2차 가해다.


정치공학과 공천 난맥상


역대 선거 때마다 단일화 필승론이니 지역연합이니 선거연대니 해서 잔머리 굴리는 계산 속만 난무한 것이 우리 정치의 수준이었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런 퇴행적인 정치공학적 조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려고 부산 경남 지역을 물색하던 조국혁신당의 조국이 연고지인 부산 경남을 포기하고 생판 아무런 연고가 없는 경기도 평택을 선택한 것도 비슷하다. 국민의힘은 대구시장 후보 공천에 지지율 선두 후보를 컷오프하는 난행(亂行)으로 당사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한미 동맹 관계, 크게 보면 외교안보 이슈가 선거전의 중요 이슈가 되고 있다. 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 지난 1987년 대통령 선거 이후 40년 째 선거를 지켜본 필자의 기억으로는 외교안보 현안이 선거전의 핵심 이슈가 된 것은 극히 오랜만이다. 1992년 이후 처음이 아닌가 싶다. 역설적으로 우리 선거 문화가 한 단계 성숙해진 것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외교가 ‘지방’선거 이슈라고?


암담한 국내 이슈가 판치던 지방선거전에 외교가 등장한 것은 이례적이면서도 신선하다. 정치권이 뭐가 중한지 이제야 정신차린 듯 싶기도 하고, 유권자들이 각성한 소치라는 느낌도 든다.


사실 인간은 간사한 존재라서, 가까운 알 만한 사람들의 사소한 감정싸움, 권력다툼이 재미나다. 외교안보가 아무리 국가와 민족에 중요하다고 떠들어도, 일종의 관음증이라고나 할까. 인간 본성 자체가 그렇다.


그런 와중에 한미 동맹과 같이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좌우할 굵직한 이슈가 선거전 이슈가 된 것은 필자와 같은 언론인 입장에서는 무척 반가운 일이다. 더군다나 이번 선거는 중앙정치를 다루는 대선이나 총선도 아니다. 그런데도 외교와 같은 국가대사가 이슈로 떠오른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일 것이다.


지난 2월부터 여권의 외교안보 실착 사례는 누구의 표현대로 ‘차고도 넘친다.’ 서해 상공에서 한미 합동 전투기 훈련을 거부한 것부터 시작해, 동맹국에 큰 결례를 하고 강력한 항의도 받았다. 이란 전쟁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중립을 유지하는지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사실은 외교안보는 도덕성 논쟁, 거시경제 정책과 함께 현 정부 3대 아킬레스건의 하나다.


이재명 정부 집권 1년도 못 되는 사이, 한미 동맹 관계는 더없이 위태로워졌다. 1970년대 미국의 카터와 박정희가 갈등을 빚던 이후 가장 위태로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구시대적 권력 외교와 이익 외교도 문제였을 것이다. 그러나 단단한 한미 관계의 필요성이 더 큰 나라는 한국이다. 트럼프는 오락가락해도 우리는 일본처럼 변함없는 신뢰와 지지를 보내야 한다. 그래야 잃을 것이 적고, 나아가 3년 뒤 트럼프 다음의 미국 정권에서 얻을 것이 많을 것이다.


글/ 김구철 금강대 연구교수·전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단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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