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화 선생님의 ‘교생실습’, 호러코미디로 꺼낸 학교와 교사의 비명 [D:현장]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4.29 16:48  수정 2026.04.29 16:48

5월 13일 CGV 단독 개봉

여고생 호러 코미디의 외피를 두르고 무너진 교권과 공교육의 현실, 그리고 여전히 학교를 지키는 선생님들에 대한 연대의식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찾아온다.


영화 ‘교생실습’ 언론배급시사회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영화 ‘교생실습’은 수능 귀신에 맞서 죽음의 모의고사를 치르게 된 열혈 MZ 교생 은경(한선화 분)과 흑마술 동아리 소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하이스쿨 호러블리 코미디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CGV에서 열린 ‘교생실습’ 언론배급시사회에는 김민하 감독과 배우 한선화, 홍예지, 이여름, 이화원, 유선호가 참석했다.


이날 김민하 감독은 작품의 출발점부터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 영화 선배님들이 만든 ‘여고괴담’의 호러 코미디 버전을, 뉴 제너레이션 감각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작품은 단순히 장르적 변주에 머물지 않는다. 김 감독은 2023년 9월 교육영화제에서 현직 교사들을 만난 경험을 언급하며 울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감독은 “당시 극장에 계신 분들이 전부 검은 반팔티를 입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서이초 49재 추모가 있던 날이었다”며 “제 전작 ‘버거송 챌린지’에 가난한 학생을 지켜주는 선생님 역할이 나오는데, 선생님들이 그 장면에서 위로를 받았다고 울면서 말씀해주셨다. 그걸 보며 교권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게 무너져 있구나 느꼈고, 그 감정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육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못하던 때가 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싶어 옛날 서당이 어떻게 사라졌는지도 찾아봤다”며 “근대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줄 알았는데, 일제강점기 때 서당이 독립군의 교육 기반이 되면서 토벌 대상이 됐더라. 그런 역사도 담아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사교육 현실 역시 영화의 배경이 됐다. 김 감독은 “산책하다 학원가에서 학생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고, 이 시간에 학원에 없는 학생들은 어디 있을까 생각했다”며 “작년 사교육비가 27조원에 달했는데 학령인구는 줄어도 비용은 최대치를 찍었다. 가진 자의 자녀는 더 배우고, 그렇지 못한 자녀는 더 배우지 못하는 현실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품은 시나리오는 배우들에게도 강하게 다가갔다. 한선화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이게 뭐지’ 싶을 정도로 독특했고 궁금했다”며 “감독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장르 안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굉장히 뚜렷하더라. 재밌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선호는 일본 요괴 이다이나시 역으로 색다른 도전에 나섰다. 그는 “감독님 전작을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봤는데 굉장히 특별했다”며 “이번 작품 제안을 받고 읽어보니 캐릭터도 굉장히 특수하고 특별했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해볼 수 있을까 싶어 도전했다”고 말했다.


이다이나시라는 이름의 유래도 공개했다. 김 감독은 “영화제에서 일본어과 분들이 많이 물어보셨다”며 “사실 파파고에 ‘위대한 스승’을 쳤더니 ‘이다이나시’가 뜨더라. 뭔가 있을 법한 요괴 같아서 차용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교생실습’이 전작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과 같은 결을 공유하느냐는 질문에 “시리즈로 5편까지 구상은 해놨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여고생이 귀신을 만나 이긴다는 큰 세팅만 두고, 매 편마다 다른 결로 독립성을 가지게 하려 한다”며 “자기복제처럼 느껴지지 않게 다채롭게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여름은 현장 분위기에 대해 “같은 그룹 우주소녀 은서가 감독님 전작에 참여했는데 현장이 너무 좋았다고 들었다”며 “실제로 와보니 의견도 잘 들어주시고 표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눠주셔서 캐릭터를 풀어내기 수월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 특유의 유머도 이어졌다. 그는 “이여름 배우가 리딩 스케줄을 잡을 때 제가 로케이션 ‘헌팅’을 간다고 했더니 한참 뒤에 ‘헌팅이요?’라고 보내온 적이 있는데, 아직도 상처”라고 농담했고, 이여름은 “잘못 보낸 줄 알고 검색까지 해봤다”고 받아쳐 웃음을 더했다.


감독은 영화 속 설정 오류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인정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극 중 모의고사 과목을 ‘언어·수리·외국어’로 표현한 부분이 현재의 국어·수학·영어 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 것. 김 감독은 “영화를 다 만들고 나서야 관객분께 ‘교과과정이 바뀌기 전 설정이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누가 제작 과정에서 얘기해줬다고는 하는데 기억이 안 난다. 멱살을 잡고 알려줬어야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 감독은 이날 현장에서 “안녕하세요, ‘교생실습’ 감독 김민하입니다. 언수외’ 표현을 썼는데 다 만들고 한참 뒤에야 바뀐 걸 알았다”며 “되돌릴 수 없어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는 더 영민한 감독이 되겠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영화 속 귀신들의 깜짝 등장에 놀란 배우들의 모습. ⓒ데일리안 전지원 기자

한선화는 귀신 역할 배우들과 미술팀의 노고를 강조했다. 그는 “귀신 역할 배우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수리귀신은 대사도 없고 어떤 소리를 낼지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들었다”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대사가 있는 제 역할도 더 잘 소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술도 정말 멋있다. 이다이나시를 만나는 방도 첫날 현장에서 깜짝 놀랄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종이나 휴지처럼 쉽게 볼 수 있는 재료들로 미장센을 만들어낸 게 감동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유선호는 일본어 연기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원래 일본어를 하나도 못해서 작품을 위해 따로 공부했다”며 “날이 밝을 때까지 일본어를 외우고, 수업을 받고, 선생님과 음성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꿈에서도 일본어를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현장에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는 분이 거의 없어서 컷이 나면 제가 ‘이번에 잘했냐’는 질문을 받아 혼자 외롭게 싸운 기억이 있다”고 웃었다.


이에 김 감독은 “선호 배우가 일본어의 바로미터였다”며 “원래는 여자 배우가 하면 기모노를 입은 전통 요괴, 남자 배우가 하면 변발에 나막신 신은 사무라이 버전을 상상했는데, 유선호 배우가 캐스팅되면서 일본 대저택의 도련님 같은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백발에 화상한 모습의 이다이나시가 무서워 보여야 했는데, 유선호 배우의 훈훈함이 그걸 덮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 감독은 마지막으로 이 영화가 단순한 장르 영화가 아니라 교사들에게 위로가 되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형사님들이 ‘베테랑’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런 것처럼 선생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며 “이 시간에도 학교를 지키고 있는 선생님들의 슬픔을 공감하고 연대하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꾸진 못해도 꿈꾸게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생실습’은 5월 13일 CGV에서 단독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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