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북미 패싱’?… 중동 전쟁이 멈춰 세운 케이팝 월드투어 [D:이슈]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4.28 08:29  수정 2026.04.28 08:30

아이돌 케이팝 투어 일정 줄줄이 취소...이유는 '현지 사정'

최근 케이팝 월드투어 시장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아이들, 휘브, 케플러 등 주요 아이돌 그룹들이 ‘현지 사정’이나 ‘제반 여건’ 등을 이유로 예정된 해외 공연을 돌연 취소하거나 일정을 변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아이들 2026 월드투어 타이베이돔 공연 사진 ⓒ큐브엔터테인먼트

특히 수익성이 높다고 평가받던 북미 지역이 투어 리스트에서 제외되는 이른바 ‘북미 패싱’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기저에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그로 인한 수익 구조 악화가 자리 잡고 있다.


케이팝 투어 취소의 전조는 이미 지난 3월부터 나타났다. 4월 18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대형 페스티벌 ‘2026 하이퍼라운드 K-Fest’는 공연을 한 달 앞두고 돌연 취소 소식을 알렸다. 당시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안전상의 이유가 거론되었으나, 동시에 투어 시스템이 거시경제적 변수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낸 단면이기도 했다.


월드투어는 아티스트와 수십 명의 스태프가 이동하는 인적 물류뿐만 아니라, 수십 톤 규모의 무대 장치와 화물을 국가 간 운송해야 하는 고비용 구조를 지닌다. 중동 전쟁의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항공유 가격이 동반 상승했고, 이는 곧 화물 운송비의 수직 상승으로 이어졌다. 통상 투어 예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물류비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기획사가 감당해야 할 고정비 부담이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다.


여기에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은 수익성을 더욱 갉아먹고 있다. 티켓 매출을 원화로 회수해야 하는 국내 기획사 입장에서 현지 통화 가치의 불안정은 곧 실질 수익의 감소를 의미한다. 결국 티켓 판매가 원활히 이루어지더라도 물류비와 운영비를 차감하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역마진’ 구조가 형성되면서, 기획사들은 투어 강행 대신 ‘전략적 철수’를 선택하고 있다.


한 케이팝 기획사 관계자는 “전쟁 상황이 길어지면서 현지 분위기의 영향이 미치면서 티켓 판매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티켓이 매진이 되더라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인데, 그마저도 되지 않으니 북미 투어를 계획 중인 엔터사들이 대부분 투어 계획을 철회하거나, 무기한 연기를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고비용 리스크가 커진 북미와 유럽 대신, 기획사들은 상대적으로 물류비 부담이 적고 팬덤 밀도가 높은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까워 이동 동선이 짧고 수익성이 검증된 일본 및 동남아시아 시장에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특정 지역을 거점으로 삼아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는 투어 방식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급등한 비용의 화살이 팬덤에게 향하는 상황이다. 기획사들이 운영 손실을 메꾸기 위해 콘서트 티켓 가격을 인상하거나 고가의 굿즈 판매에 의존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으로 팬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팬덤 이탈을 가속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아티스트의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쟁과 같은 예상할 수 없는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항공 물류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현지 프로덕션과의 협업을 강화하거나, 무대 연출을 효율화하는 등 저비용, 고효율의 투어 모델을 정립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면서 “무엇보다 대외 충격에 의한 리스크를 팬들에게 전가한다면 당장의 수익 실현은 가능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케이팝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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