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첫 '집단 행동'…4만 운집, 총파업 수순 밟나 (종합)

경기(평택)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6.04.23 16:37  수정 2026.04.23 16:39

노조, 성과급 상한 폐지·이익 15% 요구

다음달 총파업 예고…반도체 생산 차질 '경고등'

AI·車·모바일 공급망 영향 가능성 외신도 주목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투쟁사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정인혁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노조)가 23일 평택캠퍼스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집단 행동에 돌입했다. 과반노조 지위 확보 이후 첫 집단 행동으로, 성과급 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변수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노조는 이날 오후 1시 경기 평택캠퍼스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노조 추산 4만여명이 참석해 당초 예상(3만7000명)을 웃돌았다. 과반노조 지위를 확보한 이후 첫 대규모 집단행동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다.


최승호 노조위원장은 투쟁사에서 "지난해 12월부터 4개월 동안 더 나은 삼성전자를 만들기 위해 성실하게 교섭했다"며 "그러나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성과급 제도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사측은 일회성 보상이라는 명목으로 교섭을 마무리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투쟁은 삼성전자의 미래를 위한 싸움,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위한 싸움"이라며 "성과에 따른 정당한 보상으로 '인재 제일' 원칙을 되살리며, 우리의 당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올해 영업이익을 300조원으로 가정하면 하루 수익이 1조원인 셈"이라며 "18일간의 총파업은 18조원의 공백을 의미하므로 파업으로 노동조합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똑똑히 보여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데일리안 정인혁 기자

현장에서는 사측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자신을 20년 근무자라고 소개한 삼성전자 DS부문 한 직원은 "이건희 회장부터 삼성에서 일해왔는데, 이건희 회장님과 이재용 회장님의 차이는 소통에 있다"며 "이재용 회장 이후 삼성의 주요 경영진은 직원들의 목소리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이번 집회를 통해 경영진들이 현 상황을 보다 명확히 이해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다른 조합원은 "올게 왔다고 생각한다"며 "오래 전부터 내부의 불만이 쌓이고 있었다. 이를 경영진이 인식하지 못하고 실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집회 장소 일부에서는 이재용 회장, 전영현 부회장 등 경영진의 사진을 짓밟으며 원색적인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파업 투쟁 결의대회에 삼성전자 노동조합원들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노조는 현재 성과급 지급률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에서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이 발생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보상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올해 삼성전자 예상 영업이익을 감안하면 성과급 재원은 45조원에 달한다.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노조는 사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사측은 성과급 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중장기 경영 안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회사 측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을 우려하며 합리적 방안 도출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측은 노조의 파업이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반을 흔드는 촉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연속 가동을 전제로 설계된 만큼, 일시 중단만으로도 웨이퍼 폐기, 설비 손상, 납기 지연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자동차, 스마트폰 등 핵심 산업이 메모리 공급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생산 차질은 곧 글로벌 병목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앞에서 열린 투쟁결의대회에서 투쟁사를 하고 있다.ⓒ데일리안 정인혁 기자

아울러 삼성전자는 노조의 파업을 우려하며 반도체 사업장 핵심 인력의 정상 근무를 호소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 게시판 공지를 통해 안전보호시설 유지·운영 필요성을 강조했다. 회사는 공지문을 통해 "단체행동권은 존중하나 안전보호시설 운영은 법률상 의무"라며 "안전보호시설은 임직원과 지역사회 생명과 안전을 위한 장치"라고 밝혔다.


외신들도 반응하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이번 사태가 AI 반도체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시점에서 발생한 변수로,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비중있게 다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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