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피고인도 모르는 재판은 무효…처음부터 다시 판단"

어윤수 기자 (taco@dailian.co.kr)

입력 2026.04.05 13:41  수정 2026.04.05 13:42

피고인 없이 1·2심 진행…징역 1년 확정

"귀책 사유 없이 출석 불가…재심 가능"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데일리안DB

형사재판에서 소환장을 받지 못해 피고인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유죄를 선고한 판결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현금수거책으로 일하며 "아들이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아 납치했다"고 피해자를 속여 현금 1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됐다. 소송촉진법 특례규정상 피고인에 대한 송달불능보고서가 접수된 때부터 6개월이 지나도록 피고인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는 경우 피고인 진술 없이 재판할 수 있다.


A씨에게 공소장과 소환장이 전달되지 않자 1심은 법원 게시판에 관련 서류를 올려 당사자에게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공시송달' 방식으로 재판을 열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검사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해 열린 2심도 A씨의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한 뒤 징역 1년을 유지했다. 검사가 이에 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지난해 12월 상소권 회복을 청구했고 청주지법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건이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피고인의 잘못이 아닌 이유로 상고하지 못한 점을 법원이 인정한 것.


대법원은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귀책 사유 없이 1심과 2심의 공판절차에 출석할 수 없었던 피고인으로서는 재심 규정에 따라 1심 법원에 그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경우 피고인이 재심을 청구하지 않고 상고권 회복에 의한 상고를 제기했다면, 이는 형사소송법에서 상고이유로 정한 '재심청구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하므로 원심판결에 대한 파기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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