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근감소·낙상 막는 현실적 해법…‘우유 한 잔’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김소희 기자 (hee@dailian.co.kr)

입력 2025.12.18 11:34  수정 2025.12.18 11:35

노인 복지 현장서는 “식사 해도 단백질·칼슘 비어”

전문가 “근감소증 예방, 우유는 실천 가능한 수단”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긴 초고령사회 한국에서 노년기 근감소와 낙상을 늦추기 위한 가장 단순하면서도 실천 가능한 해법 가운데 하나로 ‘우유 한 잔’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긴 초고령사회 한국에서 노년기 근감소와 낙상을 늦추기 위한 가장 단순하면서도 실천 가능한 해법 가운데 하나로 ‘우유 한 잔’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노인복지 현장에서는 식사는 하지만 단백질과 칼슘이 비어 있는 어르신들이 반복적으로 관찰되고, 이 영양 공백을 메우는 현실적인 수단으로 우유 섭취를 꼽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지후 송현노인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의 식단과 생활 변화를 매일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임 사회복지사는 “밥과 국은 드시지만 단백질과 칼슘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근력 저하, 골밀도 감소를 호소하거나 쉽게 피로해하는 어르신들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특히 혼자 식사 준비를 해야 하는 독거노인의 경우 반찬 가짓수가 줄며 영양 불균형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영양 부족은 일상 기능 저하로 직결된다. 임 사회복지사는 “근력이 떨어지면 걷기나 계단 오르기가 힘들고 작은 넘어짐도 골절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며 “골절 이후 외출을 줄이며 사회활동이 위축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 번의 낙상과 골절이 노년기 삶의 질을 장기간 떨어뜨리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근감소증 막으려면 단백질·칼슘 보충이 핵심… 가장 손쉬운 방법이 우유”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노년기 영양 관리 현실적 대안으로 전문가들은 ‘우유 섭취’를 제시한다.


안혜림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는 노년기 근육 감소, 이른바 근감소증을 반드시 주의해야 할 문제로 짚으며 근육은 50대 이후 감소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단백질 보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안혜림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는 “고기나 생선을 충분히 먹기 어려운 노년층에게 우유는 준비 과정이 필요 없고 소화 부담이 비교적 적은 단백질 공급원”이라며 “카세인·유청단백질은 근육 유지에 도움이 되고, 칼슘과 비타민D 보충 효과까지 있어 낙상 위험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계 연구도 이를 뒷받침한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가 단국대 김우경 교수팀과 진행한 노년기 영양 분석에서는 우유·유제품을 많이 섭취한 노인들이 비섭취군보다 단백질·칼슘 등 주요 영양소 섭취량이 높고, 영양불량 위험은 유의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더 높고 대사증후군 위험이 낮은 경향도 관찰됐다.


김 교수팀은 “우유·유제품은 노년기에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를 효율적으로 보충하는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영양학적 기준에서도 우유의 역할은 크다. 노년층 권장 섭취량인 하루 약 400mL(종이컵 두 잔 분량)에는 칼슘 500~600mg과 단백질 12~14g이 포함돼 있어 하루 권장량의 상당 부분을 충족할 수 있다.


“어르신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노인들의 영양 보충을 위해 복지관 일선 현장서는 우유 섭취를 익숙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임지후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이 소화에 대한 부담감이나 기존 식습관의 영향으로 우유 마시는 것을 번거롭게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송현노인복지관에서는 이러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락토프리 우유를 안내하거나, 우유를 데워 제공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또한 우유죽·스프·리소토 등 익숙한 형태의 요리에 우유를 넣어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임 사회복지사는 “아침 식사 후나 프로그램 시작 전에 정해진 시간에 종이컵 한 잔을 나누어 드리면 ‘오늘도 우유 한 잔’이 하나의 패턴이 된다”며 “며칠 지나면 먼저 우유를 찾는 어르신도 있다”고 전했다.


복지관에서는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임 사회복지사는 “우유 섭취가 근력 유지, 낙상 예방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의료용어를 줄여 설명한다”며 “혈액검사나 골밀도 검사 결과를 함께 보며 우유·단백질 섭취와의 연관성을 짚어드리면 이해도가 훨씬 높아진다”고 말했다.


지자체 일부에서는 우유 배달을 활용한 독거노인 안부 확인 사업도 진행 중이다.


정기적으로 전달되는 우유 한 팩이 영양 보충뿐 아니라 고립된 노인의 생활 변화를 확인하는 안전망 역할을 한다는 평가다.


임 사회복지사는 “노년기 근감소와 낙상은 한 번 발생하면 회복이 쉽지 않다”며 “식사에서 빠지기 쉬운 단백질·칼슘을 우유로 조금씩 채우는 것만으로도 실질적인 변화가 생긴다”고 말했다.


또한 안혜림 전문의는 “초고령사회에서 노년층의 근감소증과 낙상을 줄이는 일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과제”라며 “어렵고 복잡한 처방보다 노년기에 매일 우유 한 잔을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근육과 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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