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기준금리 0.25%P 인하…한미 금리차 2년10개월 만에 최소
한은 금리 인하 여건 마련됐지만…고환율·부동산 시장 여전히 변수
"연준, 내년 한 차례 인하 그칠 듯…한은 독자적 금리 인하 어려울 것"
"한은에 숨통 틔워준 건 사실이지만…'내릴 수 밖에 없는' 환경 아냐"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지난 10월 29일 미 워싱턴DC 연준 이사회 건물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하면서 한·미 금리차가 2년 10개월 만에 최소 수준으로 좁혀졌다.
금리차 부담이 완화되면서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높은 환율과 부동산 시장 불안 등 변수가 여전해 실제 인하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연준은 9~10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3.75%~4.00%에서 연 3.50∼3.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9월 올해 첫 금리 인하에 나선 이후 3회 연속 인하다.
연준은 의결문에서 "최근 몇 달 고용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고 판단한다"며 고용 둔화를 인하의 주요 배경으로 거론했다. 그러나 동시에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범위에 근접했다"며 향후 인하 속도가조절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서도 내년 말 금리 전망치가 기존과 동일해 시장에서는 "내년 한 차례(0.25%p) 정도 추가 인하가 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준의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 차는 기존 1.50%p에서 1.25%p로 축소됐다. 한미 금리차가 125bp까지 줄어든 것은 2023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금리 인하로 한은 입장에서는 금리차, 환율 등 측면에서 한숨을 돌릴 여유가 생겼다. 다만, 인하 여건이 마련됐다는 의미와 별개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출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가장 큰 장애물은 역시 환율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강세와 국민연금·개인 해외투자 수요 증가 등이 겹치며 1460원대 후반∼1470원대 초반의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변수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가격 조정 신호가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거래량 둔화가 뚜렷하게 이어지지 않는 만큼 한은이 부동산 재자극 우려를 감수하면서까지 선제적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차 축소에도 불구하고 한은의 실제 금리 인하는 여전히 쉽지 않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환율과 부동산 등 국내 불안 요인이 해소돼야 한은이 금리 인하를 재개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내수 부진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할 근거는 있지만, 실제로 금리를 내리기엔 환경이 너무 녹록지 않다. 원·달러 환율이 1350원 안팎으로 내려와 안정돼야 한은도 보다 편하게 인하를 검토할 수 있는데, 현 수준에서는 환율 부담이 여전히 크다"며 "FOMC 점도표에서도 내년 인하가 한 차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연준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독자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시장 역시 변수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다시 오르는 등 과열 조짐이 남아 있어 금리 인하가 오히려 혼란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에도 금리 인하 조건이 충족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무리한 금리 인하는 더 큰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한은이 실제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금리차 축소가 한은에 일정 부분 숨통을 틔워준 건 사실이지만, 연준의 결정과 별개로 한은이 금리를 쉽게 내릴 상황은 아니"라며 "최근 부동산 가격 불안과 환율 변동성 등 국내 요인이 여전히 부담으로 남아 있다. 특히, 미 금리 인하 기대로 미국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 오히려 단기적으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금리 인하 필요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성장률 전망이 크게 낮아지지 않는 한 올해처럼 '내릴 수밖에 없는' 환경은 아니다"라며 "부동산과 환율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한은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미국 경제 둔화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변수 등 예상치 못한 외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여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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