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상사’ 김민하가 구축하는 특별한 현실감 [D:인터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12.03 08:52  수정 2025.12.03 08:52

드라마 ‘파친코’에서 1930년대를 소환,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배우 김민하가 이번에는 1990년대 IMF 시기를 브라운관 위에 펼쳐냈다. ‘내가 어떻게 보일까’를 신경 쓰는 대신, ‘캐릭터를 어떻게 살아 움직이게 할까’를 고민한다는 김민하는 잘 구축한 소신을 강단 있게 이어나가며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지난달 30일 종영한 tvN 드라마 ‘태풍상사’는 1997년 IMF를 배경으로 직원도, 돈도, 팔 것도 없는 무역회사의 사장이 돼버린 초보 상사맨 강태풍(이준호 분)의 성장기를 담았다. 김민하는 이 드라마에서 태풍상사의 경리에서 상사맨이 되는 오미선을 연기했다.


ⓒ눈컴퍼니

어려운 환경에서도, 함께 위기를 극복하며 희망을 찾아가는 ‘태풍상사’의 희망적인 전개에 시청자들도 응원을 보냈고, 최종회에서 10.3%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민하는 ‘태풍상사’의 메시지에 공감해 준 시청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많은 사랑을 받아서 일단은 기분이 좋다. 아무래도 시대적 배경이 있다 보니 어른 세대가 공감을 많이 해 준 것 같다. ‘그땐 그랬었지’라는 반응을 많이 들었었다. 우리 나이 또래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힘든 시기이지 않나. ‘태풍상사’ 속 힘든 청춘들을 보며 ‘이겨내는 힘’을 얻어주신 것 같다.”


김민하의 말처럼, ‘태풍상사’ 속 강태풍과 오미선의 고군분투를 응원하는 시청자도 있었지만, 함께 위기를 극복하며 싹트는 설레는 감정도 관전 포인트였다. 다만 김민하는 ‘태풍상사’가 로맨스를 전면으로 다루는 작품은 아니었던 만큼, 어색함 없이 감정을 녹여내기 위해 노력했다.


“로맨스는 담백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보는 사람들이 봤을 때 간질간질하고 예뻐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래 내 성격 자체도 워낙 애교 부리거나, 그런 건 잘 못 한다. 최대한 담백하게 했다. 20대 두 명이 서로 ‘꽁냥꽁냥’하는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이준호와 함께 연기하니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이 나오더라.”


ⓒ눈컴퍼니

물론, 외양보다는 ‘태풍상사’의 오미선답게 그들의 사랑이 표현되길 바랐다. 오미선을 연기하며 메이크업도 최소화했다는 그는 “모두가 예쁘다”는 소신을 뚜렷하게 밝혔다. 이렇듯 단단해지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귀띔하며 어떤 시대에서, 어떤 캐릭터를 만나다 땅에 발 붙은 연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사람들 각자마다 고유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남들과 비교를 아예 안 할 수는 없겠지만, 그것 때문에 자괴감에 빠지는 건 나의 20대 때 끝낸 것 같다. 그냥 저는 저일 때 가장 예쁜 것 같다. 자연스럽게, 어딘가에 있을 법한 연기를 하고 싶다. 외모가 출중해야 하는 시대는 끝나지 않았을까”


1990년대 그때 그 시절, 살아 있을 법한 캐릭터로 표현하기 위한 노력은 촬영 전부터 시작됐다. 서울 사투리를 직접 보고, 또 따라 하기도 했지만 당시의 책과 그 시기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며 자연스럽게 캐릭터와 배경을 체화해 나갔다.


“저는 그 시기에 대한 동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그 당시 여성 커리어우먼들의 인터뷰도 찾아봤다. 진짜 억압을 당했을까, 궁금했다. 그런 부분도 미선 캐릭터의 한 부분이었다. 찾아보면서 ‘아 그래서 미선이의 목소리도 작고, 처음엔 좀 움츠러들기도 하고 그랬겠구나’ 했다. 초반 서울 사투리도 써야 했기에 길거리 인터뷰도 참고했었다. 그 시기 쓰인 소설을 보고, 당시의 음악도 들었다.”



ⓒtvN

상사맨이 되고 싶지만, 될 수 없어 좌절하기도 하고 또 꿈꾸던 영업사원이 됐지만 잘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등 미선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자신의 20대를 떠올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미선에게 더 깊게 몰입할 수 있었다.


“저는 20대가 긴 터널처럼 느껴졌었다. ‘이 힘든 게 언제 끝나지’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저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늘 있었다. 제 계절들을 지켜봐 준, 그 사람들 덕에 그 시기를 이겨낸 것 같다. 저도 넘어지고, 일어나고를 반복했는데 돌아보니까 그 풍경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 메시지가 ‘태풍상사’에도 녹아있어 그 부분을 살리고 싶었다. 미선의 성장을 잘 보여주고 싶었다. 미선은 아무리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이지 않나. 타고나길 따뜻한 사람이라 옆에 있는 사람도 챙길 줄 안다. 그런 따뜻함도 보여주고 싶었다.”


앞으로도 ‘태풍상사’처럼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김민하는 “저는 영화, 드라마를 보며 위로를 많이 받았다”며 보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또 위로받을 수 있는 작품, 캐릭터로 이를 갚고 싶다는 바람을 남겼다.


“캐릭터를 그릴 때마다 현실적으로 그리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어딘가에 살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거다. 그래서 누군가가 내가 나오는 작품을 보며 ‘나 혼자가 아니네’라는 걸 느껴주시길 바란다. 그게 배우가 가진 힘이기도 한 것 같다. 그러면서 저도 얻는 부분이 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재밌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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