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놀이공원에서 최고 시속 120㎞로 질주하는 롤러코스터의 안전벨트가 풀리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 자리의 탑승객이었던 10대 소녀를 붙잡아 추락을 막은 부부가 화제다.
ⓒABC뉴스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의 놀이공원 '월드 오브 펀(world of fun)'의 대표 놀이기구 롤러코스터 '맘바(Mamba)'에 탑승한 10대 소녀의 안전벨트가 갑자기 풀렸다.
이 롤러코스터는 약 60m 높이에서 최대 시속 120㎞로 낙하하는 놀이기구다.
사고 당시 소녀의 앞자리에 타고 있던 크리스 에빈스(44), 캐시 에빈스(33) 부부는 "지금도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며 "60m 높이의 첫 언덕에 올라가던 중 뒤에서 전에 들어본 적 없는 비명을 들었다"고 상황을 떠올렸다.
에빈스 부부는 "처음엔 단순히 겁을 먹은 줄 알았지만 '벨트가 풀렸다'는 말을 듣고 상황이 심각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비명에 뒤를 돌아본 부부는 소녀의 허리와 안전바 사이에 큰 틈이 벌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남편은 즉시 팔을 안전바 밑으로 넣어 소녀의 손목을 꽉 붙잡았고, 아내는 오른팔로 소녀의 다리를 눌러 좌석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고정했다.
크리스는 "롤러코스터가 오르막과 내리막 구간을 지날 때마다 아이의 몸이 들썩이며 공중으로 떠오르는 게 느껴졌다"며 "있는 힘을 다해서 아이의 몸을 꾹 눌러놓으려고 온 힘과 정신을 집중했다. 그저 '끝까지 붙잡자'라는 생각뿐이었다"고 전했다.
다행히 소녀는 부부의 도움으로 롤러코스터에서 무사히 내릴 수 있었다.
놀이기구 카메라에는 심각했던 사고 장면이 그대로 포착됐다. 사진에는 몸을 반 돌린 채 손을 뻗어 소녀를 붙잡고 있는 부부와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버티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담겼다.
놀이기구에서 내린 부부는 즉시 공원 측에 사고를 신고했다.
공원 측은 "즉시 운행을 중단하고 정밀 점검을 진행했다"며 "점검 결과 기구 전체의 안전바와 잠금장치 등의 작동 여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히며 기구의 운행을 저녁까지 중단했다.
그러나 이후 미주리 공공안전부의 조사에서 일부 결함이 발견됐다. 미주리 공공안전부 대변인 마이크 오코넬은 "10월30일 추가 점검에서 일부 좌석의 안전벨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 공원 측은 "모든 안전장치를 재점검하고 당국의 권고에 따라 필요한 수정 조치를 완료했다"며 "현재는 모든 안전 기준을 충족한 상태로 운행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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