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성진이 부산 100석 규모 소극장의 창작 초연작에 ‘기여자’로 참여한 사례가 공연계에 ‘선배의 역할’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는 자칫 주목받지 못하고 사라질 수 있는 지역 창작극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관객 저변을 넓히는 긍정적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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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례가 보여주는 ‘성장 파트너’로서의 배우 역할은 영국 런던의 대표적 소극장 ‘돈마 웨어하우스’(Donmar Warehouse)의 모델과 유사점을 갖는다. 돈마 웨어하우스는 251석 규모의 작은 극장이지만, 세계적인 스타 배우들이 출연을 자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의 참여는 작품의 주목도를 끌어올리고, 평단과 관객의 폭발적인 반응을 유도하며, 소극장 창작극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역할을 한다.
대중적 인지도를 가진 배우가 새로운 작품이나 소극장 무대에 ‘성장 파트너’로 참여할 때, 공연 생태계 전체가 확장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는 국내 공연 시장에서도 절실히 필요한 모델이다. 스타의 인지도가 티켓 파워를 넘어 생태계 자체의 건강성을 높이는 공공적 기여로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공연계에서도 선배 배우들의 역할에 대한 고민과 실천은 다방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뮤지컬계의 베테랑 배우 박은태는 한국뮤지컬협회가 주최한 ‘뮤지컬포럼 2025’에 참석했을 당시 선배로서의 책임감을 언급했다. 그는 “후배들을 위해 선배로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면서 무대 위에서의 태도나 성실함을 통해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을 자신의 역할 중 하나로 꼽는다.
특히 “일전에 박진영 씨가 토크쇼에서 ‘대형 기획사에서는 어린 아이돌에게 멘털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말을 듣고 뮤지컬 배우로서 부럽게 느꼈다”며 “분기마다 한두 차례라도 멘털 관리 관련 강연이나 포럼이 열린다면 후배 배우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뮤지컬 배우들가 감정의 기복이 심한데 후배 배우들의 경우 우울감을 정리하는 방법을 잘 몰라 술자리나 운동으로 해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원로 배우들은 보다 직접적인 방식으로 연극계 후배들을 위해 뛰어들었다. 배우 신구와 박근형은 올해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무대에 올리면서, 이 공연을 ‘청년 예술인을 위한 기부 공연’으로 정의했다. 두 배우의 뜻에 따라 공연은 19세부터 34세까지의 청년 관객을 위한 특별 공연으로 기획됐고, 티켓 수익금은 ‘자신만의 고도’를 기다리는 청년 연극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연극내일기금’으로 전액 기부됐다. 두 배우의 뜻에 공감한 공연 관계자들과 후배 배우들도 객석 기부에 함께하며 연대의 마음을 보탰다.
일부 스타 배우들은 한발 더 나아가, 직접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여 후배 배우들에게 실질적인 ‘기회의 장’을 열어주고 있다.
배우 황정민이 이끄는 제작사 ‘샘컴퍼니’는 이러한 상생 모델의 대표적인 사례다. 샘컴퍼니는 연극 ‘리차드 3세’ ‘오이디푸스’, 뮤지컬 ‘오케피’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한 굵직한 공연들을 꾸준히 제작해왔다. 이는 황정민이라는 스타 배우의 인지도를 활용해 연극·뮤지컬에 대한 대중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동시에, 수많은 연극 기반 배우들에게 양질의 무대와 안정적인 작업 환경을 제공한다. 배우 유준상 역시 다방면으로 공연계 후배들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창작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작품 개발에 적극 참여할 뿐만 아니라, 동료 배우나 스태프들을 위해 자신의 출연료를 재투자하거나 사재를 내어 돕는 등의 활동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이미 다양한 형태로 선배 배우들이 후배 예술인을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것은 자신이 걸어온 무대에 대한 애정인 동시에, 이후 자신이 존중하는 무대를 이어갈 후배에 대한 투자”라면서 “스타 배우들의 공공적 기여와 성장 파트너로서의 역할 확대는 지속 가능한 공연 생태계를 만들고 지역 문화 성장과의 상생 모델을 구축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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