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도 의미 있게…지금, 문학 시장의 노력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5.10.22 14:39  수정 2025.10.22 14:40

‘사랑’을 이야기하는 시를 ‘미니북’으로 전하고, 짧지만 강렬한 소설을 얇은 시리즈에 담기도 한다. 시, 소설 등 문학 시장에서 무게감은 낮추되, 의미 있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출판사 민음사는 ‘우리는 사랑하기 좋은 팔을 가졌구나’를 ‘미니북’ 버전으로 선보여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동네서점을 통해 선보인 미니북의 품절 소식에 온라인상에서는 '어디서 구할 수 있냐는'는 문의가 나오는 등 ‘사랑’을 공감 가게 풀어낸 시에,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기획이 어우러져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우리는 사랑하기 좋은 팔을 가졌구나’·‘오늘은 좀 돌아가볼까’ⓒ

이 외에도 ‘죽음의 자서전’을 통해 아시아인 최초로 독일 세계 문화의 집이 수여하는 국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이 돼 주목을 받은 김혜순 시인의 신작 ‘싱크로나이즈드 바다 아네모네’도 미니 에디션 ‘더 쏙’ 버전을 함께 출간, 독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 좋은 책’이라며 입소문을 타는 ‘다소 시리즈도’ 독자들 사이에서 관심을 받는다. 이는 다산북스가 선보이는 소설 시리즈인데, 9월 조해진 작가의 ‘여름밤 해변의 무무 씨’, 박민정 작가의 ‘작가의 빌라’, 지현 작가의 ‘오늘은 좀 돌아가 볼까’ 세 권이 출간되며 시리즈의 출발을 알렸었다.


짧은 분량의 소설로 소설의 두께는 얇아졌지만, 대신 디자인에 신경을 써 책의 가치를 높였다. PVC 표지를 통해 ‘책꾸’(책 꾸미기) 욕구를 자극하는가 하면, 키링도 달 수 있는 고리를 마련해 책 관련 굿즈에 열광하는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했다.


여기에 소설가에 대한 정보가 녹아 있는 북 태그를 마련, 그 내용만큼은 ‘알차게’ 구성해 만족도를 더한다. 최근 책 내용은 물론, 작가의 책방 또는 가치관에도 관심을 가지는 독자들이 느는 등 좁지만 깊게 취향을 파고드는 요즘 독자들의 관심사를 반영한 것이 의미 있다는 평을 받는다.


물론 소설의 경량화 추세는 수년 전부터 뚜렷하게 감지됐다. 글 대신 영상이, 긴 영상보다는 짧은 쇼츠에 대중들이 점차 익숙해지면서 긴 분량의 대하소설보다는 짧지만 임팩트 있는 재미를 선사하는 흐름은 출판계도 무관하지 않았다.


2023년, 온라인 서점 예스24 통계에 따르면 한국소설 중·단편 분야는 2018년 대비 2023년 판매량이 10.8% 상승했는데, 그 배경으로 젊은 구매자층의 증가가 있었다. 신예 작가들이 문단에 등장하며 팬덤이 형성된 상황에서, 관련 팬덤을 활용해 다양한 단편집이 기획 및 출간되는 흐름이 생겨났고 이에 20대 젊은 독자층의 구매가 증가했다는 분석이었다. 당시 젊은 독자들을 겨냥해 단편집을 시리즈로 선보이는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의 ‘위픽(WEFIC)’ 시리즈가 주목을 받은 것이 대표적인 예였다.


가볍지만 여백이 많은 시집의 특성을 활용, 시집을 꾸밀 수 있는 스티커 등을 함께 판매하는 전략도 최근 생겨났다. 이 가운데, 일각에서는 젊은 층이 굿즈에만 관심을 가질 뿐, 책 판매율 또는 독서율 증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지적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내실도 채우면서 트렌드를 활용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앞서 언급이 된 ‘우리는 사랑하기 좋은 팔을 가졌구나’의 경우 ‘사랑’이라는 누구나 공감하며 감상할 수 있는 보편적인 소재를 토대로 한, ‘주머니에서 꺼내 읽을 수 있는 사랑시’라는 콘셉트가 시의 내용과 맞아 떨어졌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다소 시리즈 또한 ‘책꾸’ 열풍을 겨냥하면서, 동시에 작가에 대한 비하인드, 일기 등을 함께 제공하는 등 책의 완성도와 함께 독자들의 만족도도 배가하는 시도로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다소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오늘은 좀 돌아가 볼까'는 일상 속 사소한 울적함과 유쾌함의 순간들을 포착해 내는 작품으로, 이에 작가가 솔직하게 써 내려간 일기가 책의 내용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이와 관련해 출판사는 "독자는 한 편의 소설을 읽은 뒤, 소설가의 사적인 일기를 읽으며 집필의 나날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소설가의 실제 책상까지 사진으로 마주하며 한 사람으로서의 작가를 만나게 된다"고 다소 시리즈의 기획이 더할 깊이감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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